전시(戰時)에는 어떤 책들이 출판됐을까?

(사진제공=Press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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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국전쟁(2차 세계대전) 기간에도 러시아에서는 책이 출판됐고 도서관도 운영됐다. 이처럼 어려운 역사 시기에도 푸시킨과 단테, 플루타크의 신간 서적과 라흐마니노프의 악보, 심지어 러시아 화가 카를 브률로프의 화집까지도 책장을 장식했다.

모스크바의 여러 도서관에 보존돼 있는 1941~45년 출판 서적 컬렉션 전시회가 체르니쉡스키 도서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전시회에서는 18개 도서관에서 수집한 348권의 책이 전시돼 있다. 특히 1941~45년에 가장 많은 부수가 출판됐다.

참호를 파면서 책을 읽다

전시에 책의 세계는 아주 특별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었고 도서관도 문을 열었다. 대조국전쟁 당시 모스크바 주에서 문을 연 도서관은 200곳이었다. "사서에게 새로운 의무가 많이 생겼다. 예를 들면, 건물이 포격을 받았을 경우에는 포화에서 살아남은 책들을 다른 도서관들로 분산시켰다. 조금 더 나중에는 도서관 직원들이 사람들이 참호를 파고 있는 곳으로 나가 그들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고 야전병원에도 책을 읽어주러 다녔다." 옐레나 아를라노바 전시회 큐레이터의 말이다.

병사들이 야전 상황에서 책을 보기 더 쉽게 해주려고 포켓식으로 출판된 책도 많았다. "바로 이 소책자를 주목해보라. 이건 병사용으로 특별히 출판된 책이다." 아를로노바가 책을 보여주었다. "전설적인 사령관 수보로프가 남긴 어록을 모아놓은 '수보로프 금언집'이다. 이 책은 주머니나 군장에 딱 들어맞았다. 내가 아는 한 참전용사의 견해에 따르면,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은 포병이나 전차 대원들이 아니라 병사들에게 전투를 준비시키면서 적절한 정신과 사기를 불어넣기 위해 힘쓴 정치장교들이었다."

고전문학과 정치

전시에는 굉장히 다양한 책들이 출판됐다. 한편으로는 철학과 정치 관련 서적들이 출판됐다. 비스마르크 선집, 해롤드 니콜슨의 '외교론', 장 타르디유의 '세계', 플루타크 영웅전, 두 권짜리 철학사, 1812년 조국전쟁(나폴레옹 전쟁)과 슬라브족과 게르만족의 대립에 관한 작품 몇 가지가 출판됐다. 다른 한편으로 셰익스피어와 푸시킨, 단테, 막심 고리키, 디킨슨, 톨스토이의 선집 등 고전문학 작품도 많이 출판됐다. '원예조경'과 '수렵학'처럼 전혀 의외의 책들도 출간됐다.

나중에 출판됐을 수도 있어 반드시 출판되지 않아도 될 것처럼 보인 책들도 이 시기에 출간된 점이 흥미롭다. 예를 들면, 몇 권짜리로 된 '소비에트대백과사전', 위대한 러시아 화가 카를 브률로프의 화집, 작곡의 기초 같은 책들이 출간됐다. 글린카와 림스키코르사코프, 라흐마니노프의 고전음악 악보집도 출판됐다.

병사용 어휘집

이 시기에는 군사와 외교 서적 외에도 사전과 어휘집 출간이 필요했다. 러시아군이 이동하여 낯선 나라에 도착했을 경우 그들은 현지 주민과 소통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류의 책이 많이 출판됐는데, 폴란드-러시아어 사전, 루마니아어-러시아어 사전, 터키어-러시아어 사전, 일본어-러시아어 사전 등을 보면 군대 이동 지역까지도 가늠해볼 수 있다.

소련 내 민족들의 언어로 된 책들도 출판되어 사람들은 자신들의 모국어로 책을 읽을 수 있었고 러시아인들은 어깨를 맞대고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문화를 알 수 있었다. 10여 개의 출판사가 운영됐다. 이들 중 많은 출판사가 후방으로 소개됐지만, 책을 계속 출판했다.

전쟁문학 전문가인 보리스 레오노프가 Russia포커스에 설명한 바에 따르면, 전쟁은 러시아 문학에 새로운 것을 많이 가져다주었고 책의 가치도 높여주었다. "이 시기는 전쟁문학의 모든 층위를 우리에게 선사해주었다. 전쟁문학은 고전이 됐고 전쟁 이후에 나온 20세기의 모든 작품도 전쟁문학을 바탕으로 창조됐다." 레오노프의 말이다. 전쟁 관련 시와 소설, 단편들이 많이 나왔다. 이들 중 일부는 바로 전쟁 중에도 출판됐다. 대조국전쟁 당시에는 책에 대한 수요가 많았고 문화도 언어 문화였다. "이제는 그런 일이 불가능하다. 사람들이 전자 플레이어를 듣고 영화를 보면서 책이 문화의 토대로서 수명을 다했기 때문이다." 레오노프가 이같이 간추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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