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은 죽지 않는다" 피켓 든 넴초프 추모 모스크바 가두행진

2015년 3월 1일 일요일. 러시아, 모스크바. 2월 27일 금요일 밤 괴한의 총에 목숨을 잃은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추모 가두행진에서 참자가들이 "그 총탄은 우리 모두를 향한 것. 영웅은 죽지 않는다!"라고 씌여진 거대한 플랭카드를 들고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AP)

2015년 3월 1일 일요일. 러시아, 모스크바. 2월 27일 금요일 밤 괴한의 총에 목숨을 잃은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추모 가두행진에서 참자가들이 "그 총탄은 우리 모두를 향한 것. 영웅은 죽지 않는다!"라고 씌여진 거대한 플랭카드를 들고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AP)

3월 1일 일요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추모 가두행진에 다양한 추산에 따르면 1만 6,500명에서 7만 명의 시민이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참가자들이 넴초프의 죽음을 자신의 비극으로 느낀다고 밝혔고 야권에서는 이를 "귀환 불능 지점"이라고 부르고 있다. 정치평론가들은 넴초프가 없는 지금 야권이 힘을 모으기가 더 어려울 것으로 점치고 있다.

3월 1일 일요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중심부에서는 이틀 전인 2월 27일 밤 괴한의 총에 피살된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전 제1부총리를 추모하는 가두행진이 열렸다. 당초 3월 1일 모스크바 교외 마리노에서 '베스나(봄)'라는 제목의 반위기 가두행진을 추진할 예정이던 러시아 야권은 계획을 수정해 모스크바시당국과 새로운 행진 경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제 추모행진에는 경찰 추산 1만 6,500명이 모였으며, 추모행진 주최측에 따르면 7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넴초프의 비극은 나의 비극"

가두행진 시작 전 이미 모스크바의 스몰렌스카야 광장 부근 꽃가게는 꽃을 사려는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광장에는 금속탐지대 여러 대가 설치됐으며,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철저한 조사를 받아야 했다. 그렇지만 행진 경로를 따라 경찰은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

3월 1일 가두행진은 정치적 성격을 띠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머리 위로 추모리본을 묶은 러시아 국기를 들고 "그는 러시아의 미래를 위해 죽었다", "보리스, 그들은 당신을 두려워했다", "프로파간파는 살인자", "나는 두렵지 않다"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랭카드를 든 채 입을 굳게 다문 채 천천히 걸었다.

추모행진에 참석한 연금생활자 예브게니야 이파토바는 "그의 죽음은 내게 큰 충격이다. 러시아는 훌륭한 아들들을 잃고 있다. 그는 위대한 학자였지만 (넴초프는 물리학 분야에서 60편 이상의 연구논문을 남겼다)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국민은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넴초프와 92년부터 함께 일해온 빅토르 아르타모노프는 "나는 자유로운 나라에서 살고 싶다. 국민에게 총구를 겨누고 폭탄을 터뜨리는 곳은 싫다. 무엇이 좋고, 무엇이 싫은 지 큰 목소리로 말할 수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넴초프의 비극은 내 개인의 비극"이라고 밝혔다.

추모객들의 목소리

추모행진에 참가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넴초프를 누가 죽였는지를 놓고 두 가지 가설이 우세했다. 러시아 정권의 짓 아니면 러시아 사회의 분열을 원하는 제3의 세력이 벌인 짓이라는 견해였는데, 수적으로 전자를 믿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모두 한 목소리로 말한 것은 그의 죽음이 청부살인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었다.

개인사업을 하는 류드밀라 코흐는 "넴초프는 현 정부에 걸림돌이었다. 그는 시민들의 적극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배를 흔드는 자였다.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파헤쳤고, 우크라이나 분쟁에 러시아 정부의 개입을 증명하는 보고서를 준비 중이었다. 이런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56세의 비탈리 고르스키는 "푸틴이 위기로 치닫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약간 제동을 걸자 러시아 정보부에서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세력이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저지하려고 넴초프를 죽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빅토르 아르타모노프도 "푸틴도 골치가 아플 것이다. 크렘린 앞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누군가 상황을 악화시키기 위해서 굉장히 머리를 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넴초프의 죽음, 지리멸렬한 야권 단합의 기회?

추모행렬 속에서 갑자기 "푸틴 없는 러시아"라는 구호가 간간히 들리기 시작했고, 그러자 "그만 두라. 사람들을 선동하지 마라!"는 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구호는 대부분 미하일 카시야노프 전 총리를 필두로 한 야권 인사들로 구성된 선두 대열에서 나왔다. 그후 묵념의 시간을 가진 후 행진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선두대열이 다리로 올라섰다.

야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해 넴초프의 가까운 친구이나 동지인 일리야 야신은 "러시아 사회와 야권에 있어서 이 사건은 상징적 사건, 귀환 불능 지점이다. (...) 그의 죽음으로 민주주의자들이 단합해, 지금까지 서로 말조차 섞지 않던 야권 지도자들이 단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고 싶다"고 언론에 밝혔다.

This website uses cookies. Click here to find out more.

Accept cook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