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백신 여러개 개발, 임상실험 앞둬”

러시아 비상사태부 소속 대원들이 에볼라 환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비행기를 대기시키고 있다. (사진제공=알렉산더 흐레브토프/리아 노보스티)

러시아 비상사태부 소속 대원들이 에볼라 환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비행기를 대기시키고 있다. (사진제공=알렉산더 흐레브토프/리아 노보스티)

최근 필자는 말레이시아에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를 경유해 모스크바로 돌아왔다. 에티하드 항공의 비행기가 도모데도보 공항에 착륙하자, 승무원들이 승객을 내보내기에 앞서 러시아 내 전염병 관리를 담당하는 소비자권리보호감독청에서 나온 직원 두 명이 기내를 돌며 적외선 열 측정기로 승객들의 체온을 쟀다. 지난 9월부터 계속된 러시아로 들어오는 모든 국제선의 에볼라 바이러스를 검역하는 작업이다. 러시아에는 라이베리아·기니·시에라리온 등 주요 에볼라 발병지역으로 간주되는 서아프리카 국가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하지만 바이러스학자들은 러시아가 에볼라 전파 가능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현재 감독청이 맞닥뜨린 가장 큰 문제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잠복기간이 최장 3주라는 점이다. 감염자가 국경을 통과할 때 심한 두통·쇠약감·설사·고열·근육통·복통·구토·탈수 등 말라리아와 일부 비슷한 에볼라의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건강한 것처럼 보인다는 데 그 위험성이 있다.

소비자권리보호감독청 안나 포포바 청장은 "올해 러시아에서 모두 20여 건의 에볼라 감염 의심 사례가 있었으나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서아프리카에서 입국한 600여 명이 의사의 관리를 받았지만 이제는 대부분 관리대상에서 풀린 상태다.

에볼라 전문가이자 이바놉스키 바이러스학 연구소 바이러스생태학 실험실장인 미하실 셀카노프는 Russia포커스에 "러시아 국민은 매년 200여 건 이상의 외국 바이러스 침투 사례를 적발해 환자를 격리하는 세균안전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무서워하고 있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여론조사기관 여론펀드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7%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러시아에 전파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며, 60%는 '바이러스 대응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중 '입국자의 위생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18%, '바이러스를 연구해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10%, '에볼라 감염국으로부터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는 답변은 9%였다.

공식 보고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나온 조치들은 물론 다른 조치들도 이행되고 있다. 러시아는 바이러스에 대처하기 위해 1900만 달러의 예산을 책정하고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8월부터 아프리카 기니에서는 러시아 전염병대책팀이 활동 중이다. 대책팀은 국제보건기구(WHO)가 효율성을 인정한 러시아식 검사체계를 활용해 현지 의사들의 에볼라 진단과 치료를 돕고 있다.

에볼라 백신 문제를 담당하는 기관은 세르기예프 포사드 시에 있는 국방부 미생물학연구소 바이러스센터와 노보시비르스크 시에 있는 '벡토르' 국립 바이러스·세균학센터다. 두 기관은 옛 소련시절부터 에볼라 바이러스를 이용한 세균무기 개발을 위해 에볼라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활동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으나, 연구진들은 때때로 정보를 공유하곤 한다.

지난 10월 중순 알렉산드르 아가포노프 벡토르 부소장은 "에볼라 백신 여러 개를 설계하는 데 성공했으며 임상 전 동물실험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기니피그와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이 진행되었고 백신 중 하나가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포포바 청장은 Russia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산 에볼라 출혈열 실험백신이 현재 동물 실험을 거치고 있으며 곧 인체 실험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조만간 에볼라 예방을 위한 백신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근거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지만 정확한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벡토르 연구소 위험바이러스감염실험실의 전 실험실장 알렉산드르 체푸르노프는 1980년대 후반부터 에볼라 바이러스를 연구했다. 그의 실험실에선 에볼라 외에도 라사·마추포·마르부르크 등 다른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1997년 이 실험실은 에볼라의 유전적 기반을 발견했다. 4년 후엔 발병력을 결정하는 바이러스의 변이도 밝혀냈다. 그러나 연구 중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2004년 벡토르의 연구원 안토니나 프레스냐코바가 감염된 주삿바늘에 찔려 숨진 것이다.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이 Russia포커스에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10월 10일 기준으로 에볼라 감염자는 한 명도 없었다. 국제선이 들어오는 다른 공항과 마찬가지로 셰레메티예보 공항에는 소비자권리보호감독청 직원이 상시 근무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감염자 격리실도 제공될 수 있다. 올렉 살라가이 보건부 공보관은 러시아 기자들에게 "미국이나 스페인처럼 에볼라 유입이 한 건이라도 확인된다면 전염병 대처에 관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위생역학부가 에볼라 확산 가능성을 완전히 없앨 수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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