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키우며 직장서 커리어 쌓기 … 3명 중 1명 꼴 "양립 못한다"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있는 ‘워킹 맘’. (사진제공=Shutterstock)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있는 ‘워킹 맘’. (사진제공=Shutterstock)

결혼과 직장 사이 고민하는 젊은이들

소련 시절에는 모든 일에 나름의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고등학교, 대학교, 직장, 결혼, 출산으로 이어지는 정연한 도식이 완벽하게 작동하며 젊은이들의 삶에 분명한 일관성을 부여해 주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규칙도 바뀌는 법.

"전엔 25세 전엔 아이를 낳아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 나이를 넘으면 노산으로 간주된다." 52년간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다 현재 연금생활자로 살고 있는 밀리티나 돌리나의 말이다. 고등경제대학 인구연구소에 따르면 1970~80년대 결혼 평균 연령은 약 22세, 90년대는 21.9세였다.

그러나 시장경제로 전환되면서 사람들의 인생 계획도 바뀌다. 리크루팅 전문 포털사이트 Superjob.ru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현재 18세 이상 러시아 경제활동 인구 세 명 중 한 명은 자녀 양육이 성공적인 커리어와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4세 이하 청년층은 먼저 직장을 잡은 다음 가정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세일즈 매니저 예카테리나(25)는 "가정을 일찍 꾸리는 것을 반대한다. 일찍 결혼하면 깨지기 쉽다. 물론 35세쯤 인베스트뱅크 윗자리를 차지한 다음 자녀를 생각하겠다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다. 27~28세까지는 자신을 개발하는 일을 하고 그런 다음에 가정을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여행을 자주 다니는 고학력 출신의 도시 거주 젊은 층 사이에서 확산되는 의견이다. 그러나 이른 결혼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다수다.

27세 가정주부 안나는 "나는 일곱 살, 세 살 반 된 두 딸과 3개월 된 아들이 있다. 남편과 열아홉 살 때 함께 살기 시작했는데 스무 살 때 첫 애를 낳았다. 모든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보낸다. 정말 행복하다. 아이들의 유년기는 빨리 지나가지만, 일자리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러시아에서 법적 결혼 연령은 18세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예외적으로 14세다. 미성년 결혼 수가 많지는 않지만 러시아는 평균 결혼 연령이 여자 22세, 남자 24세(2012년 레바다-센터 자료)로 세계에서 결혼이 가장 이른 나라 가운데 하나다. 2010년 고등경제대학 인구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결혼 연령은 26.1세, 일본은 28.8세, 독일은 30.2세다.

산촉진 정책과 관련해 러시아는 출산휴가 조건이 가장 유리한 나라 가운데 하나다. 법에 따라 여성들은 3년간 출산휴가를 받을 수 있다. 일자리는 이 기간에도 계속 유지되며 직장 복귀 시 고용주는 이전 직위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여성의 수입이 가계수입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 가정에선 이런 법이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첫 1년 반 동안엔 세금을 제외한 그녀 직위의 평균 봉급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게 되지만, 이는 대체로 그녀의 실제 수입보다 훨씬 더 적은 데다 그 이후에는 아무것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편이 충분한 돈을 벌고 있다면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아내의 커리어 관리, 여성의 사회적 자아실현이라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패션저널 디자이너 아나스타시야(27세)는 경쟁이 치열한 오늘날 3년간 직장에서 벗어나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이란 입장이다. 그녀는 23세에 첫 애를 낳았고 출산 2주 만에 딸을 유모에게 맡기고 직장에 나갔다.

모스크바와 다른 대도시에서 3인 가정은 자가소유의 경우 월 6만 루블(174만 원), 월세면 월 10만 루블(291만 원)의 수입이 필요하다. 이마저도 최저 금액이다. 외국여행을 하고, 아이의 과외비를 내려면 어림도 없다. 연로한 부모도 부양해야 한다. 그래서 젊은 층은 첫 애를 낳기 전까지 돈을 좀 더 많이 벌려 하고, 젊은 어머니들은 출산 몇 달 만에 바로 직장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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