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군, ‘여자는 약하지만 여군은 강하다’

(사진제공=리아 노보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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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군에는 현재 5만 명의 여성이 복무 중이다.

미국 여군의 상황과는 달리 러시아 여군에게 전투활동 참여가 공식적으로 금지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러시아군은 성별에 따라 ‘전투’와 ‘비전투’ 보직을 분리하지 않는다. 따라서 여군이라도 견장만 달고 있으면 공격에 투입될 수도 있고 최전방 참호에 배치될 수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남자와 마찬가지로 여군에게도 사격, 수류탄 투척, 군차량 운전, 심지어 탱크 운전 훈련이 기초군사교육에서 의무사항이 되었다. 또 여군도 모든 군인과 마찬가지로 통일된 야전 군복을 착용한다. 하지만 훈련장에서도 가벼운 화장과 귀고리는 빠뜨리지 않는다. 지휘관들은 이처럼 규정 통일에서 약간 이탈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대하게 눈감아준다.

하지만 다른 군대 생활 규칙은 준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복장과 당직 근무에서 여성이라고 해서 열외는 없다. 근무에 대해서도 엄격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러시아에서는 여성을 모든 위험에서, 특히 ‘위험 상황들’에서 가능한 한 보호해줘야 한다는 무언의 신사협정이 항상 지켜져 왔다. 여군 참전을 면제하는 특별 명령이 국방부에 하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군도 소속 부대 및 참모부와 함께 캅카스, 유고슬라비아, 여타 군사분쟁지역으로 파병되곤 했다. 하지만 전투 대열에서 여군 병사나 장교들은 사실상 볼 수 없었다. 앞서 언급한 규칙이 적용된 것이다. 즉 여군은 참모, 통신, 의무 부대에서만 근무할 수 있다.

전투 임무에 투입되지 못해 안달이 난 여군 제인 병사(영화 ‘지 아이 제인’(G. I. Jane) 중 데미 무어 역) 같은 인물은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다.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후방에서도 전쟁의 고통과 유혈, 진창을 충분히 맛본 러시아 여성들은 자진해서 공격 작전에 투입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미 여군은 대체 왜 남성과 동등한 전투권을 쟁취하려고 애써온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미국인의 멘탈리티와 미국 국방부의 인사 관행에서 찾아야만 할 것 같다. 미국 여성들은 그것이 설사 전쟁에 투입되는 일이라 할지라도 남자들한테 밀려났다는 느낌을 참지 못한다. 또한 미 여군들은 신상기록에 ‘위험지역’ 근무 기록이 없으면 진급에서 심각한 제약을 받기도 한다. 이것이 그들이 전투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이유다. 

러시아 여군들은 이러한 근무·전투상의 제약에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우수한 여군이라면 전방 참호에 투입되지 않고도 진급하거나 높은 보직을 받을 수 있다. 작년 국방부 자료를 보면, 러시아군 여성 대령만 해도 거의 30명이나 된다. 이들은 주로 참모 보직을 맡거나 보급부대에서 근무한다. 여군 소대장과 중대장도 있지만, 사실 이들은 많지 않아 5만 명의 러시아 여군 중에서 1.5%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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