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의 경험... 세계 원자력 안전 지킴이로

1986년 거대한 방사능 구름이 몇 개 대륙을 뒤덮었고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이 완전히 뒤바뀌게 됐다. (사진제공=Ricardo Marquina)

1986년 거대한 방사능 구름이 몇 개 대륙을 뒤덮었고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이 완전히 뒤바뀌게 됐다. (사진제공=Ricardo Marquina)

27년 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제4호 원자로에서 끔찍한 참사가 일어났다. 사고 이후 러시아 학자들은 원전 중대사고 피해 극복과 예측에 관한 독보적 노하우를 축적했다. 이 노하우는 두 번째 원전사고인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의 영향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준회원으로 아카데미 산하 원자력안전연구소(IBRAE) 소장이기도 한 레오니드 볼쇼프는 평화적인 원자력 이용에 관한 러시아의 노하우가 세계 각국에게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 리아 노보스티에 밝혔다.

- 볼쇼프 소장님, IBRAE 설립 이후 외국 연구소들이 IBRAE에 노하우를 요청하거나 원전에서 발생하는 위기상황 대처방법과 중대사고 예방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일이 많았습니까?

볼쇼프 : IBRAE가 올해 개원 25주년을 맞는데, 개원 초기부터 우리 연구소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기관과 노하우를 공유해 왔습니다. 1989년에 충실한 의견교환 자리가 처음으로 마련되어 체르노빌 사고를 전면적으로 검토했습니다. 우리는 벌써 여러 해 동안 프랑스 원자력안전방사선방호연구소(IRSN),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독일 원자로안전위원회(RSK)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파리 근교 사클레에 있는 연구용 원자로 폭발에 대한 모의 실험이 진행된 1990년대 프랑스의 국가 훈련 ‘베크렐’은 체르노빌 사고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연구소와 프랑스 학자들이 함께 만든 시나리오에 따라 개발된 것입니다. 

여기서 꼭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실험 참가자들이 체르노빌 사고의 상황이 상당 부분 재현된 가상 현실을 체험함으로써 프랑스의 방사능 사고 대응 체계의 중대한 결함들이 드러났다는 점입니다. 미국을 위해서는 다수의 원전 중대사고 해석코드를 업그레이드했습니다. 그 중 ‘MELCOR’  코드는 IBRAE가 미국 산디아 국립연구소와 협력하여 거의 새로 다시 만든 것입니다. 미국 에너지부, 사고대응국제협력사무소와는 세계위기 대응시스템 개선 작업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 예로 우리 연구소가 개발한 ‘사고 시 시민 및 언론과의 공조를 위한 매뉴얼’이 미국 측에 매우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체르노빌 사태를 겪은 후 일본에서 원전사고가 일어났는데, 체르노빌 사고 경험이 일본 측에 도움이 되었습니까?

볼쇼프 : 어려운 질문이군요. 역사를 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지난 수십 년간 원전 중대사고 발생 시 우선 목표가 원전 근로자 및 인근 주민 보호였다는 것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비롯한 모든 원전사고의 경험은 이러한 목표 설정이 잘못됐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원자력 역사를 통털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중대사고를 검토해보면 원전사고가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피해는 여타 발전이나 산업에서의 피해보다 훨씬 적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인재와 자연재해가 금세 잊혀지는데 비해 방사능 누출 사고는 사고 발생 국가는 물론 인류 전체의 역사에 오랫동안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신체적 피해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사회 전체가 사회적, 경제적, 심리적, 심지어 정치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일본의 상황을 봅시다.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지역의 주민들은 사고로 인해 어떠한 신체적 후유증도 겪지 않았으며, 방사능 피폭량은 제로입니다. 이는 가장 보수적인 국제기구들도 인정하는 바로, 미국 정부기관 중에서도 소위 ‘녹색’을 가장 적극적으로 표방한다는 미 환경청(EPA)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원전사고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방사능 피해가 아니라, 실제 위험과는 거리가 먼 사회의 공포 반응과 방사능 공포증이라는 인식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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