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황금연휴 즐기는 러시아인들

러시아인에게 5월 국경일들은 언제나 긍지의 대상이었다. (사진제공=리아노보스티/드미트리 코로베이니코프)

러시아인에게 5월 국경일들은 언제나 긍지의 대상이었다. (사진제공=리아노보스티/드미트리 코로베이니코프)

한국의 5월이 가정의 달인 반면 러시아의 5월은 구소련으로부터 물려받은, 역사적 의미가 담긴 국경일들이 포진해 있다. 5월 1일 노동절과 5월 9일 전승기념일(2차 대전 승전을 기념)이 그것이다. 두 국경일 사이 9일 간의 황금연휴를 보내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짧은 ‘휴가’ 동안 지친 심신을 회복하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동안 미뤄두었던 집안일에 연휴를 바치는 사람들도 많다. 먼 곳으로 떠나지 않고 모스크바에 남아있는 ‘방콕’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행사들도 준비돼 있다. 

러시아인들이 5월 연휴를 짧은 ‘휴가’처럼 이용한 지는 이미 오래다. 러시아인 약 25%가 두 국경일 사이에 3일간의 무급휴가를 신청해 장장 9일을 쉬고 있다. 

그러나 긴 연휴를 모두 반기는 것은 아니다. 취업컨설팅전문 Superjob 사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러시아 국민 절반 이상은 샌드위치 휴일에 휴가를 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연휴 기간에 어딜 가는 것도 돈이 많이 든다. 그냥 집에 있을 거라면 주어진 공휴일로도 충분하다”, “쉬는 것보다 밀린 집안일이 먼저다” 등의 대답을 했다.

아무데도 가지 않겠다고 응답한 이들 중 36%는 집에서 집안일을 하고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교외별장 ‘다차’로 쉬러 가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17%로 작년의 26%보다 감소했는데 이는 평년 대비 추워진 날씨 탓이다. 교외로 피크닉을 가겠다는 사람도 8%에 불과했다. 

러시아의 5월 공휴일

5월 1일 노동절 – 세계 노동자들의 연대를 기념하는 5월 1일 노동절의 역사는 18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89년 7월 파리에서 열린 제2인터내셔널은 자본가와 착취자들에 맞서 1886년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이 일으킨 8시간 노동제 쟁취 투쟁을 기리기 위해 5월 1일을 세계 프로레타리아들의 축제로 지정했다. 

 

5월 9일 전승기념일 – 1941~45년 대조국전쟁(2차 세계대전을 러시아에서는 이렇게 부른다)에서 나치 독일에 대한 소련 국민의 승리를 기념하는 날이다. 러시아군 영광의 날로도 불리는 전승 기념일은 설날, 자신의 생일과 함께 러시아인들에게는 가장 소중한 3대 명절의 하나다. 

 

한편 5월 연휴에 여행계획을 짠 사람은 7%에 불과했고, 그 중 약 절반에 못 미치는 수가 국내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응답했다.  

연휴 ‘방콕파’들도 원한다면 심심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의 경우 노조와 정당들의 전통적 거리 행진 말고도 행락철 시작을 알리는 ‘봄의 날’, 노동절, 전승기념일과 관련된 3,500개가 넘는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세르게이 캅코프 모스크바 시 문화국장은 공원과 가로수길, 보행자전용구역 등에 150개의 야외무대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리키 공원은 5월 1일부터 5일까지 구소련 휴양지, 터키 이스탄불, 지중해 등 상이한 시대 다양한 해안 도시의 분위기를 본딴 거대한 휴양지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고리키 공원에는 인공해변이 설치될 예정으로 이를 위해 모래 1,500톤과 간이등받이의자 150개가 특별히 동원된다.

5월 9일에는 전승기념일 축하행사의 일환으로 2차 대전 참전용사들을 기리는 모스크바 시민 행진이 트베르스키 가로수길에서 열린다. 같은 날 오후 6시에는 승전기념공원이 위치한 포클론나야 언덕에서는 크렘린 오케스트라, 크렘린 승마학교, 크렘린 기마의장대가 참여하는 기마 쇼가 펼쳐질 예정이다.

This website uses cookies. Click here to find out more.

Accept cook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