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모스크바 무제온 예술공원의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사진제공=PressPhoto)
구소련 시절 봄철 주말, 특히 토요일에 실시되던 시민들의 자발적인 거리 청소활동, ‘수보트니크’(러시아어로 토요일을 의미하는 ‘수보타’라는 단어에서 나왔다)가 부활하고 있다. 수보트니크의 역사는 약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0월 혁명으로 집권한 볼셰비키당의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이 이 운동을 창시했다는 것이 정설에 가깝다. 1919년 모스크바에서 실시된 최초의 수보트니크 참가자 수는 불과 15명이었는데 그 다음해가 되자 전국에서 42만 5천 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구소련 시절 수보트니크는 상당히 대중적인 운동이었으나 소련 붕괴 후 잠시 시들해졌다가 최근 들어 다시 자발적인 도시 환경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모스크바의 경우 지난 4월 20일 시민 약 130만 명이 수보트니크에 참가했다고 표트르 비류코프 모스크바 부시장은 밝혔다.
봄이 와 눈이 모두 녹고나면 자원봉사자들은 잔디밭과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와 겨우내 쌓여있던 낙엽을 치우고 공원 벤치에 새로 페인트를 칠하는가 하면 화단에 꽃을 심는다.
환경마케팅 전문가인 올가 보르테에 따르면 러시아 기업들은 보통 '특별한 팀빌딩(조직강화)'이 필요할 때 수보트니크를 실시한다고 한다. 기업들을 위한 수보트니크 행사 조직만을 전문으로 하는 비즈니스가 러시아에서 새로운 사업분야로 등장하기도 했다.
에코솔루션 컨설팅회사 ‘그린업’(GreenUp, 대표 로만 사블린)은 기업들의 거리 환경미화 활동, 나무심기 등의 에코이벤트 행사를 조직해준다. 그린업은 고객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쓰레기의 종류와 재활용 가능한 유리, 철, 플라스틱 분류 방법에 대한 사전교육을 실시한다. 재활용되지 않는 쓰레기들은 매립지로 보내기 위해 따로 자루에 담도록 시킨다.
사블린 대표는 도시의 공원들에서 수거되는 쓰레기 중 약 40%는 재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알루미늄 캔 400개를 가지고 자전거 한 대를 만들 수 있다.
그는 “에코이벤트에 참가하는 많은 사람이 이를 사람들을 만나 수다 떨다 헤어지는 휴식시간 쯤으로 생각하지만 그 중 많은 참가자들이 집으로 돌아가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기 시작합니다”라며 “심리적으로도 큰 효과가 있습니다. 깨끗한 장소는 버리는 쓰레기의 양이 절반으로 줄게 됩니다”라고 지적했다.
기업 차원의 수보트니크 외에 자원활동가들이 주최하는 자원활동도 활성화되고 있다. 그 중 하나인 '쓰레기는 이제 그만' 운동은 2004년에 시작돼 현재 러시아 및 CIS 5개국 100개 도시의 자원활동가들이 연합하여 추진하고 있다.
“이 운동은 동네 청소에서 시작됐어요. 아파트 주변은 환경미화원들이 청소하지만 놀이터 같은 곳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더군요. 그런 장소를 보기 좋고, 깨끗하고,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이 운동의 창시자 데니스 스타르크는 말한다. 금년에 35세인 그의 본업은 은행·결제시스템 컨설팅이다.
그는 9년 전 자신이 살고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이 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운동을 조직한 8명 외에 캠페인에 참가한 사람은 10명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스타르크의 단체가 조직한 전국 연례 수보트니크 참가자 수는 2010년 천 500명, 2011년 9천 명, 2012년 8만 5천 명으로 늘어났다.
‘쓰레기는 이제 그만’ 운동본부는 올해 9월 다시 전국 수보트니크를 개최한다. 금년 수보트니크 행사는 범세계적 환경캠페인 ‘월드 클린업 2013’ 차원에서 이뤄진다. 러시아의 금년 월드 클린업 캠페인 프로그램은 지난 3월 30일 치러진 ‘바이칼 호수의 얼음을 깨끗하게’ 운동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이 행사에는 260명의 자원봉사자가 참가해 총 3 평방km의 면적에서 쓰레기 자루 98개 분량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