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새로운 소비계층 '청소년'... 유흥비 지출 규모 60억 불

(사진제공=스베틀라나 파브쥬크)

(사진제공=스베틀라나 파브쥬크)

러시아에 신세대 소비계층이 형성되고 있다. 작년 러시아 청소년이 유흥비로 지출한 금액은 60억 달러로 2010년 대비 2배 증가했다.

청소년이야말로 글로벌 금융위기 속 세계경제를 지탱해 줄 수 있을지 모른다. 시장조사기관인 Teenage Research Unlimited(국제 리서치 조사 전문업체 TNS 계열사)가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청소년 46%가 올해 지출을 늘릴 계획이다.(86%는 작년만큼 지출하거나 그보다 더 지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자신이 부모보다 나은 삶을 누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이들은 한 해에 얼마 정도를 지출할까? 얼마 전 TNS 러시아 지사가 12~19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작성해 발표한 소비현황 보고서를 보면 그 규모는 몇 십 억 달러에 이른다. 러시아 청소년은 2010년 38억 달러를 지출했고, 작년 지출액은 약 60억 달러에 달했다.

청소년 소비층의 주요 재원은 가계 예산에서 나온다. 취업정보 포털사이트 Superjob.ru 리서치센터는 부모의 78%가 자녀에게 용돈을 준다고 밝혔다.

나탈리아 골로바노바 Superjob.ru 리서치센터장은 “부모는 비록 적은 돈이더라도 자녀가 자기 돈을 갖게 되면 책임감을 느끼고 지출 계획을 세우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믿는다”며 “부모의 61%는 자녀가 어디에 돈을 쓰는지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출처를 관리하면 자녀가 술이나 담배를 산다거나 불량배에게 돈을 빼앗기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Superjob.ru 자료를 보면, 보통 러시아 학생들은 최대 15달러를 용돈으로 받는다고 한다. 대다수 부모(59%)가 용돈으로 15달러를 준다는 말이다. 응답자들은 “이 정도 금액이면 아이들이 학교급식이 마음에 안 들 때 학교식당에서 파이를 사 먹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이 용돈에는 교통비 등도 포함된다. 응답자의 17%는 자녀에게 용돈으로 15~30달러를 준다고 대답했다. 용돈을 이보다 더 많이 줄 수 있는 부모는 얼마 되지 않는다. 30~60달러를 용돈으로 주는 부모는 8%, 60~100달러를 주는 부모는 3%, 100달러 이상을 주는 부모는 2%로 나타났다.

그런데 대다수 어른이 자녀에게 용돈을 주면서도 자녀 스스로 돈을 벌기를 바란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러시아 사회학자들은 오늘날 스스로 돈을 버는 러시아 청소년 수가 서구보다는 확실히 적긴 해도 이 정도만해도 꽤 높은 편이라고 한다.

“부모 중 20%는 자녀가 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밝혔습니다. 청소년은 주로 판매원(9%)이나 배달기사(7%), 도우미(7%), 바텐더나 서빙 종업원(6%), 판촉 도우미(4%)로 일합니다.” Superjob.ru의 골로바노바 센터장은 이렇게 말했다. 사무실 보조나 잡역부, 홈페이지 관리자, 어린이 캠프 조교를 하는 청소년도 각각 3%에 달한다. 전단배포, 조경, 비서업무, 화물하역를 하는 청소년은 각각 2%였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은 받은 용돈이나 스스로 번 돈으로 오디오 플레이어나 유행하는 옷을 사고 영화를 관람한다. 젊은이들이 흔히 즐기는 오락거리에 돈을 쓴다는 말이다. 사회학자들은 러시아 소비시장이 급격히 발전하고, 소비문화가 대중매체와 광고, 우리 주위의 모든 것에 파고들 때 지금의 청소년 세대가 태어나 자랐다는 점을 지적한다. 복지수준이 높아진 것도 현 소비세태에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부모들이 자녀가 원하는 것을 모두 사줄 수 없었지만, 오늘날에는 대부분이 사줄 여력이 된다.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가장 놀라운 점은 러시아에 경제위기가 닥치더라도 이런 소비풍조는 전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러시아에 여러 가지 구매 시스템이 마련되어 소득수준에 따라 다양한 가격대에서 물건을 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고급 부티크에 갈 수도 있고 중고매장에 갈 수도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사회학자들이 행인의 외관만으로 그 사람의 수입이 얼마나 될 지 추측해 보는 특별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요즘에는 외관만으로 한 사람의 수입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누군가의 소득수준을 알려면 청바지나 가방 상표를 찾아보거나 걸치고 있는 옷의 소재를 만져봐야 하고 외투나 재킷 깃 뒤를 살펴봐야 한다… 소비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핵심적인 생존기술은 실제로 ‘어떠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이느냐’인 것이다. 오늘날 러시아 사람들, 그중에서도 청소년은 이 기술을 완벽하게 연마한 것 같다.

전문가들은 대다수 청소년이 노는 것과 소비하는 것을 똑같은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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