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주선의 선장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우주선 선장 세르게이 잘레틴. (사진제공=ESA)

우주선 선장 세르게이 잘레틴. (사진제공=ESA)

“우주는 이중 해석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늘 명확하고, 어렵고 또 두려움을 줍니다”라고 테스트 엔지니어 세르게이 잘레틴은 말한다. 잘레틴은 20년 동안 우주정거장 미르호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근무했다. RBTH는 우주인의 날을 맞이하여 잘레틴 선장과 함께 우주인의 ‘주방,’ 이상적인 우주인, 그리고 공포를 느끼는 순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우주비행사는 어떻게 되는가?

“우주비행사가 되는 길은 늘 만만치 않습니다. 항공 또는 우주항공 관련 학위가 있어야 하고 해당 분야에서 5년 동안 경력을 쌓아야 합니다. 우주비행사의 신장은 150cm 이상으로, 190cm를 넘어서는 안 됩니다. 앉은키는 80~90cm가 돼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창의력, 지각능력과 학습능력, 우주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동기, 문화적 소양, 우주비행학 역사에 관한 지식이 우주인 선별의 중요한 기준입니다. 심리학자들은 심지어 미래 우주비행사들의 성격, 가족사, 경력, 범법행위 유무까지 면밀히 살펴봅니다.”

공포와 우주비행을 하며 느끼게 되는 감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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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의 생활

우주에서의 생활

“처음 비행을 하게 되면 아무것도 제대로 아는 것이 없기에 겁도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경력이 많은 우주인일수록 우주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잘 이해하게 되고 또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 인식할 수 있게 됩니다. 우주선에 타는 순간 여러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지요. 그러면 즉시 그 감정들을 억눌러야 합니다. 나 같은 경우 이 모든 것이 또 하나의 훈련에 불과하다며 스스로 다독입니다. 우주인이라면 발사 후 525초 후, 즉 4단 발사체가 분리되고 관성력을 온몸에 받으면서 무중력 상태가 되면 진짜 공포가 엄습한다는 것을 다 알고 있죠.”

초 단위로 짜인 우주 업무

“우주인들은 우주선 안에서 모든 것이 초 단위로 짜인 시간표에 따라서 일합니다. 만일 정해진 시간에 어떤 것이 작동되지 않으면 몇 초를 더 기다린 후 다른 시스템을 가동하지요. 바로 이 몇 초에 생사가 달려 있습니다.” 

수동 및 자동비행제어 장치

“러시아에서는 기본적으로 자동비행제어장치가 작동할 경우 우주인들은 모든 데이터가 정해진 데로 가고 있는지 살핀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자동제어장치가 부하를 많이 받기 시작하면 우주인은 수동비행모드로 전환합니다. 우주비행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의력을 바르게 분산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륙했을 때 처음으로 미르호 도킹 자동제어장치에 이상이 생겨서 우주인들이 수동으로 도킹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주 공간에서의 업무

“물리적으로 가장 힘든 부분은 아마 이것이겠네요. 우주복을 입고 일을 하려면 몇 가지 요령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팔과 손목을 움직이려면 상당히 많은 힘이 필요하거든요. 우주정거장으로 귀환한 다음에도 며칠 동안 회복기를 가져야 합니다. 근육을 과도하게 사용했기 때문이죠. 무중력 상태인 우주정거장에서는 처음 이틀 또는 사흘 동안은 많이 움직이는 것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우주선으로 이동하고 우주선 창밖을 계속 주시하다 보면 전정기관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매일 우주정거장에서 2~3시간씩 우주인들은 특수장치를 이용하여 훈련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보행 능력, 무거운 것을 들고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능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우주선에서 날아다니는 물체

“그 어떤 물체라도 날아다니지 못하도록 특수 제작된 고무밴드에 넣어놓아야 합니다. 만약 이것을 깜박 잊고 있다가 뒤돌아보면 물건은 이미 그 자리에 없죠.”

우주정거장과 이전 비행 팀이 쓰던 주방

“우주인들은 보통 지상에서 한 시간이면 할 수 있는 실험을 우주공간에서는 두 시간에 걸쳐 수행하게 됩니다. 우주 정거장에서는 이전 비행 팀이 쓰던 장비들을 사용하기 때문이기도 하죠. 한번 생각해보세요. 옆집에 갔는데 옆집 여자가 그 집 주방에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주방 기구는 어떻게 전원을 켜고 끄는지를 설명해주는 거예요. 우주에서도 똑같은 주방이 있어요. 거의 매번 이전 비행 팀의 우주인들은 물건을 제 위치에 놓지 않아요. 그러면 지상과 교신을 해야 하는데, 거기서도 이곳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러면 어느 해변에서 느긋하게 일광욕을 즐기고 있던 우주인은 대뜸 ‘여기는 국제우주정거장이다. 그 플러그를 어디에 두었나?’라는 전화를 받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죠.”

미르호와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차이

“미르호와 국제우주정거장의 차이는 아마 현재와 20년 전의 삶의 차이와 똑같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내가 미르호에서 근무했을 당시 미르호는 만들어진 지 14년이 되었는데 우주정거장으로서는 꽤 오래 사용한 편이었어요. 국제우주정거장은 규모도 커지고 수용 능력도 향상되었어요. 미르호와는 달리 국제우주정거장에는 계기판에 장비들이 사용하기 더욱 편리하게 배열되어 있고 각 미션도 개별 컴퓨터에 연결되어 수행됩니다. 현재는 약 10~20대의 컴퓨터를 사용합니다. 언뜻 보면 지상에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해 보이지만 몇몇 공정이 더 들어간 컴퓨터들이지요. 지상에서는 컴퓨터를 5년 사용하면 이제 바꾸어야 할 시기라 생각하지만, 우주선에서는 1년 6개월에서 2년이 지나면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요. 이제 국제우주정거장도 그렇게 최신식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몇 년 지나면 폐기될 것입니다.”

앞으로의 우주 비행과 우주 관광

“나는 중앙의료위원회의 테스트 과정을 통과해서 비행에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고 비행할 힘이 있음을 느낍니다. 다음 우주 비행은 2016년쯤 우주관광객들과 함께하게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제 역할이 안내인은 아닙니다. 거기서 해야 할 과제와 실험들이 있어요. 나는 우주비행선의 선장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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