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보낸 여섯 시간: 붉은 행성을 위한 심리훈련

Russia포커스 통신원이 모스크바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산하 의생물학문제연구소(IMBP) 내에 재현돼 있는 화성 기지의 폐쇄 공간에서 여섯 시간을 머물러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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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2030’ 프로젝트는 퀘스트 게임 타입의 심리 실험이다. 출처 : Press photo

방치된 화성 기지에서 추위로 손가락들이 얼어 붙는다. 어둠 속, 손 전등의 흐릿한 불빛에만 의지하면서 우리는 마지막 남은 힘을 끌어모아 발전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 중이다. 통제센터는 벌써 삼십 분전부터 응답하지 않는다. 팀원의 절반은 다른 캐비닛에 갇혀 있다. 승강구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닫혀버렸던 것이다.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시간은 전혀 다르게 인식된다. 이미 영원히 시간이 흘러간 듯하다. 우리는 때로 약하게 두드리는 소리와 지친 목소리를 듣는다. “뭔가 해 주세요. 여기 산소가 끝나가고 있어요.”닫힌 문 뒤로 선장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최악의 상황은 기지에 침투한 의문의 바이러스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걸 알아내려고 우리는 암호를 해독하고 컴퓨터에 침투해야 했다. “오늘이 몇 년도인지 알아야 해요.” 내가 의료 요원에게 말한다. 아마 우리가 날아온 그곳, 지구에서는 그녀에게 이름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

나는 ‘화성-2030’탐사의 과학 요원이다. 우리의 임무는 과거 화성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왜 그들은 전부 사라졌을까?

고립된 곳에서의 실험들

‘화성 2030’ 프로젝트는 퀘스트 게임 타입의 심리 실험이다. 이 프로젝트는 그룹 훈련용으로 고안됐다. 외부 세계와 차단돼 고립된 곳에서 화성 임무의 공포스러운 현실과, 불확실성, 한정된 시간에 직면하면서 갑자기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예를 들면, 당신은 자신이 상상하는 모습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Press photo
사진 제공: 아나톨리 도로셴코
아나톨리 도로셴코
아나톨리 도로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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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후에는 심리학자들이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평가나 조언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저 ‘화성에 다녀온 이들’이 자기 나름대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단체가 참가하는 경우에는 어떤 이유로 그룹 내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지, 설정한 과제가 이행되지 않는지 알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실험에 참가하느냐에 많은 것이 달려 있습니다.” 훈련을 고안한 예카테리나 스트리조바가 말했다. “러시아의 내로라하는 인터넷 프로그래머들이 참가한 적이 있어요. 그 사람들은 그저 과제를 푸는 게 아니라 아름답게 풀더군요. 예를 들어, 어디에 힘을 사용할 수 있는지 알아냈지만 그 자체에는 관심이 없었던 거예요. 그런 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즐거웠지요.”

6명이 참가하는 데 드는 비용은 5~7천 달러 정도로, 훈련 내용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까지 이 실험에는 러시아어 사용자만 참가했다. 그러나 스트리조바에 따르면, 외국인용으로도 버전을 바꿀 수 있다. 이상적으로는 참가자 중 누군가 러시아어를 알아서 필요한 상황에는 통역을 할 수 있는 다국적 팀이어야 한다.

게임이 현실로

눈에 잘 띄지 않는 벽돌로 지어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의료생물학문제연구소 건물은 모스크바 중심가의 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높은 담장이 있어 행인의 시선을 받지 않는다. 대다수 행인은 이런 곳에 소비에트의 ‘첫 화성 기지’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사진 제공: 아나톨리 도로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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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아나톨리 도로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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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는 밀폐된 다섯 개 모듈로 구성되어 있으며 선실과 실험 블록도 있다. 한 모듈은 화성 표면을 재현한다. 바로 이곳이 우리 그룹이 기지 내에 폭발물을 성공적으로 설치한 뒤 머무는 곳이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렇게 하는 것은 이전 탐사원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위험한 바이러스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1950년대 말 이 연구소에서는 소비에트의 유명한 설계자로 로켓제작의 기틀을 다진 세르게이 코롤료프가 개인 자격으로 참여해 화성 탐사선 프로토타입이 제작됐다. 2000년대 말에는 화성 비행 시뮬레이션인 국제 프로젝트 ‘화성-500’을 위해 옛기지를 현대화했다. 프로젝트는 러시아과학아카데미와 유럽 우주국이 공동으로 준비했다.

화성 도달

‘화성 500’ 프로젝트에는 자원자 여섯 명이 참가했다. 러시아인 셋과 프랑스인, 이탈리아인, 그리고 중국인 각 1명. 그들은 폐쇄 공간에서 519일간 지냈다. 프로젝트 규모는 약 1500만 달러로 추산된다. ‘비행’은 2011년 11월 초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화성 500’의 성과는 스트리조바와 그녀의 팀이 만든 심리훈련의 기초가 됐다. “프로젝트 결과들을 접하고 나서 그것들이 우주비행사 양성뿐 아니라 사람들이 전문 분야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데도 활용할 수 있는 특별한 것들이라는 점을 알았습니다.” 스트리조바가 Russia포커스에 말했다. “우리는 활동 중인 인물들을 넣고, 전해지는 이야기를 생각해 내고, 참가자들에게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설정해 줬습니다.”

스트리조바에 따르면, 다양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훈련을 희망한다. 예를 들어, 사장이 예비 후계자를 선장으로 만들고 자기 팀과 함께 참가한다. 사장은 예비 후계자가 극한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고 싶었던 것이다. 후계자는 과제를 잘 해결했고 사업을 이끌게 됐다.

“나가야 합니다. 그것들이 당신들 뒤에 오고 있어요…모두 죽을 겁니다.” 내가 다음 코드를 푸는 동안 이런 속삭임이 계속 들려온다. 나는 이 소리가 내 머릿속에만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기 시작한다. 옆 캐비닛에선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불이 꺼진다. 폭발물은 이미 설치됐다. 지구와 통신이 연결됐다. 승강구가 삐걱거리며 열렸다. 나는 발 밑에서 화성의 모래를 느끼고 마침내 별들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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