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요법 효과 없다” 러 과학아카데미 보고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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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측은 보건부에 국가 보건체계에서 동종요법을 퇴출시키고 동종요법 약품의 경우 유효성이 없는 것으로 분류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6일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산하 사이비과학퇴치위원회는 “오늘날 학계에서 동종요법은 사이비과학으로 취급되고 있다. 의학적인 목적으로 동종요법을 사용하는 것은 국내 보건사업의 기본 목표에 배치되며 국가가 이를 퇴출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독립적인 연구에 따른 결과물이 아니라 동종요법에 대한 수많은 기존 연구자료들을 토대로 마련됐다. 30명이 넘는 학자와 의사들이 보고서에 서명했다.

동종요법이 탄생한 지 2백 여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효력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는 “동종요법에 과학적 토대를 마련하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학자들은 보건부에 동종요법 약품을 국가 의료기관에서 사용하지 말 것과 약국에서 관련 약품의 판매시에 그 임상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음을 명시할 것을 요청했다.

그런가 하면, 현재 러시아에서 동종요법은 짭짤한 돈벌이가 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퀸타일즈IMS는 2016년 동종요법 의약품 판매규모를 73억 2천만 루블(1451억 5560만 원)으로 평가했는데, 이는 2015년보다 5.6%가 늘어난 것이다.

“이이제이(以夷制夷)”

호메오파시(homeopathy) 또는 유사요법이라고도 불리는 동종요법(同種療法)은 18세기말에 독일 의사 크리스티안 하네만이 개발한 치료법이다. 하네만은 사람에게 어떤 병을 일으키는 물질을 극소량으로 섭취하는 경우 그 병을 치료하는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비슷한 것으로 비슷한 것을 치유한다’는 개념이 동종요법의 기초가 됐다. 치료를 위해 백 배 정도로 희석되어 농도가 미미한 수준의 활성물질을 사용한다.

학계의 대대적 공세

사이비과학퇴치위원회의 보고서는 러시아 역사상 동종요법에 맞선 가장 진지한 시도다. 타루사 시립병원 내과장인 아르테미 오호틴 심장내과 전문의는 Russia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보고서는 의학계와 학계 전체에 만연한 몽매주의(obscurantism), 의과대학들에 스며든 동종요법, 국영 매체들의 동종요법에 대한 우호적 보도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과거에도 의료계 일각에서 동종요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제는 ‘하나로 큰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종요법 지지자들은 이 보고서에 동의하지 않는다. 경제전문지 코메르산트는 동종요법의 유효성을 확신하는 미하일 시콜렌코 CIS 동종요법의사 전문가협회 회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콜렌코에 따르면,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1세와 게오르기 주코프 원수 등 역사상 많은 유명 인사들이 동종요법 치료를 받았다.

러시아뿐 아니라 다른 나라 학계에서도 동종요법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들이 존재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9년 이미 동종요법 치료에 대해 경고하면서 과학적 근거를 가진 치료법 대신 동종요법을 사용하다가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동종요법 금지될까?

이번 보고서는 법적 강제성은 갖고 있지 않다. 그저 러시아 학계를 대표하는 과학아카데미가 보건부, 연방반독점청 외 유관기관에 보내는 제안서일 뿐이다. 보건부에서는 러시아과학아카데미 학자들과 동종요법 전문가들이 포함된 실무팀을 꾸려 동종요법 실태 조사 및 관련 정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연방반독점청은 이번 보고서의 내용이 “충분히 검증되었으며 이미 오래 전부터 필요했던 것”이라며 보고서의 입장을 지지했다.

아르테미 오호틴은 보건부가 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것으로 러시아에서 동종요법을 완전히 뿌리뽑기는 힘들 것으로 보았다. 그는 Russia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동종요법을 금지시킨다고 이를 시술하는 의사들이 현대 의술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환자들 사이에서 인기는 더 올라갈 지도 모른다. 따라서 보건부가 보고서를 수용한다 해도 그것은 보건부가 과학 및 과학적 지식에 대한 원칙적 충실성을 지키겠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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