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키예프 ‘유로비전’ 대회에 러시아 대표 입국 허가할까?

율리야 사모일로바

율리야 사모일로바

알렉세이 필리포브/ 리아노보스티
우크라이나가 자국에서 개최되는 ‘2017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러시아 대표로 참가 예정인 율리야 사모일로바의 입국을 금지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장애인 가수인 사모일로바가 2015년 크림에서 열린 스포츠 행사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3년간 입국을 금지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이 금년 키예프에서 개최되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의 러시아 대표로 선발된 율리야 사모일로바의 우크라이나 입국을 금지했다고 옐레나 기틀랸스카야 우크라이나 보안국 대변인이 발표했다.

율리야 사모일로바는 어린 시절 얻은 장애로 휠체어를 타고 노래하는 장애인 가수다. 그녀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의 러시아내 방송권 및 키예프행 러시아 대표단 구성권을 가진 러시아 ‘제1채널’ 방송의 내부 선발을 통해 러시아 대표로 선발됐다.

사모일로바의 대표 선발 소식이 전해지자 우크라이나는 즉각 이를 도발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언론은 2015년 그녀가 크림반도의 케르치에서 개최된 ‘스포츠와 우호의 세계’ 축제 갈라콘서트에 참가했다는 사실을 일제히 보도했다. 크림반도는 2014년 3월 주민투표에서 96% 찬성이라는 압도적인 결과로 러시아 병합을 선택했지만 우크라이나를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사모일로바가 2015년 당시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와 세관을 통과하지 않고 크림을 방문했고 이는 우크라이나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우크라이나측의 주장이다.

“수 년에 걸친 선동”

알렉세이 필리포브/ 리아노보스티알렉세이 필리포브/ 리아노보스티

파벨 클린킨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러한 자국의 입장을 염두에 둔 듯 “법은 만인에 평등하다”, “러시아는 여러 해 동안 도발행위를 일삼았다”는 말을 쏟아냈다.

그런가 하면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의회의원 겸 내무장관 자문관은 더 나아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순히 사모일로바의 입국을 금지시키는 것은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고 썼다. 그는 “그렇게 하면 러시아의 선동머신에 이용당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는 우리가 장애인 여가수의 입국을 금지함으로써 그녀가 유로비전에 러시아 대표로 자랑스럽게 참가할 기회를 박탈했다고 떠들 것”이라고 썼다. 그러므로 입국을 허용하되 입국 후 그녀를 구속해 ‘국경법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에 크렘린도 반응을 내놨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사모일로바의 크림 공연 참가는 도발이나 선동과는 무관하다고 발표했다. 그는 “크림에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는가. 러시아인이라면 사실상 모두가 크림에 다녀왔다고 볼 수 있다”며 유로비전이 국제 대회인 이상 개최국인 우크라이나가 대회 규칙을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냉소적이며 비인간적 행위”

율리야 사모일로바 가수는 '불꽃이 타오른다' 노래를 부른다. 출처: Youtube

우크라이나 당국의 사모일로바 입국 금지 결정에 러시아 외무부도 반응을 내놓았다. 그리고리 카라신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는 우크라이나 당국이 내놓은 또 한 차례의 냉소적이며 비인간적인 결정”이라고 밝혔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를 주관하는 유럽방송연맹(EBU) 대변인은 타스 통신에 사모일로바 사건이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데이브 굿맨 EBU 공식대변인은 “모든 대표단이 우크라이나를 찾을 수 있도록 할 해법이 발견되기를 고대한다”며 우크라이나 당국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Russia포커스는 유로비전 러시아 대표단측에 우크라이나가 결국 사모일로바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었다. 하지만 대표단측은 대표단장이 바쁜 일정때문에 대답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사모일로바 자신은 우크라이나 입국 문제에 대해 전혀 고민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녀는 “모르겠다. 그 문제에 대해선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 임무는 제대로 준비해서 무대에서 멋지게 노래하는 것이다. 연습을 많이 했다. 나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편으로 다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스템으로 굳어가는 대러 적대관계>

미하일 포그레빈스키 키예프정치연구분쟁학센터 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당국이 결국에 가서는 사모일로바의 입국을 허가할 것이라며 그 이유로 “톨레랑스를 중시하는 유럽사회의 비난이 두려워서”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입국 후에도 그녀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없을 것으로 그는 보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는 톨레랑스의 원칙은 아랑곳하지 않은 극렬 활동가들이 대단히 많기 때문에” 사모일로바가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느낄 것은 틀림없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러시아 사회경제정치연구소의 알렉세이 주딘 전문가평의회 위원은 우크라이나가 실제로 사모일로바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크게 보았다. 하지만 그는 그녀가 설사 크림을 방문한 적이 없더라도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대표인 그녀를 편히 대접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비전은 가요 경연대회이고 그녀는 젊은 장애인 여가수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주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극히 적대적인 대러관계 공식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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