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우크라이나 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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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교전이 격화되다 잦아들기를 반복하며 거의 3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등 중재국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Q&A로 요즘 상황을 알아본다.

1.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는 2014년 4월 7일부터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NR)'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LNR)'라는 자치정부 수립을 선포한 분리주의 세력 간의 전투이다. 정부군과 반군의 치열했던 대규모 교전은 2015년 2월 12일에 체결된 민스크 평화협정으로 일단 중단되었으나, 소규모 교전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정세가 때론 긴박하게 돌아간다. 2017년 1월 말 교전으로 수 십 명이 사망했다. UN 발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내전으로 희생된 사람이 9800명을 넘어섰다. 여기엔 전투원, 민간인, 2014년 7월 17일 추락한 여객기 보잉777기(도네츠크 주 상공에서 격추되어 탑승자 전원 사망, 분쟁 당사자들은 모두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탑승자 모두가 포함된다.

2. 분쟁은 왜 시작되었나?

우크라이나 지도. 인포그래픽: 키릴 폴루킨/ Russia포커스우크라이나 지도. 인포그래픽: 키릴 폴루킨/ Russia포커스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은 주민 대부분이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한다. 게다가 자치를 선포한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이 현재 대부분을 관리하는 도네츠크 석탄 산지(돈바스 지역: 도네츠크 남서부와 루간스크 남부의 통칭)는 우크라이나 최대 석탄 생산지이다. 이곳은 우크라이나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발전한 지역에 속한다.

2014년 2월 키예프에서 야권이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전 대통령을 권좌에서 몰아내자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이 소요 사태의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 동부 지역 주민들은 새 정부가 민족주의 정책을 펼치고 러시아어 사용을 금지할 것을 두려워했다. 2014년 3월 16일 크림반도의 러시아 귀속을 결정한 크림자치 공화국의 주민투표 결과 또한 상황을 더 극단으로 치닫게 하였다.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에서 지방 행정기관 청사들을 점거했던 분리주의자들은 2014년 4월 7일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 수립을 선포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이들을 상대로 '반(反)테러작전'에 돌입했다(아직도 우크라이나 정부는 분쟁을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유혈 충돌이 계속되는 가운데 위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었다. 2014년 여름이 되자 정부군과 반군은 장갑차량, 항공기, 방공무기체계까지 전투에 투입했다. 이런 설명과 달리 러시아 정부가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개입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아래 Q&A 4 참조)

3. 우크라이나 정부와 분리주의자들은 분쟁을 어떻게 보나?

일단 한 측면을 보자. 양측의 입장은 양립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크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을 테러 집단이라고 규정한다. 이 두 공화국은 우크라이나 정부를 러시아어가 모국어인 주민을 대량 학살하는 극우 민족주의 정권이라고 비난한다.

다른 측면도 있다. 동부지역의 두 자치 정부와 나머지 우크라이나 지역들 간에는 긴밀한 경제적 협력 관계가 여전히 형성되어 있다. 돈바스 지역은 우크라이나 다른 지역으로 석탄을 공급하고,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은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에 세금을 낸다. 우크라이나 정보국(SBU)은 2016년 우크라이나 세수 중 31.6억 그리벤(11.7억 달러)가 이 두 자치정부로부터 확보된 것이라고 밝혔다.

“무장 충돌이 극단으로 치닫든, 잠잠해지든 그에 상관없이 분리주의자들의 통치 지역과 우크라이나 다른 지역 간의 경제적 협력은 한 번도 중단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 내전의 역설”이라고 코메르산트지의 빅토르 로샤크 기자가 말한다. 양측의 희생자 수가 얼마나 되든 공동 경제는 계속 기능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며,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루간스크 인민공화국'과 나머지 우크라이나 지역은 서로 깊이 의존한 상태라고 로샤크 기자는 강조한다.

4.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은?

러시아는 2014년 12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놨다.총리는 “크림반도는 러시아에 속하고, 돈바스는 우크라이나에 속한다. 자치공화국을 수립하려는 분리주의자 편에서 싸우는 러시아인들은 자발적으로 돈바스로 간 것이다. 러시아 외무부도, 크레믈 궁도 이를 수 차례 천명했다. 러시아 정부는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와 더불어 러시아는 이 두 자치공화국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에 아낌없는 비난을 쏟아 부었다. 그러다 이듬해 1월 무력충돌 사태가 악화되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사태를 악화시킨 장본인인 우크라이나 정부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다른 나라들로부터 차관을 얻으려 한다고 비난했다.

한편,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분쟁을 촉발했다고 비난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를 지지하고 나섰다. 예를 들어 사만타 파월 유엔 미국대사는 2014년 우크라이나 대선에 앞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남동부에서 벌어진 조율된 군사행동은 러시아가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의 ‘크림 SOS’ 프로젝트내 파월의 계정에는 “러시아는 사실을 왜곡하고 러시아 언론은 선전선동과 거짓을 퍼트립니다. 크림에선 러시아 군대가 공관을 장악했습니다. 우리는 도네츠크에 있는 이런 사람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다 압니다. 그건 러시아예요.. 내 말이나 정부의 말을 듣지 말고 비디오 프로그램을 한번 보세요. 이런 불안정한 상황은 러시아가 조장한 것입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며 우크라이나 인민 스스로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2014년)25일 우크라이나 선거를 위해 모든 수단을 다 해 지원할 것입니다”라고 올라와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이런 비난을 단호하게 거부하며 우크라이나 동부의 상황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지 않았으며 돈바스 사태는 ‘시민 전쟁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유럽과 미국의 군대가 우크라이나 내전에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돈바스에서 대규모 교전이 발발했을 때 우크라이나 정부군 또는 분리주의 민병대로 자발적으로 들어가 사망한 외국인은 최소한 각각 수십 명에 달한다.

5. 양측은 어떻게 화해하려 하는가?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출처: ZUMA Press/Global Look Press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출처: ZUMA Press/Global Look Press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1, 2차 민스크 협정이 2014년 가을과 2015년 겨울에 체결되었다. 이 협정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프랑스, 독일 정상들이 합의한 방안이다.

협정은 먼저 각 측이 전투지역에서 병력을 철수하고 교전을 중단한 후 우크라이나가 헌법을 개정하고 분리주의자들을 사면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했다. 이어 이들 조치가 시행된 다음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의 영토는 우크라이나 중앙 조직에 통합되어 통치된다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민스크 협정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교전 중단 단계에서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6. 다른 나라들이 돈바스 사태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CIS 국가 연구소 블라디미르 옙세예프 부소장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현재로써는 유럽에서 최대 무력 분쟁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이 심각한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불법 무기 거래,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유입, 이주 노동자 문제 등을 일으키며 이 사태는 유럽에 피해갈 수 없는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

공수표가 될 위기에 처한 민스크 평화협정에 대해 옙세예프 부소장은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한다. 하지만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되면서 사람들의 희생이 계속되는 것으로써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면서 “돈바스 문제와 크림반도 문제가 미-러 관계의 중심이 된 상황에서 러시아와 미국이 건설적인 대화에 임하지는 않을 것이고 이는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7. 내전은 언제, 어떻게 종식될까?

러시아 국립 경제대학교(NRU HSE) 국제정치 및 국제경제 대학 세르게이 카라가노프 학장은 “1, 2차 민스크 협정의 대안은 여전히 없지만, 분쟁 당사자들이 협정을 이행하도록 러시아와 미국 같은 외부 세력이 압박을 가해야 한다”며 “유럽 국가들은 현재 자기들 문제만으로도 벅찰 지경이다. 이들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극히 적다. 서방 국가 중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옙세예프 부소장은 카라가노프 학장의 견해에 전반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러시아와 미국이 타협점에 도달할 수 있을지를 예단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우크라이나 문제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면서 “러시아의 입장이 명확한 지금 상황에서는 모든 것이 미국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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