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의 위선 독설로 꼬집던 ‘외교가의 거인’ 故 추르킨 대사 어록

비탈리 추르킨 대사

비탈리 추르킨 대사

Getty Images
20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뜬 비탈리 추르킨 유엔(UN) 주재 러시아 대사는 10년 간의 유엔 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어록을 만들어냈다. 중요한 순간들마다 러시아의 국익과 입장을 대변했던 그는 때로는 신랄한 독설가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장수 유엔 주재 대사였던 비탈리 추르킨 대사가 20일 심장마비로 뉴욕에서 별세했다. 푸틴 대통령이 유가족에게 애도를 전했으며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그를 “위대한 외교관이자 가족처럼 가까웠던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해외 각국의 동료 외교관들도 추모의 뜻을 표했다.

추르킨 대사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을 접한 사만다 파워 유엔 주재 전 미국 대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미-러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인 외교의 거장이자 깊은 배려심을 가진 사람”으로 표현했다. 매튜 라이크로프트 유엔 주재 영국 대사는 “훌륭한 인품을 가진 외교가의 거인”이라고 표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연단에서 러시아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명료하며 강경한 발언을 내놓던 그였기에 다른 서방 외교관들과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유엔 무대에서 남긴 유명한 발언들을 정리해보았다.

“당신이 테레사 수녀인가”

2016년 12월 사만다 파워 전 미국 대사가 알레포 민간인 사망에 대해 시리아 정부와 친시리아 정책을 펴고 있는 러시아를 비난하자 추르킨 대사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 대표는 본인이 마치 테레사 수녀라도 된 듯 말을 했다. 당신이 대표하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잊었는가? 자국이 그동안 저지른 업적들을 기억해보라! 그런 후에 도덕적이든 무엇이든 우월감을 갖고 남을 비난하시라! 누가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는 역사와 하나님께서 심판하실 것이다.”

“유엔은 교회도 극장도 아니다”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후 추르킨 대사는 유엔에서 많은 비난에 맞서야 했다. 2016년 10월 스티븐 오브라이언 유엔 인권문제 사무차장이 (서방이 러시아에 책임을 묻던) 알레포 상황을 묘사하면서 18세기 영국시인 로버트 번스의 싯구를 인용했다. 추르킨 대사는 즉각 응수했다. “설교가 듣고 싶었다면 교회에 갔을 것이다. 시 낭독이 듣고 싶었다면 극장에 갔을 것이다. 우리가 유엔 사무국 지도부로부터 기대하는 것은 현상의 객관적인 분석이다. 시도는 좋았지만 실패했다.”

“중동의 죄인들”

추르킨 대사는 서방 국가들 또한 같은 죄를 저지른 상황에서 서방 외교관들이 시리아에서의 민간인 죽음에 대해 러시아를 비난하는 것이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2016년 10월 연설에서 그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민간인 폭격을 한 사실을 이렇게 상기시켰다. “그러니 존경하는 동료 여러분, 시리아와 이라크, 그외 우리가 아는 수많은 분쟁에서 저지른 죄에 대해 용서를 빌어야 할 나라는 많습니다.”

크림에 말비나스로 응수

다른 많은 러시아 외교관들과 마찬가지로 추르킨 대사는 2014년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이 러시아의 주권 영토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2017년 2월 크림을 우크라이나에 반환하라는 영국과 미국 대사의 요구에 그는 이렇게 응수했다. “미국 헌법은 ‘우리 인민은(We the people)’이라는 유명한 어구로 시작한다. 크림 주민은 국민투표(2014년 3월 16일)에서 자신의 의지를 아주 분명하게 표현했다. 93%의 주민이 러시아와의 병합에 찬성했다.” 이어 그는 영국 대사에게 “말비나스 제도(포클랜드)와 지브랄타와 다른 약탈 영토를 먼저 반환한 후 러시아를 훈계하라”고 꼬집었다.

용기를 낸다는 것

2014년 CNN의 유명 여성앵커 크리스티안 아만포가 추르킨 대사가 자신과의 인터뷰를 거절한 이유가 불편한 질문에 대한 대답할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냐고 비난하자 그는 공개 서한을 통해 이렇게 응수했다. “1983년 나는 (소련의 실수로 전투기에 의해) 한국 민항기가 격추되고 2주가 지나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해명 연설을 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직후인 1986년 5월에는 미국 하원에서 증언을 하기도 했다. 그런 내게 ‘용기가 없다’고 비난하는 것은 우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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