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일본의 ‘줄다리기 평화 협상’ 결과가 어떨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신조 아베 일본 총리는 소치에서 만난 모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신조 아베 일본 총리는 소치에서 만난 모습.

로이터
곧 개최될 러일 정상회담은 남쿠릴 열도 영토 분쟁에 대한 실질 협상의 시작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많은 단계 중 첫 걸음일 뿐이다.

러시아와 일본의 정상은 12월 15일 70년 간 계속된 남쿠릴 열도 영토분쟁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경제 협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정상 회담을 개최한다.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은 총리로 재임하던 2009년 일본을 방문했었다. 2013년 대통령 취임 이후 방일을 계획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G7의 반응 때문에 연기됐다.

러시아와 일본 언론은 이번 러일 정상회담을 역사적인 기회라고 환영하지만, 실제로는 이 줄다리기 평화 협상이 양측에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정상회담 이후 실질적인 협상이 시작되면 지속적으로 입장과 동기를 유지하는 문제가 핵심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러시아에 대한 특별한 관심

아베 일본 총리의 대응(또는 과도한 대응)과 전례없이 적극적이 실용주의적 대러 접근은 다른 유럽 지도자들 뿐만 아니라, 그의 전임자들과도 크게 다르다. 일본 언론이 10-2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을 만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가운데 아베 총리는 양국이 협력해 상호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업을 제시했다. 또한 내각의 핵심 인물인 히로시게 세코(Hiroshige Seko) 경제무역산업성 장관을 최초의 대러시아 경제 협력 담당 장관으로 임명함으로써 경제적인 매력 공세를 한껏 퍼부었다.

이전의 화해 시도와 달리 러시아의 몇 몇 정부 고위 공직자들은 구체적인 경제 협력 패키지 개발에 비중을 두고 있다. 그 사람들은 이고르 슈발로프(Igor Shuvalov) 제1부총리, 데니스 만투로프(Denis Manturov) 산업통상부 장관, 그리고 최근 구속된 알렉세이 울류카예프(Alexey Ulyukayev) 경제개발부 장관 같은 이들이다. 그 가운데 울류카예프가 구속되는 바람에 일본은 우려했지만 이 문제가 양자 관계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와 동시에, 아베 총리와 쇼타로 야치(Shotaro Yachi) 외교정책 보좌관은 니콜라이 파트루셰프(Nikolay Patrushev) UN 안전보장이사회 비서실장, 세르게이 나리시킨(Sergey Narishkin) 당시 하원 의장, 발렌티나 마트비옌코(Valentina Matviyenko) 상원 의장 같은 러시아 주요 인물들과 전략적 채널을 유지해 왔다.

그렇지만 러시아와의 완만한 화해는 2012년 일본 민주당 요시히코 노다(Yoshihiko Noda) 총리 대행 시절 시작됐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당시 푸틴 러시아 총리는 유도에서 사용되는 ‘히키와케(hikiwake,무승부)’와 ‘하지메(hajime, 시작)’과 같은 일본어 지식을 선보였다.

60여년의 교착 상태

야마구치현의 나가토시 이어 도쿄에서 이틀간 진행 될 일련의 회담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1956년 소련-일본 선언을 양국 의회가 비준한 이후 60여 년 만의 일이다. 푸틴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Sergey Lavrov) 외무부 장관은 이 선언이 여전히 남 쿠릴열도 문제 해결과 관련한 러시아의 기본 입장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새로운 접근 방법을 제안한 아베 총리는 러시아에게 1956년 선언이 갖는 중요성을 인식했다. 이는 1993년 도쿄 선언과 이전 여러 지도자들의 비타협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타협의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일본 지도자는 주도권, 외국 지도자와의 강력한 개인적 관계에 대한 기대와 함께 양자 대화에서 오랫동안 부족했던 강력한 정치적 의지를 과시했다.

경제가 정치를 이기다

아직도 러시아 지도자는 일본과 영토 분쟁을 해결하고, 일본 지도자와 신뢰를 쌓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오랫 동안 러시아가 이들 영토를 관리하고 통제해 왔기 때문에 길게 보면 시간은 일본의 편이 아니다. 사람들은 이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아베가 최선의 방법을 갖고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2021년까지 그의 임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그의 후임 총리들과 국민이 국내 경제에 우선 순위를 두면서 쿠릴 열도 문제를 소홀히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이 협상을 국민에게 쉽게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인가?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일본 기업이 지원하거나 돈을 대는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일본 투자자와 무역 상사의 이익이 될 것이다. 아베 내각은 이들의 해외 투자를 꾸준히 장려해 왔다. 또 아베 총리의 원자력 발전 계획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강한 반대를 염두에 둔다면 석탄, 액화 천연 가스(LNG), 또는 러시아 전기를 수입해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은 환영할 만하다. 일본이 가장 우려하는 국가는 러시아가 아니라 북한과 중국이다.

미국의 상황

이제 ‘방 안의 코끼리(모두가 어렵다고 인정하지만 무시하고 언급하지 않는 문제. 편집자 주)’’를 보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은 러일 평화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일단 트럼프의 선거 공약을 보면 그는 덜 간섭적이기 때문에, 트럼프와 마이크 플린(Mike Flynn) 안보 보좌관이 러-일 평화협상을 방해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협상이 ‘중국과의 균형’을 잡는 문제와 관련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의 공약은 취임 후 수정될 수 있다. 많은 것들이 신임 국무 장관의 성향뿐 아니라, 미일 동맹 문제를 담당할 새 인사들에 좌우될 것이다.

일부는 아베 총리의 적극적인 러시아 접근이 힐러리 클린턴(Hilary Clinton)의 대선 승리를 전제로 했던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는 대러제재 강화, 러시아 고립 시도로 이어져 러시아의 협상력을 낮출 가능성이 있었다. 사실 트럼프가 취임하게 되면 이러한 기회주의적 동기는 약화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아베 총리가 기울이는 노력은 실제로 2013년부터 시작됐고, 따라서 크림반도 제재 결의안이 채택되기 이전부터 실행돼 온 것이다.

예기치 않은 결과

위에서 언급한 불확실성과 민감한 협상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아베 총리의 성향을 염두에 둔다면 실제 회담에 앞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양측이 그 내용을 실현하고 기대를 관리하는 것은 두 나라에 도움이 된다.

12월 정상회담은 러시아와 일본 간에 실질적 협상이 시작된다는 점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이는 많은 단계들 중 첫 번 째일 뿐이다. 그러나 양국이 지금처럼 획기적으로 가까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니콜라이 무라시킨=케임브리지 대학교 St. Catharine 컬리지에서 아시아, 중동지역을 연구하는 박사 후보생. 일본,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과 아제르바이잔의 학자들이 포함된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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