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TPP에서 미국을 대체할 수 있을까?

페루 APEC 정상회의

페루 APEC 정상회의

미하일 메첼/ 타스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비준을 거부한다면 이는 러시아의 역내 영향력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APEC 정상회의 결과는 러시아가 중국과 함께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양국의 통합 프로젝트를 발족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페루 APEC 정상회의 최종 성명서에는 ‘역내 자유무역지대 조성은 지역 통합을 위한 기본 요소’라고 써 있다. 성명서는 동시에  기존 협정의 범위 내에서도 서로 다르게 전개되는 발전 양상과 자유화의 수준이 지역 통합에 방해가 된다는 점도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APEC 정상회의의 실질적인 결과 중 하나로 러시아와 중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자유무역지대를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을 꼽는다. 중국 외교부는 이미 관련 내용을 발표하였다. 양국의 공동 프로젝트에는 페루와 칠레도 참여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거부하기로 천명한 상황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역내 비중은 확대될 것이다.

러시아의 코메르산트지에 따르면 새 협정은 2017년이면 마련될 수 있다. 협상은 비공개로 진행되며, 내용은 아직 알려진 바 없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협정 참여자에 요구되는 내용은 TPP 수준보다는 낮을 것이다. 국가 기업 ‘피남’의 금융 분석가 티무르 니그마툴린은 “11월 18일~20일 페루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의 중요한 결과는 유라시아 지역, 특히 러시아와 중국의 주도로 통합 프로세스를 논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TPP의 향방

‘오트크리티에 브로케르’의 대표이사 거시경제 분야 고문인 세르게이 헤스타노브는 “TPP는 세계무역기구와 유사하되 회원국은 상대적으로 적은 기구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발족된 것”이라며 “그런데 회원국들은 최대한의 특혜 관세 제도를 용인할 수 있을 정도로 미국에 충성을 다하는 국가”라고 말했다. 이 점은 유럽 연합뿐 아니라 중국도 크게 우려하는 대목이다. 세르게이 헤스타노프는 “트럼프의 당선은 TPP뿐 아니라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의 실현에도 큰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국민경제국가행정아카데미의 블라디미르 살라마토프 국제통상학과장은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TPP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트럼프가 자기 입장을 고수한다면 TPP에 반대할 것이고, 그렇다면 비준안은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살라마토프는 “TPP의 다른 회원국들이 협정을 유지하려 해도 리더 자리는 공석이 된다”며 “중국도 이 협정의 모든 조항들을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그 예로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지금까지 자신의 연합을 발전시켜 왔으며 호주, 인도, 한국, 중국, 뉴질랜드, 일본을 회원으로 하는 포괄적인 역내 경제동반자협정이 그것이라고 살라마토프 과장은 지적한다.

러시아의 역할

러시아와의 협력은 중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자국의 통합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데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페루 APEC 정상회의 폐막 기자 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비공개 무역 기구는 절대 구축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세계의 무역 및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리아 노보스티’의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유라시아경제공동체(EEC)와 중국의 신 실크로드 경제권 프로젝트를 결합시킬 용의를 피력했다. 이는 러시아가 경제 통합을 위한 대안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브라디미르 살라마토브는 “2016년 6월 상트페테르부르그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유라시아 대륙을 무대로 한 폭넓은 무역 경제 협력을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첫 단계는 중국과 옛소련 지역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통합 기구 즉 유라시아경제공동체 간에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 기구의 회원국은 현재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이라고 말했다. 2016년 11월 초 상트페테르부르그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총리들이 회동, 자유무역지대 조성을 위한 논의의 개시를 선언했다.

헤스타노브에 따르면, APEC 정상회의 결과와 미국의 TPP 비준 거부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러시아의 역할 증대에 기여할 것이다. 그는 “APEC의 범위 내에서 열린 러·중 회담은 러시아와 중국의 대기업들이 훨씬 더 긴밀하게 장기 협력 프로젝트를 합의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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