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쿠릴 열도에 미사일 방어망을 배치한 이유

러시아는 오는 12월로 예정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일에 앞서 남쿠릴 열도에 대함 미사일 시스템을 배치했다.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아 2차 세계대전이 공식 종료되지 않은 양국 간의 70년에 걸친 외교적 대치에서 위험 수위가 높아졌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출처 : 드미트리 아스타코프/ 타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12월 15일 방일을 앞두고 러시아가 쿠릴 열도에 ‘발’과 ‘바스티온’ 미사일 시스템을 배치했다. 이들의 나토 코드명은 각각 센나이트(Sennight)와 스투지(Stooge)다. 두 섬은 2차 세계대전 말 러시아가 일본에서 빼앗은 뒤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고 일본 정부가 ‘북방 영토’라고 부르는 섬들이다.

이 조치는 푸틴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일본 야마구치 현 정상회담을 불과 몇 주 앞둔 지난 11월 22일 취해졌는데 영토 분쟁 조정을 위한 정지 작업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무기 성능에 따라 긴장이 높아지지 않을 수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도 않을 것 같다.

X-35 대함 미사일을 장착한 ‘발’ 시스템의 사거리는 120km다. 하지만 ‘바스티온’ 은 초음속 오닉스(Onyx) 미사일로 전투함 뿐 아니라 사거리 600km 안에 있는 지상 목표물도 파괴할 수 있다. ‘바스티온’은 방어 무기만이 아니라 공격 무기다.

2016년 3월 대함 미사일 배치 계획에 관한 기사가 처음 나가자 일본 신문 ‘재팬 투데이(Japan Today)’에는 독자의 논평이 달렸다. “러시아는 자국의 군사 보급 라인을 몇 몇 이익을 넘어 국경까지 뻗치는 프로그램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있지도 않은 위협을 방어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로써 러시아는 ‘인내’라고 하는 의미있는 자원에서 멀어지고 있다.”

서양인으로 보이는 매트 하트웰의 논평은 이 미사일이 일본에 맞서 미래의 중국-러시아 동맹이 사용할 수 있는 무기라는 추측까지 제기했다. 그는 “이 미사일은 러시아와 중국이 일본 본토는 아니라도 일본 영토를 공격하기로 합의할 경우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일본의 군사력은 이들보다 열세다. 중국은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전반적으로 ‘발’과 ‘바스티온’에 달린 논평은 초조함을 담고 있다. 이런 초조함이 다가오는 협상을 망치지는 않더라도 협상을 둘러싼 분위기를 망칠 수는 있다.

섬세한 외교의 필요성

러시아전략연구소 산하 군사정책 및 경제 분과 책임자인 이반 코노발로프는 “쿠릴 열도 내 군사력 강화의 의미를 과장할 필요는 없다”면서 “다만 ‘세력 과시’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사일 배치는 2008년 시작된 러시아 군 개혁의 일환이자 일부다. 극동 지역은 군사 인프라와 재무장의 측면에서 너무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다. 진작 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아가 “현재 진행되는 군사력 강화 조치는 발트 해 연안에 고립 돼 있는 러시아 최서단 영토 칼리닌그라드에서 진행되는 것과 같은 성격의 작업이다. 나는 시리아에 배치돼 역내의 전략 균형을 완전히 바꾼 S-400 방공 시스템을 배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와 이런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Q=‘발’과 ‘바스티온’ 미사일 시스템 배치가 오랜 전에 결정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이번 조치는 모종의 타협에 대한 기대가 일어나는 가운데 진행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지 않나?

A=“맞다. 미사일 배치는 미리 계획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정학에서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드물다. 내가 보기에 이것은 사실 정치적 의지의 과시이자 모종의 세력 과시이다.”

Q= 하지만 미사일 배치 시점은 부적절한 것 아닌가.

A=“그렇지 않다. 양자 관계가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 같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게다가 중국이 역내에서 목소리를 더 높이고 있다. 러시아는 ‘아시아 선회’를 하며 거점을 강화하고 있다. 새로 당선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은 일본을 방어하는 데 힘을 기울일 것 같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영토 분쟁을 빚고 있는 쿠릴 열도에 대해 타협점을 찾고 있다면 실용적인 행보를 취할 것이다.

어떤 면에서 ‘발’과 ‘바스티온’ 미사일 배치 시점은 적절하다. 다시 말해 러시아와 일본의 관계가 벼랑 끝에 놓여 있다기보다는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동방에서는 세련되고 섬세한 수준의 관계를 요구한다. 이것이 정말 중요하다.”

푸틴 대통령의 방일 싸고 복잡해지는 상황

2015년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 사이의 어려웠던 회담으로 기억할 만하다. 회담은 러시아가 ‘쿠릴 열도의 지위는 협상 불가’라고 선을 그으면서 파국을 맞는 듯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일본이 2차 세계대전 종전 결과를 인정해야 한다”고 되풀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이 ‘한계선’이 대화에 대한 양측의 의지를 좌절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 말로 예정돼 기대를 모았던 푸틴 대통령의 방일은 다시 한 번 연기됐다. 어느 면에서 방일 연기는 러시아와 일본 양국이 허우적 거리며, ‘전쟁도 평화도 없는’ 법적 교착상태를 연장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과중한 양자 관계 포트폴리오에 ‘발’과 ‘바스티온’ 미사일 시스템이 추가되면서 푸틴 대통령의 방일에 담긴 본질과 양식(일본에서는 이것이 중요하다)을 둘러싼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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