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유가 하락 악재”, “양국관계 개선 기대”... 미 대선 결과 각양각색 러 반응

기념품 가게에서 러시아 인형.

기념품 가게에서 러시아 인형.

미하일 포추예프/타스
러시아인들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 선거 개표를 러시아 국내 선거만큼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미국이 새 대통령을 선출했다. 막말의 대가인 백만장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승리했다. 이러한 결과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전문가 집단은 물론이고 세계 증권시장도 쇼크에 빠졌다. 그런가 하면 캐나다 이민을 알아보려는 미국인들의 동시 접속으로 캐나다 이민국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트럼프와 클린턴의 선거캠페인 수사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였던 대목 중 하나가 대러 관계다. 러시아는 양국 관계의 미래를 위해 더 적합한 인물로 분명히 트럼프에게 기대를 걸었을 것이다.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모스크바 시민들은 TV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하루 동안 진행된 미국 ‘최대의 TV 정치쇼’는 러시아에서도 최대의 ‘볼거리’가 됐다. 러시아 연방 TV방송들에선 미 대선 선거구 개표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했고, 하원의원, 외교관 등 다양한 패널들의 해설과 토론이 이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세계 정상 중 첫 번째로 트럼프 당선자에게 축전을 보냈다.

우스꽝스런 아웃사이더에서 미국 대통령으로… 앞으로의 전망은?

“당신은 행복한가 아니면 무서운가?” 아마도 이것은 11월 9일 아침 러시아 SNS에 가장 많이 올라온 질문 중 하나일 것이다. 사람들은 정말로 이중적인 감정을 느낀 것 같다. 대통령이 되면 힐러리를 감옥에 보내고 80억 달러를 들여 미-멕시코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세울 것이라 공언해 온 트럼프가 누군가에겐 ‘우스꽝스런 아웃사이더’로 보였겠지만, 그가 승리한 지금 그의 공약들을 진지하게 되새겨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트럼프의 당선 소식이 전해지자 신문기자 일리야 아자르는 “왜 다들 슬퍼하는 거지? 왜 아무도 기뻐하지 않는 거야? 트럼프가 이제 미국 대통령이야! 정말 끔찍하게 즐겁지 않아?! 정말 앞으로 얼마나 재밌을지 기대된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썼다.

러시아 야권의 자유주의자들도 혼란스러운 감정을 드러냈다.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는 “크렘린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의 공약을 읽어보지도 않았단 말인가? 트럼프는 미국내 석유 생산 및 수출 자유화를 통해 석유 가격을 떨어뜨리려 하고 있다”고 자기 트위터에 썼다.

그런가 하면 야권 라디오방송 ‘모스크바의 메아리(Эхо Москвы)’의 블라디미르 바르폴로메예프 기자는 트위터에 “이제 러시아가 지저분한 아파트 현관, 깨진 도로, 보잘것 없는 연금에 대해 누구를 욕할지 궁금하다”고 썼다. “트럼프를 욕할 수는 없을 거 아닌가!”라는 말과 함께. (러시아인들이 툭하면 모든 불행의 원인을 미국에서 찾는 것을 빗댄 것 - 편집자 주)

크렘린이 실제로 백악관의 차기 주인으로 반러 성향이 강한 힐러리 클린턴보다는 트럼프를 원했을 것이라는 추측은 많은 유머를 양산했고 트럼프가 푸틴의 스파이라는 음모론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 민스크에 사는 벨라루스인 나탈리야 고랴치코는 자기 페이스북에 “푸틴이 어떻게 트럼프를 포섭했는지는 모르겠다(아마도 미인대회 개최를 위해 트럼프가 모스크바를 방문했던 2013년에 만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푸틴의 스파이라는 점은 확신한다”고 썼다.

국내 선거보다 미국 대선에 더 큰 관심

라디오 방송 ‘코메르산트 FM’의 평론가 스타니슬라프 쿠체르는 “사람들은 얼마 전의 러시아 총선 때보다 이번 미국 대선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미 대선 결과가 러시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수많은 논의보다 미국 대선을 다룬 러시아 언론의 보도 방식이 훨씬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쿠체르는 “2016년 미국이 러시아 전체가 아니라면 적어도 러시아 언론을 100% 점령한 것처럼 보였다”고 썼다. 러시아 언론은 이번 미 대선을 매우 집중적으로 세세하게 보도했으며 이것은 마치 국내 정치를 ‘자유롭게’ 논평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쿠체르는 이런 현상에 대해 “열등감의 발현이 아니겠냐”면서  “미국의 전국파 방송에서 프라임타임에 러시아 대선의 이모저모를 입에 거품을 물고 토론하는 때가 온다면 그때야 말로 러시아가 진짜 위대한 국가가 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RT 방송국과 ‘로시야 세보드냐’ 통신사의 마르가리타 시모니얀 편집국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은 내 차 한쪽 창에 러시아 삼색기를, 다른 창에 미국 성조기를 꽂고 다니는 중이다. 좀 이르지만 ‘평화, 우정, 껌’(소련 시절 아이들이 싸우고 나서 화해할 때 외치던 표현 - 편집자 주)을 상징한다고나 할까?”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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