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일본, 쿠릴 문제 해결할 수 있나

시코탄 섬

시코탄 섬

알렉산더 리스킨/ 리아 노보스티
교환 앞둔 쿠릴 열도?

지난 9월 5일 중국 항조우 G20 정상회의 결산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쿠릴 열도 문제에서 타협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타협의 출발점은 1956년 소련과 일본이 체결한 협정이다. 이 협정은 쿠릴 열도의 남부 섬 2개를 일본 측에 이양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하지만 협정에는 규정되지 않은 것들이 아직 많다. 예를 들면, 두 섬이 어떤 조건으로 이양되고 그럴 경우 주권은 어느 나라 속하느냐 같은 것들이다”고 덧붙였다. 이들 문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와 일본 사이에 이어져 온 영토 문제의 주요 장애물임이 분명하다.

지난 주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EEF) 연설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양자 관계의 조정을 촉구했다. 그는 “벌써 70년간 이어져 온 비정상적인 상황에 종지부를 찍고 다음 70년간 이어질 새로운 러-일 관계를 함께 건설하자”고 말했다.

소(小)쿠릴 열도 문제

1855년 러시아와 일본 협정에 따라 일본에 귀속된 이투루프와 쿠나시르, 시코탄, 하보마이 4개 섬은 일본의 2차 세계대전 항복 서명 이후 소련에 편입됐다. 하지만 일본은 소련 측의 4개 섬 관할권을 인정하길 거부했다. 양국 간 평화협정이 아직 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56년 소련과 일본은 외교 관계를 재개하고 완전한 평화협정을 마련할 것임을 공동 선언문에서 밝혔다. 이 선언문은 소련과 일본이 평화 협정을 체결한 이후에 하보마이와 시코탄 2개 섬을 일본에 이양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서 언급한 문서는 바로 이 선언문이다.

1956년 일본 참의원과 중의원이 이 합의안을 승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이 최근 강조한 것처럼 일본 측은 합의안 이행을 거부했다. 1960년 외교 스캔들 이후 일본 측은 4개 섬 전체의 반환을 “기필코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대화는 중단됐다.

타협 허용

일본 사회에는 쿠릴 열도 영유권을 둘러싸고 절대적인 합의가 오랫동안 형성돼 왔다. 1990년대에 러시아 외무차관으로 일본 측과의 협상에 참여했던 일본 전문가 게오르기 쿠나제에 따르면, 현재 쿠릴 열도 문제 해결 방안을 찾기는 상당히 어렵다. 양측이 자신의 입장을 바꿀 용의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는 1956년 공동선언문이 나온 지 60년이 되는 해다. 이 60주년은 쿠릴 열도 문제에서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양측은 공동선언문이 국제협정 성격을 띠는 유효한 법적 문서임을 인정하고 있다.

파벨 구데프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 산하 북미연구센터 수석 연구위원의 견해에 따르면, 쿠릴 열도 문제에서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하려면 일본 측이 타협 불가 입장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그는 “일본은 전제 조건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러시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구데프는 “전환점이 마련된다면, 몇 가지 문제 해결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주권 유예가 그런 방안 가운데 한 가지다. 이는 쿠릴 열도 일부가 50년 이후 심지어 100년 이후에 일본의 관할권에 들어간다고 문서에 명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구데프는 단지 섬들만 일본에 이양하고 그 주변 수역과 자원은 러시아 소유로 남기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오호츠크 해가 쿠릴 열도 덕분에 러시아의 내해가 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양측은 러시아와 일본 선박들만 열도 수역에서 항해할 수 있게 하는 방안에 합의할 수도 있다.

구데프는 또 “러시아가 일본에 이양되는 섬들에 군사 인프라가 건설되어서는 안된다는 요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사 분석가인 그란트 뉴스헴은 ‘아시아 타임스’에 쓴 칼럼에서 일본이 오키나와 미군 기지를 폐쇄하게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키나와가 침략자 격퇴를 위해 다양한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훌륭한 교두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냉전’ 시절 오키나와 미군 기지의 역할이 북한에 대한 대응에 있었다면, 현재 핵심 임무는 중국을 봉쇄하는 데 있다.

이 밖에도 양측이 오는 12월 푸틴 대통령의 일본 국빈 방문 시 쿠릴 열도 문제와 관련하여 잠재적 타협안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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