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계의 대부들’과 범죄 기업

2005년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샤크로 몰로도이가 체포되는 모습

2005년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샤크로 몰로도이가 체포되는 모습

로이터
‘범죄계의 대부들’은 1990년대 및 2000년대 초 러시아 TV시리즈를 장식한 주인공들이었다. 그 후 그들은 잊혀졌지만, ‘대부’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높은 담장 뒤에 있는저택. 모스크바 근교 부촌에 있는 고급 주택이다. 마당의 주차장엔 비싼 차들이 서 있다. 카메라가 안으로 파고 들자 석고상, 도금된 조각장식, 화려한 크리스탈 샹들리에, 루이 14세 시대 스타일의 의자와 소파, 성상화가 보인다. 술이 달린 무거운 커튼 틈으로 햇빛이 겨우 스며든다. 박물관이나 극장의 무대 도구 창고와 비슷한 모습. 그러나 어느 것도 아니다. 이곳은 ‘샤크로 몰로도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범죄계의 대부’이자 러시아 범죄계의 왕 자하리 칼라쇼프의 집이다. REN TV가 최근 방송한 러시아 특수부대의 촬영 장면이다.

특수부대는 그를 강도 혐의로 체포했다. 그가 혐의를 받는 사건에는 시체, 전 실로비키와 ‘둔갑자’ 경찰들이 등장한다. 샤크로는 태연하다. 한 두 번 체포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데드 하산(Дед Хасан, 하산 할아버지)’라는 별명으로 불렸다가 2013년 살해된 범죄 거물의 후계로 바쿠 출신인 그는 최소 세 번 유죄 판결을 받았다. 유럽에서는 러시아 범죄계의 자본을 유입시킨 혐의로 투옥됐다. 스페인 법원은 샤크로에게 돈세탁 및 범죄집단 조직의 죄가 있다고 판결했다. 9년 간 복역한 뒤 2014년 10월 그는 러시아로 강제 추방됐고, 러시아에서 그는 자유의 몸이 됐다.

7월 12일 모스크바에서 샤크로 몰로도이가 골동품으로 가득 찬 그의 호화로운 교외저택에서 체포됐다. 출처: 타스7월 12일 모스크바에서 샤크로 몰로도이가 골동품으로 가득 찬 그의 호화로운 교외저택에서 체포됐다. 출처: 타스

돈으로 사는 ‘범죄계의 대부’자리

‘범죄계의 대부들’은 옛소련 시절 등장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1930년대부터 활약했으며 소련 정부를 거부하고 지하 범죄세계로 숨은 사람들이다. 직업도 없고 그냥 ‘대부’로 불렸다. 대부는 ‘대부의 법’을 지키며 살아야 했다. 결혼하면 안되고 거주등록증, 직업, 재산을 가질 수 없었으며 정부와의 일체 접촉해서도 안 됐다. 가장 중요하게는 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격에 맞지 않는 행동이란 ‘대부의 윤리’를 따르지 않는 것으로 밀고하기, 채무를 갚지 않기, 스포츠 국가대표팀과 관련되기 같은 것이다. 그 대신 이 칭호는 그들에게 범죄세계에서 중재자로 나설 수 있는 자격을 줬다.

범죄자들 사이에서 충원된 이런 ‘대부들’은 이미 1960년대 초 강도단 참여자를 사형하는 제도가 도입된 때에 끝났다는 게 모스크바 시와 모스크바 주 경찰노조조정위원회 미하일 파시킨 위원장의 주장이다. 현재 ‘범죄계의 대부’는 그저 범죄단의 두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다만 몇 가지 전통은 예외인데, ‘즉위 의식’과 이른바 ‘옵샤크(общак)’라는 도둑들의 공동금고는 여전히 유지된다.

대부들은 모임에서 서로 의견을 나눈 뒤 결정 한다. 모든 일은 조용하고 은밀한 곳에서 이뤄지는데, 호텔 또는 고급 레스토랑(관계자가 아니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 배, 공동묘지 같은 곳이다. 요즘은 지위를 돈으로 살 수도 있다. 필요하면 나름대로 ‘이름있는’ 범죄자들 중 돈을 내는 사람을 두목으로 모시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일을 말하는 것은 금기다. “너무 천하다. 지위를 돈으로 살 수 있다니. 그래도 거액의 투자가 환영받는다.” 대부들의 세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익명 통신사 ‘프라임크라임’의 관계자가 본지에 말했다.

호칭의 가격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어울리지 않는 자는 100만 루블(1700만 원)을 줘도 대부 이름을 못 사지만, 자격이 있으면 몇 십만 루블로도 될 수 있다. “정말 돈이 필요하면 안 될 사람에게도 100만 루블에 칭호를 줄 수 있다. 5분 뒤에 첫 번째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대관을 취소하더라도 돈은 남으니까.” 이 관계자는 말한다. ‘범죄인의 기본’이 안 돼 있으면 돈으로 두목자리를 사더라도 오래가지는 못한다는 의미다.

감시인과 교화소 책임자들은 공동기금 ‘옵샤크’로 매수한다. “감방에 전화가 있고 레스토랑 요리가 나오며 여자들도 들어온다. 스몰렌스크에서 복역 중인 한 ‘대부’는 주말마다 마치 조사를 받는 것 처럼 위장해 모스크바로 나왔다. 대부는 동행자들에게 숙박비를 내주고, 자신은 카나리아 제도로 날아갔다.” 파시킨 위원장이 말한다.

기록사진! 2009년 10월 13일 모스크바, 사람들은 러시아 대부 뱌체슬라브 이반코브의 장례식에 간다/ 출처: 발레리 샤리풀린/타스기록사진! 2009년 10월 13일 모스크바, 사람들은 러시아 대부 뱌체슬라브 이반코브의 장례식에 간다. 출처: 발레리 샤리풀린/타스

“법원, 검찰, 수사기관을 매수한다”

2015년 프라임크라임은 전 세계 ‘범죄계의 러시아 대부’ 숫자를 485명으로 집계했다. 이들 중 겨우 1/4인 118명만 당시 감옥에 있었다. 파시킨 위원장은 많은 대부들이 실로비키와 협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008년에는 ‘대부들’ 중 누군가가 모임 관련 정보를 수사관들에게 흘렸다. 그 결과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만들 만한 장면이 나왔다. 대부들이 탄 대절 선박, 특수부대가 탄 헬리콥터, 밧줄을 타고 갑판으로 내려와 조종실을 점거하는 작전 등등. 당시 39명의 ‘대부’가 체포됐다. 하루 만에 대부분 풀려났지만.

경찰노조 관계자는 “그들을 잡아 명단을 작성한 뒤 이들의 은신처 같은 곳에 마약이나 무기를 몰래 갖다 놓고는 이것만으론 기소할 수 없다고 풀어 준다. 러시아에서는 마약을 갖고 있으면 벌금을 내거나 교화 노동 처벌을 받기는 해도 감옥에는 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범죄조직의 설립 및 참가에 관한 법률에 따른 사건은 자주 증거 부족으로 인해 엉망이 된다.

“현재 대부들은 영향력을 구 소련 너머 멀리까지 확대하고 있다. 완전히 기업이다.” 프라임크라임은 이렇게 보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도시는 물론 농촌마을에까지 조직원들이 침투해 있다. “지금 그들은 대규모 자금 흐름, 기업, 모든 분야를 관리하고 있다. 법원, 검찰, 수사기관을 매수한다”며 파시킨 위원장은 설명한다. 한 목격자는 콤메르산트와의 인터뷰에서 샤크로 조직원이 레스토랑에 총격을 퍼붓던 상황을 설명하는데 가관이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지만 사격을 중지시키려 하지도 않고 ‘극장에 있는 것 처럼’ 경찰차에 앉아 있었다. 경찰 한 명은 심지어 총을 쏘는 가운데 레스토랑에서 안주가 든 접시를 가져 왔다. 경찰이 ‘조직의 사람’이란 걸 알고 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장면이다.

‘도둑의 왕’이 체포됐으니 이제 범죄계에는 ‘구역 재편’이 펼쳐질 것이다. “도둑은 얼마나 영향력이 있고 권위가 있었던 간에 감옥에 들어가게 되면 힘이 빠진다. 샤크로의 자리는 곧바로 누군가가 차지하게 된다.” 프라임크라임의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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