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사람들, 또는 현대판 KGB

2010년 4월 25일, 오스트리아 빈. 소련군 해방 전사 기념비 헌화식을 앞두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오른쪽에서 세 번째).

2010년 4월 25일, 오스트리아 빈. 소련군 해방 전사 기념비 헌화식을 앞두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오른쪽에서 세 번째).

막심 세메토프/타스
러시아 대통령의 생명을 책임지는 연방경호실(FSO) 실장이 교체됐다. 하지만 대통령 경호가 FSO의 유일한 임무는 아니다.

FSO는 막강하고, 다양한 기능을 하는 비밀 기관이다. 러시아의 권력 기관들 중에서 FSO보다 더 비밀스러운 기관은 거의 없다. FSO의 활동은 추측해 볼 수 있을 뿐이다. FSO의 작전 관련 정보나 관련 보고서는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다. FSO는 레닌그라드의 권력기관  출신인 푸틴 대통령의 오랜 동지 예브게니 무로프 장군이 16년 동안 이끌었다. 그런데 지난 5월 26일 푸틴 대통령은 무로프 국장을 물러나게 하고 그 자리에 모스크바 출신의 드미트리 코치네프 부국장을  임명했다.

무로프가 물러난 이유는 나이 때문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2015년 11월 만 70세가 된 무로프에 대해 언론은 퇴임이 불가피하다고 오래 전부터 보도해 왔다. 보통 60세가 되면 러시아 공직자들은 물러나는데 무로프의 나이는 이를 훌쩍 넘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인 무로프 장군은 푸틴이 대통령에 취임한 지 11일 만에 FSO 국장에 임명됐고 그 이후 자기 입지를 한 번도 잃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명예롭게 물러날 시간이 왔다.

한편, 신임 FSO 국장에 관해 알려진 내용은 극히 적다. 코치네프는 이력을 가늠할 수 없는 사람이다. 크렘린과 FSO 인터넷 사이트에는 그에 관해 한 마디도 언급돼 있지 않다. 코치네프가 2015년 말부터 대통령 안전실(FSO의 일부)을 지휘했고 소득 신고서에 따르면 2015년 부인의 수입이 5810만 루블(약 10억5000만 원)로 FSO의 여타 직원보다 더 많았다는 사실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가 이끌 FSO에 관해 알려진 정보는, FSO의 폐쇄성에도 불구하고, 그에 관한 정보보다는 여전히 조금 더 많다.

국가 서열 1위

FSO의 기원은 막강했던 KGB(국가보안위원회)의 관리실 가운데 하나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관리실은 현재 FSO처럼 국가 최고 인사들의 경호를 책임졌다. 당연히 '국가 서열 1위' 경호도 이들의 임무다 . 그런데 대통령이 가장 위험한 행동을 하는 장면(잠수정을 타고 바이칼 호수 밑바닥으로 잠수할 때나 전투기를 몰고 비행할 때 등)에는 FSO 요원들이 푸틴 대통령의 대역을 사용한다는 소문이 15년 째 나돌고 있다.

검은색 정장 차림에 귀에 마이크로폰을 끼고 다니는FSO 요원들은 때로는 민간인 차림으로 사람들 속에 숨기도 한다. FSO에는 ‘가장 믿을만한 사람들’만 일한다. 하지만 이들도 근무지에서 셀카를  찍어 SNS에 올리는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기자들이 그런 사진들만 아니라 FSO 경호원들의 개인 신상도 여러 번 찾아냈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통령뿐 아니라 판사와 증인, 관리들, 더 나아가 크렘린과 국가두마(하원) 같은 기밀 시설들도 경호한다. 하지만 이것은 FSO의 수많은 임무(와 기회)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무로프 장군 휘하에서 FSO는 새로운 권한과 러시아의 핵심 정보기관의 지위를 얻기 위해 주요 경쟁자인 연방보안국에 결전을 벌였는데 이 투쟁에서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

부자 경호실

2000년대 중반 FSO는 다른 정보기관들과 함께 러시아 대통령 최측근인 실로비키(정보기관, 군대, 검·경찰 출신의 힘 있는 정치인들)들 사이에서 벌어진 격렬한 암투에 뛰어들었다. 암투는 대통령의 지근거리를 확보하는 것만을 놓고 벌어진 것이 아니라, 자금 흐름과 자산, 자원 통제를 놓고도 벌어졌다. 2007년에 들어와 갈등은 공개적인 단계로 진입했는데, 당시 '정보기관들 사이의 내전'에 관한 이야기는 러시아 주요 언론에서만 아니라 해당 기관 수장들의 입에서도 흘러나오기도 했다.

FSO는 FSB(연방보안국)뿐 아니라(FSB에 불리하게 끝났다), 대통령자산관리실과도 충돌했는데, 여기서도 '푸틴의 경호원들'이 우세했다. 자산관리실과의 충돌은 국가 자산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자산관리실은 요양소, 건설·교통 기관, 연방 당국의 식품 공장뿐 아니라 정부 소유 해외 부동산과 수십 개의 개발 프로젝트도 관할했다.

국가통합등록청에 따르면 현재 대통령 관저나 별장은 대통령재산관리실 산하에는 일체 없고, 러시아 연방 자체나 FSO의 관할 아래 있다고 경제지 RBC가 보도했다.

FSO의 수많은 '자산' 중에는 '아텍스(Атэкс)'도 포함돼 있다. 이 FSO의 '자회사'는 2003년 무로프의 지시로 설립됐고 연방 시설물 건설을 담당하고 있으며 국가계약을 배분하고 (예를 들면, 크렘린 성벽과 탑, 레닌 묘소 또는 차이콥스키 음악원 복원 공사 등) 수 백 만 달러에서 수 십 억 달러까지 들어가는 공사들의 입찰을 시행하고 있다.

대통령을 위한 사회학

하지만 수 십 억 달러도 다가 아니다. 특수부대로서  FSO는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나 다름 없다. FSO 요원들은 작전·조사 활동을 할 뿐 아니라 감청과 통신 검열, 시민 구류, 가택 수색, 자동차 압수 권한을 갖고 있다.

FSO 요원들은 국가 기관 건물들과 기타 기밀 시설들을 경호하면서 이들 시설 주변의 도로 안전도 책임진다. 모스크바의 291개 거리가 FSO의 통제 아래 있는데, 전통적으로 FSO는 이 거리에 사는 사람들의 신상명세를 수집한다.

FSO는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조사도 병행한다. 물론 비공개다. 조사 자료는 국가 지도부를 위해 수집되며 대통령과 안보위원회, 정부가 정책을 결정할 경우 이 자료를 참고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FSO는 정당 대표와 야권 지도자들의 지지율도 조사하고 지방의 사회경제 상황도 모니터링 한다. 만약 주지사 중 누군가가 신임을 잃고 물러나게 됐다면 이는 십중팔구 FSO의 손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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