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러시아 반응

DPA/Vostock-Photo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가시화 됐다. 이와 관련 대다수 러시아 정치인·전문가들은 경제통합체로서의 EU가 실패한 것을 그 이유로 꼽으면서 통합 유럽의 미래에 많은 시련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국민투표에서 영국인 과반수(52%)가 ‘브렉시트’(Brexit), 즉 유럽연합(EU) 탈퇴에 손을 들어줬다. 영국은 1973년 유럽 경제 공동체에 가입했다.  ‘브렉시트’ 찬반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친 장본인이지만 정작 자신은 ‘브리메인’(Bremain·EU 잔류)을 지지해 온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미 사임 의사를 밝혔다.  

EU의 패배

러시아 상원 콘스탄틴 코사초프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럽사상 가장 중요한 통합 프로젝트인 EU는 명백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 쉽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 과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올렸다. 그는 또한 “EU의 폐쇄성 때문에 테러리즘이나 난민 유입과 같은 새로운 도전과 문제에 대응하는 순발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알렉세이 푸시코프 러시아 하원의원도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마이클 맥폴 전 주러 미국대사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맥폴 전 대사가 트위터에 “패자는 EU, 영국, 미국 외에 강하고 통합된 민주주의 유럽의 효용성을 믿은 자들, 승자는 푸틴”이라는 글을 올리자, 푸시코프 의원이 “여기서 왜 러시아를 들먹이나. 이번 사건은 브렉시트 반대파의 실패일 뿐이다. 그리고 버락 오바마의 개인적 실패이기도 하다”라고 응수했다. 이에 맥폴 전 대사는 “푸틴 대통령이 영국인들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 아니라, 영국의 EU 탈퇴가 그에게 유리하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경제적 파급효과

유럽 주식 시장은 브렉시트 통과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주가 폭락으로 반응했다. 게르만 그레프 러시아 스베르방크 총재는 “유럽의 주가폭락이 러시아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패닉이 올 것”이라며 “러시아 경제, 환율, 주식시장에 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초기 시장 반응은 그렇다는 것이다.  

한편 다른 러시아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 하락 효과는 단기적일 것이며 러시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알렉세이 쿠드린 전 재무장관은 “영국인들이 EU 탈퇴를 결정한 것은 유감이지만 재앙이 일어나지 않는다. 금융시장에 단기적 불안정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브렉시트가 러시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며 “우리에겐 더 중요한 국내 문제들이 쌓여 있다”고 강조했다.

안톤 실루아노프 현 재무장관도 쿠드린 전 장관과 같은 의견이다. 그는 브렉시트로 인해 유가하락, 루블 약세 등 러시아에 약영향이 있겠지만, 러시아 국내 경제에 대한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았다.  

독일의 EU내 주도권 강화

영국의 EU 탈퇴가 러시아-EU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렸다. 고등경제대학 세계경제정치학부 산하 유럽·국제종합연구센터의 티모페이 보르다초프 소장은 Russia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땐 러시아에 상당히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유럽 대륙과의 대화가 더 수월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이 빠진 EU 에서 독일의 주도권이 더욱 강해질 것이며, 전통적으로 친미 성향인  영국보다는 독일이 러시아와의 협력에 더 우호적일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EU 전체로 볼 때 브렉시트 초기에는 상당히 힘든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견해다. 독일의 주도권 강화가 EU 내부에 불안감을 불러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리스크와 가능성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산하 유럽연구소 드미트리 다닐로프 유럽안보과장은 유럽에 불안정의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점에선 보르다초프 소장과 견해를 같이했다. 하지만 러시아에는 오히려 유리하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전략적 차원의 난기류가 러시아 쪽으로 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지에 밝히며 “영국이 탈퇴한 후 EU에 잔류한 유럽 국가들은 정치적 사안 등에서 더욱 단합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며 이는 대러 관계에서 강경한 노선을 취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약화된 EU가 대외 협력관계에서 의지할 상대를 찾아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다닐로프 과장은 지적했다. 무엇보다 미국으로 눈을 돌리겠지만,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를 꾀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다. 그는 “러시아-EU와의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함으로써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한 러시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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