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쿠바 방문, 러시아에 무엇을 의미하나?

AP
Russia포커스가 이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결산하고 이번 회담이 러시아의 역내 정책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것인지, ‘자유의 섬’ 쿠바를 놓고 정치적 쟁탈전이 벌어질 것인지 여부를 심층취재했다.

지난 3월 22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미 ‘역사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틀 간의 쿠바 방문을 마쳤다. 미국 현직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쿠바를 방문한 것은 88년 전이었다. 쿠바는 50여 년에 걸친 미국의 금수조치와 완전 단교로 인해 서반구에서 마지막 남은 냉전의 ‘온상’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와 재계 대표단, 가족을 대동하고 쿠바를 방문하여 사실상 미국-쿠바 관계의 ‘리셋’을 시작했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정상회담 결과를 요약하며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것”에 집중키로 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는 경제 봉쇄와 관타나모 해군기지라는 두 가지 근본 문제가 미해결 상태로 남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사진제공= AP)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사진제공= AP)

한편 남미 전문가인 미하일 벨랴트 러시아인문대학교(РГГУ) 연구원은 현재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쿠바 방문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 정부, 국가와의 관계 복원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먼저 쿠바 국민과의 관계 복원을 위해 쿠바에 간다고 지적했다. 쿠바 제재는 미국 의회에 의해 도입됐는데, 지난 53년간 수백 가지 제재 법안이 채택됐다. 제재를 해제하려면 의회가 행동에 나서야 하는데, 현재 의회는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그런 행보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투자의 시작

미국 워싱턴포스트 지는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 독재를 근거 없이 용인했다는 이유로 의회 내 대다수에게서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쿠바는 여전히 미국의 테러 지원국 명단에 올라 있다. 한편, 쿠바는 정치 체제를 바꿀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러시아 전문가들은 크게 볼 때 이 역사적인 사건이 양국에 똑같이 필요했다고 평가했다.

“쿠바는 여기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쿠바는 베네수엘라가 자신의 의무 이행을 중단한 이후 에너지 분야에서 후원국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는 쿠바에 필요한 석유 전체 중에서 절반을 사실상 무료로 제공해왔다.” 블라디미르 수다레프 모스크바국제관계대학(МГИМО) 유럽및미주국가 역사·정치학과 교수의 평가다.

이제 미국에서 안정적인 투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덧붙여 말하면,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 하루 전에 미국과 쿠바는 53년간 막혀 있었던 항공노선을 개통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의 대형 호텔체인 스타우드호텔스&리조트월드와이드는 거의 60년 만의 첫 거래에 서명했다.

그러나 쿠바에서 미국 투자자들은 쿠바로 투자 방향을 확실하게 바꾼 중국 투자자들과 경쟁해야만 한다. 2015년 첫 3분기 동안 쿠바와 중국의 교역량은 57%(최대 15억 달러) 증가했고 현재 중국은 쿠바의 무역 상대국 중에서 베네수엘라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러시아 중남미 입지에 위협 요소 아니다”

러시아는 미국 정책의 균형추 가운데 하나다. 블라디미르 다비도프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남미연구소 소장은 “1990년대 초에 우리는 가능성만 아니라 생산시설도 많은 입지도 포기한 채 쿠바를 사실상 떠났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쿠바에서 석유가스 및 야금 분야의 사업을 성사시키기는 했지만, 현재 쿠바를 러시아가 군침을 흘릴 만한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Russia포커스가 만난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다. 크렘린궁도 미국의 역내 활동과 관련하여 불안해 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이것은 정상 관계로의 복귀로 인식되고 있다. 벨랴트 연구원은 “이는 우리의 미래에도, 우리의 소박하기 짝이 없는 중남미 전략에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천천히나마 쿠바와의 관계를 복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쿠바는 베네수엘라, 브라질과 마찬가지로 그 지정학적 측면에서 러시아의 정치적 적립기금과 같다. 2014년 러시아는 쿠바에 300억 달러의 부채를 탕감해 줬고 2015년 말에는 원자로 건설비로 12억 유로의 차관을 제공해 준 것만 상기해 봐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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