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미 국무 모스크바 방문…'러시아의 입장' 이해에 나선 미국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

EPA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이번 모스크바 방문에서는 최근 2년 간 양국간 접촉에서 관측됐던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반면에 이제는 거의 잊혀진 러-미 밀월관계 분위기를 연상시켜주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3월 23~24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장시간에 걸친 회담 외에 그는 독일 외무장관, 아부다비 황세자와도 만났다. 이러한 만남들이 다름아닌 모스크바에서 성사됐다는 것은 그동안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러시아의 고립을 주창해온 서방의 정책과는 배치되는 면이 있다.

‘어조의 변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방문은 친밀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으며, 양국간에 이러한 분위기는 이미 과거의 일로 여져겨 왔던 것이다. 경제지 코메르산트는 “그동안 상호비난에 전념해온 양국 외무장관들이 대화를 시작했다. 이미 오래 전에 양국 회담에서 사라졌던 격식없는 분위기가 어조의 변화를 증명한다”고 전했다.

격식없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협상 자체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라브로프-케리 회담은 4시간이나 계속됐다.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도 거의 비슷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문제가 주 내용이었다. 러시아 국내전문가들은 이번 모스크바 회담이 양국의 입장이 이전처럼 동떨어져 있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모스크바국립대학교 산하 프랭클린 루즈벨트 기념 미국연구센터의 유리 로굴료프 소장은 “시리아 문제의 경우 우리는 양국의 입장이 근접하고 있다고 100%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크렘린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케리 미 국무장관은 시리아에서의 휴전이 가능했고 그것이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랍고 기쁘다”고 밝혔다. 이는 양국이 시리아 사태 해법을 계속 모색하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로굴료프 소장은 지적했다.

시리아와 아사드 정권의 미래

케리 미 국무장관은 ‘시리아의 평화적 정권이양 - 임시정부 수립 - 신 헌법 제정’ 과정이 금년 8월까지 완료될 것이고 모스크바에서 밝혔다. 그는 또한 미국과 러시아 양국 모두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올바른 결정’을 내려 과도기정부 수립 협상에 합류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서방은 아사드 대통령이 반드시 퇴진해야 된다는 입장이었고 러시아는 반대로 아사드 대통령을 지지해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사드 대통령의 운명에 대한 문제도 결코 해결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해결 방법에 있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미국전문가이자 민간연구소인 ‘전략평가연구소’ 소장인 세르게이 오즈노비셰프는 러시아가 아사드 대통령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그를 시리아의 안정요소로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과도정부 수립 시나리오가 성공적으로 이행된다면 러시아는 아사드에게 ‘명예로운 퇴진’을 보장해줄 수도 있을 것으로 그는 보았다.

한편 로굴료프 소장은 휴전기간을 포함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시리아에서 아사드의 입지가 상당히 강화됐으며 이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아사드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상황에서 아사드를 퇴진시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러시아가 원하는 것은 ‘공정한 게임’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하여 오바마 미 대통령은 러-독-불-우크라이나 정상이 1년 전 합의한 돈바스 지역(우크라이나 동부)의 평화 로드맵인 민스크 협정이 이행된다면 대러 제재를 중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케리 장관은 밝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양국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교전이 계속 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민스크 평화협정을 대신할 것은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결론적으로 볼 때, 케리 장관의 이번 방러는 양국 모두 관계 정상화 의지를 갖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오즈노비셰프 소장은 지적했다. 러시아는 양국 관계가 새로운 수준으로 나아가 진정한 의미의 ‘동등한 관계’ 위에서 다져지기를 바라고 있다. 최근까지만해도 양국 관계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크렘린의 견해다.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정권교체를 지지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의 의견을 무시했다. “미국과 유럽이 이제 러시아를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오즈노비셰프 소장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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