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와 부정부패의 상관관계

영국 공영 방송 BBC One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보유한 개인 재산이 400억 달러 규모라고 지난 1월 한 프로그램에서 주장했다. 한편 그 직후 푸틴 대통령은 국외로 반출된 모든 횡령자산을 엄중히 환수시키도록 지시했다.
Putin during the training session
운동하는 동안 푸틴 대통령. 출처 : 알렉세이 니콜스키/리아노보스티

푸틴 대통령 개인에 대한 공식 부패 혐의가 제기됐다. 혐의를 제기한 사람은 애덤 주빈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 대행이다. 그는 지난 1월 25일 영국 BBC One TV가 방영한 ‘푸틴의 비밀 재산(Putin’s Secret Riches)’이라는 30분짜리 다큐영화에서 그같은 주장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유럽 최대 부자로 자산 400억 달러와 요트, 궁전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영화는 주장했다. 크렘린궁이 근거 없는 중상이라고 말한 이 ‘폭로’ 스토리는 러시아 대통령 직속 반부패위원회 회의가 열리기 전날 발표됐는데, 이 회의는 마침 부패로 인한 막대한 재정손실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국외로 불법 반출된 자산 환수를 위해 강경 대책을 마련토록 지시했다. 국가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2015년 법원의 결정에 따라 부패 관리들로부터 회수해야 했던 155억 루블(2억 1백만 달러) 가운데 회수에 성공한 금액은 총 5억 8,800만 루블(760만 달러)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게 보잘것 없는 액수라는 것은 여러분도 인정할 것”이라고 푸틴 대통령은 말했다.

한편 이 회의 다음날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최신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지난 1년 러시아의 부패지수는 조금 낮아져 CPI 순위에서 17계단 상승했다.

이것이 정부재정에서 줄줄 새나가던 자금을 정부가 제대로 감독하게 됐다는 의미일까? 부분적으로는 그렇다. 경기 침체가 ‘지하경제’의 판도도 바꿔놓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예산 쟁탈전

2015년 러시아 사회는 현직 주지사 2명을 포함한 고위급 지방관료 10여 명의 체포로 떠들썩했다. 그중 한 명인 알렉산드르 호로샤빈 사할린 주지사는 가택수색 직후 모스크바로 호송됐다. 야밤의 가택수색에서 수억 루블의 현금 다발이 발견되자 호로샤빈 주지사는 이코노미석에 태워져 호송됐는데, 승객들의 목격담에 따르면 기내에서 굉장히 낭패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이 사건에서 그가 1,500만 달러가 넘는 예산을 횡령해 돈세탁했고 560만 달러의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의 금고 안에서는 60kg이 넘는 보석과 시가 최소 3만 달러에서 최대 1백만 달러에 이르는 손목시계 150개가 발견됐다.

고위급 부패관리 척결에 대한 이야기가 점점 공공연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마치 정부가 예산을 제멋대로 유용해온 관리들을 앞으로도 계속 엄단할 것처럼 보였다. 위기 상황에서 부정부패를 수수방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뒤로 거물급은 한 사람도 구속되지 않았다. 그러자 일부 전문가들의 입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행보가 고위급 부패관리 척결의 시작이 아니라 줄어드는 재원을 둘러싼 정부내 파벌간의 쟁탈전이 격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율리 니스네비치 고등경제대학 반부패정책연구소 학술책임자는 “실제로 연방예산 분배 과정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파벌간 세력싸움의 수단으로 부패가 이슈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승리하는 쪽은 더 영향력 있는 후견인을 두고 있는 사람이다. 실제로 2015년 지방재정교부금은 체첸 자치공화국을 제외한 모든 지방에서 삭감됐다.

지방교부금 삭감도 부패자금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안톤 포미노프 국제투명성기구 러시아지부 반부패연구센터 소장은 “경제위기로 예산자금을 둘러싼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것이 오히려 예산지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뇌물수수 ‘더 많이, 하지만 신중하게’

경제위기가 닥치자 중간급 관리들의 조심성이 늘었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한다. 전혀 새로운 종류의 부정부패 사례도 아직은 보고된 바 없다. 게다가 위기 상황에서 뇌물로비에 나서는 새로운 얼굴들도 찾아볼 수 없는 탓에 관리들 주머니에 뒷돈을 찔려주는 건수도 줄어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상황에서 평균 뇌물 액수가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러시아인권변호사협회의 주장에 따르면 2015년 평균 뇌물 액수는 9,440달러로 치솟았다(2014년에는 5,600달러).

마리야 바스트 러시아인권변호사협회 회장은 Russia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그 이유는 부정자금이 대외무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작년 9월 전러시아 부패척결 사회단체 ‘깨끗한 손(Чистые руки)’이 독립적으로 준비한 연례보고서를 소개한 바 있다. 진짜 거액이 왔다갔다하는 곳(정부조달과 정부계약)에서는 뇌물이 유로화나 달러화로 오가기 때문에 루블화 폭락 이후 수입 감소를 원치않는 많은 이들이 뇌물 단가를 올려야만 했다고 그녀는 강조했다.

‘깨끗한 손’은 작년 9월 기준 러시아의 부정자금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54%라는 기록을 세웠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은 분명히 부패가 재정을 좀먹는 현상임을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이번 반부패위원회 회의에서 세르게이 이바노프 대통령 행정실장은 관리들의 수입과 지출에 차이가 있을 경우 그들의 재산을 회수하는 메커니즘을 마련토록 지시했다. 하지만 가령 그리스에서 불법자금으로 매입한 저택이 있다면 그 돈을 회수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그 경우 그리스 당국에 해당 저택을 매각해 그 대금을 돌려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국제투명성기구 러시아 지부에서는 “러시아는 이런 분야의 작업이 아주 서툴다”고 평가했다.

부패 인식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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