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사우디, 시리아 해법 이견에도 협력하는 이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국방장관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국방장관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시리아 문제를 둘러싸고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안정적인 양국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Russia포커스가 국내 중동전문가들에게서 러시아-사우디 관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살만 현 사우디 국왕은 전 국왕인 형 압둘라가 사망하자 2015년 1월 23일 왕위에 올랐다. 전임 국왕과  마찬가지로 살만 국왕 또한 연로하며(1935년 생으로 올해 80세) 건강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통치 1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의 대외정책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사우디는 예멘과 전쟁에 돌입하고 이란과는 단교하는가 하면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이끌어내기 위해 시리아 반군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는 사우디의 대 시리아 정책에 반대하면서 아사드 대통령을 시리아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우디의 ‘젊은 실세’

러시아 전문가들은 사우디 대외정책 변화의 배후에 현 국왕의 아들인 무함마드 빈 살만 부왕세자가 있다고 평가한다. 무함마드 부왕세자는 사우디 기준으로 볼 때 아주 젊지만(30세),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쥐고 있다. 그는 국방장관직을 맡고 있는 동시에 왕실법원과 경제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많은 분석가들이 그가 살만 국왕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을 높이 보고 있다.

중동전문가인 그리고리 코사치 러시아국립인문대학교(РГГУ) 교수는 Russia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무함마드가 현재 사우디의 ‘실세’이며 살만 국왕 즉위 후 사우디의 정치가 “강경노선에서 탈피”하는 데 있어 그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코사치 교수는 무함마드 왕자가 러시아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소치에서 푸틴 대통령과 두 차례 만났다.

시리아 해법 이견

소치 회담 당시 무함마드 부왕세자는 러시아의 시리아 군사작전이 초래할 ‘위험한 결과’에 대해 푸틴 대통령에게 경고했다. 이에 앞서 사우디 외무부는 러시아의 군사작전 개시를 비난하면서 공습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양국이 입장에는 변화가 없었다. 사우디가 아사드 대통령의 퇴진 혹은 강제축출을 고집하는 반면, 러시아는 시리아 사태의 정치적 해결에서 현 시리아 정권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러시아 외교정책 싱크탱크인 RIAC(러시아국제문제위원회)의 중동전문가 알렉산드르 악세뇨노크는 사우디의 시리아 문제 접근법이 생산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우디 외무장관이 말한 아사드 정권의 강제 축출은 이라크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엄청난 혼돈상태를 낳을 뿐”이라고 Russia포커스에 설명했다.

코사치 교수는 시리아 해법을 둘러싼 이견이 러시아와 사우디의 대화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반대로 상호 수용 가능한 방안을 찾도록 해준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비타협적 태도야말로 사우디로 하여금 시리아 휴전안을 지지하게 만들었다”는 것. 이와 동시에 코사치 교수는 사우디가 정전을 지지한다고 해서 아사드 축출 계획을 포기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불신 품은 협력

시리아 위기 외에 러시아와 이란의 협력관계도 사우디의 경계심을 낳고 있다. 특히 사우디는 최근 이란제제가 해제된 것과 관련 자국과 중동 패권을 두고 경쟁관계에 있는 이란의 입지가 앞으로 강화되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악세뇨노크 중동전문가는 지적했다. 사우디는 러시아와 이란의 관계를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러시아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악세뇨노크는 사우디가 지나친 의구심을 품고 있으며 러시아를 모든 문제에서 이란의 동맹국으로 간주할 필요도 없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이란 관계가 각별하긴 하지만 거기에도 이견이 존재한다. 그리고 사우디의 안보 이익을 해치는 방향으로 대이란 관계를 구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사우디가 이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협력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코사치 교수는 “작년말 모스크바에서 러-사우디 공동 비즈니스 포럼이 열렸으며 사우디가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걸프협력회의(GCC)-러시아 라인을 통한 대화도 진행되고 있다”고 양국간의 다양한 협력 라인을 소개했다. 그는 에너지 분야 협력, 특히 러시아와 사우디, 카타르, 베네수엘라 4개국이 2016년 산유량 수준을 지난 1월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한 합의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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