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 “국가적 차원에서 터키와의 관계 회복 가능성 아직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

컨스탄틴 사프라진/ 로시스카야 가제타
지난 1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례 기자회견이 열렸다. 세 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번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터키 관계, ‘이슬람국가(IS)’의 발생 원인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으며,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에게 노벨 평화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경제위기에 대해

“기존의 위기타개 정책은 석유 1배럴의 가격이 100달러일 때 수립된 것이다. (중략) 하지만 저유가가 지속되고 있는 지금 위기의 고점은 이미 지났다. 위기 자체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고점은 지났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국제대출기관들에 대한 자신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러시아의 금리가 외국보다 높다는 소리들이 있다. 하지만 금리가 낮은 나라들은 그 대신 다른 문제들을 안고 있다. 러시아가 인플레를 두려워 한다면 그들은 디플레를 두려워 한다. 공급은 계속되는데, 수요가 없는 것이다. 낮은 금리를 원한다면, 중앙은행에 손가락질을 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투자리스크를 줄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러-터키 관계와 러 전폭기 격추에 관해

“현 터키 지도부와는 협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가 양보를 하면, 그들은 우리 옆이나 뒤에서 공격을 해왔기 때문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관계 개선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터키 지도부 내에 누군가가 미국의 비위를 맞추려고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과연 그것이 옳은 결정인지 미국이 과연 그것을 원했을 지는 알 수 없다.”  

“터키 당국의 행동은 우호적이 아닌 적대적인 것이다. (중략) 전화 또는 다른 통신채널을 통해 연락을 취하는 것이 그리 어려웠나? 우린 아무런 경고도 받지 못했다. 그들이 원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우리가 겁을 먹고 도망갈 것이라고? 러시아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우리는 S-400 배치를 통해 시리아 주둔병력을 증강했다.”

“지금까지 터키는 시리아 영공을 침범하며 자유롭게 비행해왔다. 이제 그랬다간 어떻게 되는지 보게 될 것이다.”  

‘이슬람국가(IS)’에 대해

“실제로는 경제적 이득을 수호하기 위해 이슬람 구호를 내세워 총알받이들을 모집해 결성한 것이 이슬람국가(IS)다.”

“이 문제에서 나는 더한 것을 보고 있다. 내 생각에 IS는 이미 부차적 문제다. 언젠가 이라크에 들어가 이라크를 파괴했다. 좋고 나쁘고는 중요치 않다.”

“우리는 이 연합군(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중동에 결성된 연합군)이 반러시아적 성격을 띨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중략) 시리아 위기 해결에 대한 상이한 시각을 갖고 있지만, 일치하는 면도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의 경제관계에 대해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경제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일방적으로 이를 파기하고 유럽연합(EU)에 합류하려 하고 있다. 이는 잘못된 선택이다. (중략) 우크라이나는 더 이상 대러 무역에서 특혜를 받지 못할 것이다. 이는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많은 노력을 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어떠한 제재도 도입할 계획이 없다. 우리의 노력을 알아주길 기대한다. 러시아는 최혜국대우 제도로 이행하려는 것뿐이다.”

돈바스에 대해

“첫째, 우리는 우크라이나 동부에 군사문제의 결정을 담당하는 이들이 없다고 말한 적이 결코 없다. 그러나 이것이 그곳에 정규군이 있다는 말은 아니다. 차이점을 이해해야 한다. 둘째, (우크라이나군 포로) 교환은 동등한 원칙에 의거해야 한다.”

“한 쪽이 아니라 양쪽이 동시에 포로들을 석방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돈바스에 억류 중인 이들을 교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은 비밀이 아니다. 하지만 키예프에 억류 혹은 수감된 이들은 예외로 하고 있다.”  

FIFA 뇌물 스캔물에 대해

“어떤 나라도 자국의 사법권을 다른 나라까지 적용할 수 없다. 부패와 싸워야 한다. 하지만 외국 국민을 마구 잡아들여 수사를 벌이는 관행은 용납할 수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가 정말로 부패에 연루되었을까? 이는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 블래터 회장은 존경받는 인물로 세계 축구 발전에 많은 공헌을 했다. 세계 인도주의 영역에서 그의 업적은 막대하다. (중략) 노벨평화상은 이런 인물에게 주어져야 한다.”

“수사가 종료되면 책임자가 밝혀질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 종류의 약물사용도 반대한다. 도핑은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는 독약과도 같다. 금지된 약물을 사용하는 자는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전문가 논평:

미하일 코로스티코프, 정치학자, 모스크바국립경제대학교(МЭСИ) 전략발전학과장

금년 대통령 연례 기자회견은 대 연방의회 교서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평온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돌발 발언은 전혀 없었다. 기존에 이미 알려진 사실들을 재확인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국내 민심을 안심시키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사람들은 ‘플라톤’ 시스템(대형화물차에 새로 부과된 세금), 주거 및 공공요금 체계, 경제 전반에 대해 큰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푸틴 대통령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모든 게 잘 돌아가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이 이번에는 사뭇 예전과 다르다는 인상이다. 대통령의 말은 중요하지만, 자신의 지갑이 가벼워질 때 느끼는 객관적 사실들이 분명 존재한다. 대통령은 정부 예산이 현재와는 다른 국제유가를 토대로 수립된 것임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하지만 그 결과로 직접적 피해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답변이 되지 않았다. 국제유가 하락이 계속되면 경제위기도 계속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지 않는가.   

러-터키 관계에 대해서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물론 터키와의 인도적, 문화적 관계 회복도 힘들 것이라는 대통령의 말은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왜 자국 지도부의 행동 때문에 터키 국민이 피해를 보아야 하는가? 이러한 입장에는 더 분명한 해명이 필요하다.

레오니드 폴랴코프, 고등경제대학 일반정치학과장

금년 연례 대통령 기자회견도 예년과 비슷한 스타일로 진행됐다. 대통령의 현안에 대한 준비도 완벽했다. 기자들이 던진 모든 질문에 대통령은 상세한 견해와 입장을 밝힘으로써 현안에 대한 깊은 관심을 과시했다.  

러시아 국민의 우려를 불어일으키고 있는 장거리화물차 기사들의 단체시위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이 문제는 경제적 차원의 긴장뿐 아니라 사회적 국내 긴장 고조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이 이 상황을 상세히 알고 있으며, 정부가 당황하지 않고 구체적 대책을 세우고 있음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급박한 국제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도 상당히 건설적이며 공개적이었다. 러-터키 관계에 대해 그는 정치와 경제를 분리할 것임을 명확히 밝혔다. 터키 지도부의 무모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경제협력 그리고 원전 건설과 ‘터키 프로젝트’(‘터키 스트림’ 등) 등 대형 투자사업도 계속할 의향이 있다고 대통령은 밝혔다. 민스크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상당히 절제된 답변을 내놓았다. 푸틴 대통령은 민스크 협정의 구체적 조항을 인용하면서 우크라이나가 겉으로는 일련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평화 프로세스는 답보 상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연례 기자회견 전문 한국어본은 주한 러시아대사관 홈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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