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과 우크라이나... 과거 관계에서 무엇이 남았나?

로이터
우크라이나가 크림에 전력을 공급하는 송전탑을 파괴한 이후 크림 반도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는 2014년 주민투표에서 러시아 편입에 찬성한 크림 반도 주민들에게 공급되는 우크라이나 용수와 식료품을 차단하고 크림과 우크라이나 본토를 잇는 대중교통 운행을 중단하려 했다. 지난 23일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크림 양쪽 국경을 통과하는 화물차 운행을 금지하고 나서 우크라이나 정부에 크림과의 교역을 중단하는 문제를 검토하도록 제안했다.

크림 반도는 지난 22일 일요일 새벽 암흑에 빠졌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크림과 인접한 우크라이나 헤르손 주에서 송전탑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크림 사람들에게 닥친 정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크림 주민들은 지난 1년 반 동안 정전 사태를 겪어 왔다.

용수

작년 4월 우크라이나는 북크림 운하로 크림에 공급하던 용수를 차단했다. 그전까지 우크라이나는 이 운하를 통해 드네프르 강물을 크림에 공급하며 크림 반도의 담수 소비량 가운데 최대 85%를 제공해 왔다. 크림 반도의 용수 공급 문제는 크림 내 비유크-카라수 강물을 이 운하로 끌어오는 방법을 통해 부분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크림 반도에서는 자분정을 파고 물을 운하로 공급하는 수도관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올해 4월에는 크림 반도에 공급되는 용수를 중단하기로 한 우크라이나의 결정에 최대 피해를 본 케르치와 페오도시야, 수다크 등 크림 도시들의 주택과 북크림 운하에 담수를 시범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북크림 운하의 물은 주로 농경지 관개 용수로 사용됐다. 우크라이나가 북크림 운하를 폐쇄하고 나자 크림 농부들은 많은 수분이 요구되는 벼 재배를 포기하고 다른 작물들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통

작년 12월 우크라이나는 크림으로 이어지는 열차와 버스 노선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크림은 버스 운송과 관련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크림의 운송업체들은 국경까지 갈 수 있는 버스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국경까지 간 다음 버스에서 내려 걸어서 국경을 건너야만 했다. 우크라이나로 넘어가서는 똑같은 버스이긴 하지만, 이제는 우크라이나 번호판을 단 버스를 타고 역시 똑같은 버스표로 우크라이나 도시 가운데 하나로 갈 수 있다.

송전선 파괴를 둘러싼 스캔들이 터진 가운데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3일 아르세니 야체뉴크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크림으로 들어가는 화물 운송도 중단하는 문제를 검토하도록 요청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내각은 대통령의 요청에 호응하여 크림 반도와 연결되는 화물차 운행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이로써 우크라이나와 크림 간 국경은 앞으로 도보나 개인 자동차로 건널 수 있게 된다.

이 밖에도 우크라이나는 외국인들이 크림에 들어가는 데 필요한 법규를 지난 6월부터 새로 도입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우크라이나가 이전과 마찬가지로 행정상 경계선으로 간주하는 국경을 넘어가려면 패스포트를 제시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외국인들은 신분 증명서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이민국이 교부하는 특별 허가증도 제시해야 한다.

식료품

우크라이나 급진 민족주의 단체 ‘프라비 섹토르(Правый сектор)’ 회원들과 크림의 러시아 편입을 인정하지 않는 친우크라이나 성향의 크림-타타르 단체 ‘메즐리스(Меджлис)’ 대표들은 지난 9월 말부터 크림에 공급되는 식료품을 무기한 차단하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경에 검문소를 설치해 놓고 식료품을 실은 트럭들이 크림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 차단이 시작되고 나자 곧이어 크림 당국은 우크라이나 급진세력의 차단이 없었어도 최근 크림 내 상점들에서는 우크라이나 식료품 점유율이 대폭 줄어들어 약 5%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림 당국은 크림 반도가 현지 생산업체들과 러시아 본토에서 충분한 양의 식료품을 공급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언론도 식료품 공급이 차단되기 시작한 지 한 달 뒤에도 크림 상점들에서 우크라이나 식료품을 찾아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예를 들어 ‘채널 24’ 방송의 정보에 따르면, 크림 반도 내 유제품은 러시아산이지만, 가령, 소시지는 우크라이나산이 남아 있다. 블라디미르 아브라멘코 크림 관세청장이 전한 바에 따르면, 식료품 등 우크라이나 상품들은 크림과 우크라이나를 잇는 해협을 통해서만 아니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다른 접경 지역들을 통해서도 크림 반도로 계속 유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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