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네덜란드,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격추된 보잉기 관련 유사 보고서 발표

AP
2014년 7월 말레이시아 여객기 MH17 격추 사건과 관련한 두 개의 보고서가 지난 13일 발표됐다. 첫 번째 보고서는 오랫동안 기다리던 끝에 나온 네덜란드 항공 당국의 수사 결과를 담고 있고 두 번째 보고서는 러시아의 대공방어 시스템 생산업체 ‘알마스-안테이’에서 작성했다. 전문가들은 두 보고서가 원칙적으로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한편 러시아 외무부는 네덜란드가 제시한 수사 결과가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다고 발표했다.

사고·재난의 원인과 결과를 수사하는 네덜란드 안전위원회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MH17 여객기 격추 사건에 관한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13일 발표된 네덜란드 보고서는 누가 여객기를 격추했는지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객기가 대공 미사일 시스템 ‘부크’에서 발사된 미사일에 피격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시스템의 개량형은 러시아 무기 생산업체들이 지금도 생산하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네덜란드 보고서가 편향돼 있다고 평가했다.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의 말에 따르면, 네덜란드측이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누락시킴으로써 이 비극적 사건을 다각적이며 공정하게 수사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영공 개방

네덜란드 전문가들은 여객기가 대공 미사일 시스템 ‘부크’에서 발사된 9M38 시리즈 ‘지대공’ 미사일에 피격됐다고 지적했다. 테이베 유스트라 네덜란드 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미사일이 여객기 조종실에서 좌측으로 1m  떨어진 지점에 맞고 폭발했고 미사일 파편이 조종사들의 시신에서 발견됐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고 사고 전날 군용기 몇 대가 격추됐음에도 해당 지역 영공이 개방돼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보고서 저자들은 “우크라이나 당국은 순항 고도에 있던 민간 항공기가 피격 받을 수도 있는 가능성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쓰고 있다.

보고서는 미사일이 어디서 발사됐는지, 다시 말해 우크라이나군의 통제 지역에서 발사됐는지 아니면 독립을 선포한 공화국 지지자들이 발사했는지를 명확히 지적하지 않고 있다. 다만 미사일이 약 20~63제곱 킬로미터 면적의 지역에서 발사됐다고 말하고 있다. 네덜란드 안전위원회 위원장은 ‘보잉기’를 격추한 미사일의 더 정확한 발사 장소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향후 수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보고서는 러시아 군수업체 ‘알마스-안테이’가 제시한 미사일 발사 장소 계산이 우크라이나와 네덜란드 전문가들의 자료와 거의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첨부된 지도를 보면, 미사일 발사 지역에는 스네즈노예 시도 포함돼 있다. 이 도시는 ‘보잉기’ 격추 당시 독립 선포 공화국 지지자들의 통제 아래 있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바로 이곳에서 미사일이 발사됐다고 주장했다.

군수업체 ‘알마스-안테이’의 실험 조사

하지만 같은 날 러시아 군수업체 ‘알마스-안테이’의 보고서 발표회에서 이 회사 경영진은 미사일이 스네즈노예 시에서 발사됐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알마스-안테이’의 전문가들은 여객기 조종실 근처에서 일어난 ‘부크’ 시스템의 미사일 폭발도 포함하여 몇 번의 현장 실험을 시행하고 나서 미사일이 자로셴스코예 마을에서 발사됐다고 밝혔다. 언론의 정보에 따르면, 2014년 7월 이곳에는 우크라이나 군대가 주둔해 있었다.

군사 잡지 ‘조국의 무기고’의 편집장 빅토르 무라홉스키가 Russia포커스에 밝힌 바에 따르면, 미사일 발사 장소는 러시아와 네덜란드 전문가들의 보고서에서 상충하는 몇 가지 세부사항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 두 보고서는) 원칙적으로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그는 네덜란드 전문가들이 발사 지역을 “상당히 넓게” 잡았고, 여기에 두 “경쟁 장소”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피격 주범은 ‘부크’ 시스템

알렉산드르 흐람치힌 정치군사분석연구소 부소장도 두 보고서가 원칙적으로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 전문가들의 보고서는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리고 있지만, 네덜란드 전문가들은 어떤 결론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데 기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봤다. 이와 함께 그의 견해에 따르면 “현재 상황은 진범을 가리기가 이미 불가능하다.” “누구의 발사대에서 ‘보잉기’를 피격했는지를 되짚어 보며 밝히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군사평론가 파벨 펠겐가우에르의 견해에 따르면, 두 보고서는 여객기가 ‘부크’ 시스템에 의해 격추됐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었다. 그는 “여객기를 격추한 것은 전투기가 아니라 강력한 탄두를 탑재한 꽤 무거운 ‘부크’ 미사일이었음을 금방 알 수 있었다”고 Russia포커스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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