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엔 안보리 말레이기 진상규명 결의안 거부권 행사

로이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말레이항공 소속 보잉기 피격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제법정 설치에 대한 결의안 표결이 있었다.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결의안은 채택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가 예상가능한 것이었다고 평가하는 동시에 이러한 표결 결과가 러시아 보다 유엔 자체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4년 7월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상공에서 추락한 말레이항공 소속 보잉777기 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제법정 설치를 요구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했다. 11개국이 찬성, 3개국이 기권했다. 기권국은 중국, 베네수엘라, 앙골라다. 국제법정 설치안이 기각된 것에 대해 주유엔 프랑스 대사는 유엔 안보리의 "크나큰 패배"라고 지적했으며, 결의안에 찬성한 일부 국가는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는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모욕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와 말레이시아는 이 범죄의 책임 규명을 위한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유엔 밖에서 국제법정을 설치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이번 결의안은 말레이시아측이 유엔 안보리에 상정한 것으로 호주, 벨기에, 네덜란드, 우크라이나가 그에 서명했다. 국제법정의 설치 목적은 "말레이기 피격과 관련한 범죄에 책임자를 규명"하는 것이라고 결의안은 밝히고 있다.

"때이른" 국제법정

거부권 행사에 대해 비탈리 추르킨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그는 이전에서 러시아가 이 결의안에 비토를 행사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유엔 안보리가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고 있으며, 국제법정 설치는 충분한 준비와 논거가 확보되지 않은 시기상조의 것이라고 안보리 연설에서 그 이유를 밝혔다.

"원칙적으로 형사재판을 개시하는 문제는 유엔 안보리의 권한이 아니다"라고 추르킨 대사는 연설에서 말했다. 그는 안보리가 예의적으로 구 유고슬라비아와 루안다 문제에서 국제법정 설치를 주도한 적이 있긴 하지만, "그 재판과정의 지나친 방대함, 정치적 압력, 과대한 비용과 시간 때문에 그것을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말레이기 추락은 원칙적으로 국제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으로 보아서는 안 되며 국제법정이 공정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확신이 전혀 없다고 추르킨 대사는 강조했다. 연설 말미에서 그는 러시아가 이전과 마찬가지로 완전하고 독립적이며 객관적인 사건 수사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러시아가 취한 입장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책임을 지지 않아도 좋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는 말로 그는 연설을 마쳤다. 지난 20일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에 말레이기 관련 이른바 '타협적' 결의안을 제출했지만, 지지를 받지 못했다.

류제이 주유엔 중국 대사는 "국제법정 설치는 시기상조"이며 그것은 안보리 회원국 간에 분열 초래라는 결과만을 많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에 기권표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그것은 희생자 유가족이나 진실 규명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책임자를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류 대사는 말했다. 이에 파벨 클림킨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범죄에 책임을 진 자가 아니라면 국제법정 설치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유엔에 대한 타격

본지가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이번 안보리 표결 결과는 예측가능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일부 서방 국가들이 기대한 것처럼 러시아가 기권표를 행사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결정도 충분히 예측가능한 것이었다. 미하일 코로스티코프 국제정치 분석가는 "중국은 절대로 서방에 반하는 투표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언제나 러시아의 지지를 확보하려 한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히 상호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와 앙골라의 경우 러시아와 석유가스 사업으로 맺어져 있다는 것이 코로스티코프의 설명이다. "사실상 이고리 세친(로스네프티 회장)의 외교력의 성과"라는 것이다. 과거 루안다와 구 유고슬라비아 국제법정은 그 수사, 재판 속도와 내용에 있어서 지지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재판과정에서 법정 설치를 주도한 국가들에게 유리한 부분들을 언론을 통해 "과장되게 조명"하는 데는 성공적이었다고 그는 지적했다. 말레이기 국제법정이 설치되는 경우 우크라이나 반군이 "책임자로 지목될 것이 분명하고" 그 경우 반군과 러시아군을 연루시키려는 시도가 있을 것을 러시아는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는 적어도 관련 언론 보도에서 상응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안드레이 코르투노프 러시아국제문제위원회(RIAC) 사무총장은 지적했다. 특히 이번 일을 대러 제재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데 이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혹은 "적어도 현 상황에서 제재 철회를 논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번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미국과 유럽의 강경론자들의 입장이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크림과 세바스토폴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제재 연장에 몬테네그로, 아이슬랜드, 알바니아, 노르웨이, 우크라이나, 리히텐슈타인, 조지아 7개국이 합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중 조지아를 제외한 6개국은 EU의 대러 제재 연장 결정에도 합류했다.

그럼에도 이번 결의안 표결이 가져온 가장 큰 결과는 국제안전을 보장하는 중심기구로서 유엔의 위신 추락과 역할 감소가 될 것이라고 티모페이 보르다체프 고등경제대학 유럽국제문제종합연구센터 소장은 말했다. "거부권 행사까지 상황을 몰고 감으로써 서방은 유엔에 또 한 차례의 타격을 가했다. 전통적으로 그러한 상황은 되도록이면 피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관례엾다"고 그는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일련의 중대사안에서 안보리는 제 기능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코르투노프 사무총장은 말했다. 시리아 문제에서도 합의 도출에 실패했고, 우크라이나 문제의 경우 유감스럽게도 유엔은 전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유엔을 제외한 다른 어떤 기구도 말레이기 진상규명 문제에 있어서 합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르다체프 소장은 말했다. 러시아는 유엔을 제외한 다른 기구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유엔 밖에서) 다른 방법으로 국제법정을 얼마든지 설치하든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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