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항공기 추락... 그로부터 1년

2014년 7월 18일. 러시아, 모스크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인도네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보잉777에 탑승했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서 비행기 피격으로 사망한 298명의 희생자를 추모하려는 사람들이 모스크바 주재 네덜란드 대사관을 찾아 추모의 양초를 피우고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Getty Images)

2014년 7월 18일. 러시아, 모스크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인도네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보잉777에 탑승했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서 비행기 피격으로 사망한 298명의 희생자를 추모하려는 사람들이 모스크바 주재 네덜란드 대사관을 찾아 추모의 양초를 피우고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Getty Images)

2014년 7월 17일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보잉777기가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상공에서 추락해, 탑승객 298명 전원이 사망했다. 국제 합동수사가 아직도 진행 중인 가운데 유엔 안정보장이사회에는 말레이기 피격 사건 규명을 위한 국재법정 설치에 대한 결의안이 상정됐다.

지난 15일 수요일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보유한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1년 전 돈바스 지방(우크라이나 동부)에 추락한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보잉777기는 비러시아제 공대공 미사일에 격추됐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마르킨 연방수사위원회 대변인은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말레이 사고기가 공대공 미사일로 격추됐다는 전문가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유력한 가설"이라고 밝혔다.

연방수사위원회가 확보한 핵심 증인인 예브게니 아가포프의 증원도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마르킨 대변인은 지적했다.

예브게니 아가포프는 우크라이나 공군 전술항공단 제299여단 제1비행대대 군용기 정비사로 우크라이나 공군에서 복무한 인물이다. 연방수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아가포프는 작년 12월 제발로 러시아에 입국해 수사에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문 과정에서 (아가포프의 심문 동영상은 인터넷에서 볼 수 있다) 아가포프는 사고일인 2014년 7월 17일 점심 시간이 지나서 우크라이나 공군 소속 수호이 Su-25 세 대가 출격했다고 말했다. 그중 두 대가 격추되고 한 대가 복귀했는데, 출격 당시 장착했던 공대공 미사일 R-60은 이미 없었다는 것. 아가포프의 증언에 따르면 복귀한 조종사는 조종석에서 내리면서 "그 비행기가 아니었다"고 말했으며, 나중에 동료들에게 "비행기가 잘못된 시간, 잘못된 장소에 나타났다"고 말했다. 보잉기급 목표물을 격추시키려면 어떠하나 사양이 필요하냐는 수사관의 질문에 아가포프는 공대공 미사일 R-60이 "상당히 먼 거리에서" 목표물을 찾아내 요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출된 보고서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가 수사 결론을 발표한 15일 미국 CNN 방송도 네덜란드의 말레이기 사고 수사위원회 내 소식통을 인용해 또 다른 가설을 보도했다. 네덜란드 수사위원회의 최종보고서 초안에는 말레이기가 우크라이나 반군이 장악한 영토로부터 지상에서 발사된 미사일에 의해 격추됐다는 잠정적인 전문가 결론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지도부는 이러한 보도를 즉각 부인했다. 안드레이 푸르긴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대변인은 15일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그 지역을 장악하고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당시 그 지역은 자고 일어나면 주인이 바뀌는 격전지였다. 어느 지역을 누가 장악했다 류의 이야기는 사고가 나고 석 달은 지난 후에야 가능했다"고 밝혔다.

CNN은 이밖에도 네덜란드 측이 피격에 사용된 미사일의 정확한 종류, 미사일 비행궤적을 밝혀냈으며, 사건 발생 상황을 분단위로 복원했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 수사팀은 다른 항공사들은 피하던 전투지역 상공을 계속 비행한 말레이 항공사에도 부분적인 책임을 지웠다. 네덜란드 측의 최종 보고서는 올 10월 초반에 공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CNN 보도에 대해 네덜란드 측의 수사에 참여한 전문가들과 관리들은 논평을 거부했다. 크렘린도 CNN이 보도한 보고서 내용에 대해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누가 미사일을 쏘았나?

우크라이나 정부도 말레이기가 반군의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됐다는 가설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알마즈-안테이' 콘체른 측에서는 보잉777기 격추가 가능한 것은 '부크-M1' 미사일시스템의 지대공 미사일 9M38M1로 이 미사일은 러시아에서는 1999년에 이미 생산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유럽 관리들은 알마즈-알테이사가 제조한 미사일이 피격에 사용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때문에 '알마즈-안테이'는 대러 제재 리스트에 올라 있는 상태다.) 알마즈-안테이는 지난 6월에 자체적인 수사 보고서를 공개했다(사고 시뮬레이션 방법 동원). 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이 상기한 미사일시스템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며, 격추에 사용된 미사일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장악한 지역에서 발사됐다는 것이다. 알마즈-안테이 전문가들은 만약에 서방 전문가들이 주장하듯이 미사일이 반군 장악 지역인 스네즈노예 마을에서 발사됐다면 항공기 추락 흔적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너무 이른' 결의안

지난 14일 말레이시아는 유엔 안보리에 말레이기 참사 규명을 위한 국제법정 설치에 대한 결의안을 제출했다. 앞서 네덜란드도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제출했다. 타스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의안은 국제법정을 설치하는 것이 "말레이기 참사에 대한 책임자를 규명하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재판 과정을 효율적으로 보장할 수 있을 것"이며, 말레이기 참사는 "국제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크렘린은 국제법정 설치 구상이 '시기상조'에 '비건설적'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16일 목요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러한 뜻을 표했다고 크렘린 공보실이 발표했다.

앞서 비탈리 추르킨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도 국제법정 설치 구상에 단호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로시야 24'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추르킨 대사는 국제법정은 "전혀 불필요한 마찰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추르킨 대사는 러시아가 과거나 지금이나 긴밀한 국제적 협력을 원하고 있지만, 말레이기 진상 조사에서 러시아 전문가들을 배제시키는 등 "그러한 협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상정과 관련해서는 "우선 수사결과가 나온 후에 문제의 규모를 파악하고 나서 어떠한 사법적 절차를 거칠 것인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이는 "명백한 사법적 실수"라고 추르킨 대사는 지적했다. 그는 결의안이 안보리 심의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며 중국은 이미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국제법정 설치 결의안에 대한 전문가 견해

미하일 트로이츠키, 모스크바국립국제관계대학교 부교수

"러시아가 반대표를 던질 것이다. 여기에 중국이 기권하면 결의안은 통과되지 못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러시아는 국제무대에서 국가의 위신 등 정치적 대가를 톡톡히 치를 것이다. 아직 수사가 종료되지 않았다고 해서 국제재판을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둘은 모순되지 않는다. 국제법정 설치의 이유 중 하나가 수사 과정에 참여하기 위한 것이다. 국제법정은 더 넓은 권한을 갖는다. 국제법정은 관계자 인도를 요구할 수 있는데, 그 경우 네덜란드 정부가 단독으로 동일한 요구를 할 때보다 이를 거부하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하지만 국제법정 설치 제안은 더 일찍, 혹은 더 나중에 나올 수도 있었다. 현 시점이 딱히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수사 과정이 거의 막바지에 도달했으며 어떤 결론을 나왔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막심 트라테르스키, 고등경제대학 세계경제세계정치학부 주임연구원

"이번 결의안은 기회주의적인 시도인 것만은 아니다. 결의안 발의자 가운데는 진정으로 사건 규명을 원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이들의 목적은 러시아를 또 한 차례 불편한 입장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러시아는 십중팔구 결의안에 비토를 행사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하면 또 "범죄자들을 보호"해주는 악인으로 보이게 될 것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국제법정을 왜 꼭 설치하려고 하는 것인지이다. 2001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민항기를 격추했을 때 어느 누구도 그런 제안을 하지 않았다. 1988년 미국이 이란 민항기를 격추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수사도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아직 사건 수사에 포함되지 않은 증거와 주장이 많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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