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북한이 필요한 이유

모스크바를 방문한 최태복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좌)과 세르게이 나리시킨(우) 러시아 하원의장. (사진제공=블라디미르 페도렌코/리아 노보스티)

모스크바를 방문한 최태복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좌)과 세르게이 나리시킨(우) 러시아 하원의장. (사진제공=블라디미르 페도렌코/리아 노보스티)

러시아와 북한은 올가을 위험한 군사활동 예방에 관한 협정을 체결할 계획이다. 협정의 목적은 양국 국경에서 무력 분쟁 발생을 방지하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이 협정이 러-북 양국 관계의 특별한 성격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향후 북-러 관계 개선에 대해서도 전망했다.

지난 6월 23일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장은 금년말까지 러시아가 북한과 위험한 군사활동 예방에 관한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협정에 따르면 러-북 양측은 양국 공동 국경 부근에서 무력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 수위를 높여야 한다.

이 협정이 필요한 이유를 둘러싸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이런 협정은 국제 관행에 표준적인 것으로, 신뢰 수준을 높이기 위해 우호국들 사이에서 체결되고 있다"고 게오르기 톨로라야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경제연구소 산하 아시아전략센터 소장이 Russia포커스 기자에게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비공개 인터뷰에서 협정의 배경을 밀렵꾼 단속 문제로 설명할 수도 있고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모종의 대응으로 볼 수도 있으며 북한 내 상황을 불안하게 할 목적으로 러시아 영토를 이용하려는 한국 내 몇몇 단체의 시도에서 찾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건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 있었던 것과 같은 정부 차원의 프로젝트는 아니다. 하지만 북한 내부에 개신교 레지스탕스가 존재하며 미국의 폭격을 통해 이들을 구원해야 하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어 하는 세력이 존재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가 Russia포커스 기자에게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이 협정이 안정 추세의 일부라는 데에는 모든 전문가가 의견을 같이했다. 알렉산드르 보론초프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동방학연구소 한국·몽골과장은 "러시아의 전반적인 아시아 선회가 러-북 밀착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Russia포커스 기자에게 말했다. "또 한반도는 러시아가 동아시아와 통합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자 도약대다."

'북한 스트림'

러-북 양국 관계는 정치 분야에서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발전하고 있다. 러시아 기업들은 북한의 광물 자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밖에 러시아는 북한에서 장기 인프라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보론초프 과장은 러시아 연해주와 북한의 나진항을 잇는 나진-하산 철도 부설을 그런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러시아철도공사(РЖД)는 나진항 부두 가운데 하나를 49년간 임대해 현대화했고 다른 국가들로 화물을 운송하는 데 이 부두를 이용하고 있다. 한국의 부산에서 출발해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거쳐 서유럽까지 가는 철도 연결도 향후 논의될 예정"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와 함께 러시아에서 북한을 경유해 한국으로 들어가는 가스관과 송전망 건설도 계획 중이다.

중국도 반대하지 않아

이와 함께 러시아는 북한 정권과의 관계 개선을 포기하라는 서방 국가들의 요청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러시아가 북한와 거리를 두자 다른 행위주체들이 곧바로 그 빈자리를 차지했고 러시아는 손해를 봤다. 1990년대에 미국과 한국이 러시아가 북한과의 관계에서 손을 떼도록 압박하자 러시아는 이런 요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 이후 러시아가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참여해야 했을 때 미국과 한국은 러시아가 북한에 충분한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러시아를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것은 크렘린궁에 좋은 교훈이 되었다." 게오르기 톨로라야 소장의 말이다.

북한도 중국을 견제하는 데 러시아를 이용하고자 하기 때문에 관계 정상화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일부 분석가는 러-북 관계 개선이 러-중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Russia포커스의 한 소식통은 불안해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러-북 관계 발전을 적극적으로 가로막으려는 시도는 보이지 않는다"고 콘스탄틴 아스몰로프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 한국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이 Russia포커스 기자에게 말했다. "어쩌면 중국이 자신의 입장을 위협할 만한 게 아무것도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갖고 있는 가능성은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중국과 북한의 연간 교역 규모는 60억 달러에 달한다. 반면 작년 러시아와 북한의 교역량은 총 1억 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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