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드린 전 재무장관, 조기 대선 제안... 그 뒷배경은 무엇인가

(사진제공=세르게이 비보바로프/리아 노보스티)

(사진제공=세르게이 비보바로프/리아 노보스티)

알렉세이 쿠드린 전 러시아 재무장관이 조기 대선을 제안했다. 러시아에서는 전통적으로 쿠드린 전 장관의 견해를 경청하고 있지만, 러시아 정당 대표들은 그의 조기 대선 구상을 지지하지 않았다. 쿠드린 전 재무장관의 성명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를 놓고 분석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자유주의 개혁 지지자로 유명한 알렉세이 쿠드린 전 러시아 재무장관(2000~2011년 재임)이 지난 18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새로운 개혁 프로그램'을 실현하려면 대선을 조기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쿠드린은 이 프로그램의 실행이 "신임권을 새로 부여받는" 국가 수반에게 더 수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드린 전 장관은 국가두마(하원) 선거를 조기 시행하려는 의원들의 계획을 자신의 조기 대선 제안 근거로 들었다. 내년 12월로 예정된 국가두마 선거를 같은 해 9월로 앞당겨 시행하는 법안이 지난 19일 하원 1차 심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러시아 공산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지지했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국가두마 선거 조기 시행 배경에 대해 말하면서 러시아 지방 선거와 지자체 선거가 동시에 시행되는 이른바 통합 선거일에 국가두마 선거를 시행하는 장점을 강조했다.

스탈린식 모델?

이에 앞서 쿠드린 주도의 시민이니셔티브위원회(자유주의 싱크탱크) 위원인 경제학자 예브게니 곤트마헤르는 경제지 '베도모스티' 기고문에서 조기 대선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크렘린궁이 조기 대선 시나리오를 채택할 수도 있는 배경으로 2018년 대선을 어렵게 할 수도 있는 러시아 사회경제 상황의 악화 가능성을 들었다. 곤트마헤르의 견해에 따르면, 개발 '동원 시나리오' 실행에 새로운 신임권을 이용하고 있는, 다시 말해 스탈린식 모델과 비슷한 현대화 모델을 이용하고 있는 푸틴 현 대통령이 조기 대선에서 승리할 전망이다.

하지만 러시아 정당 대표들은 쿠드린의 제안을 지지하지 않았다. 세르게이 네베로프 집권 '통합러시아당' 사무총장은 조기 대선 구상이 '타당하지 않다'면서 이 구상을 "사회에 모종의 불안정을 조성하려는 시도"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공산당은 대선을 앞당겨 시행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러시아 자유민주당과 '정의러시아당'도 조기 대선을 반대했다.

'러시아 대통령 선거' 관련 연방법은 대통령 의무 수행을 조기 중단한 자는 "자신의 전권 수행 조기 중단으로 시행되는 선거에 입후보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관측통들은 친푸틴 '통합러시아당'의 의회 내 입지가 매우 튼튼하므로 '통합러시아당'이 법 개정에 필요한 찬성표를 쉽게 동원할 수 있으리라고 지적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실장은 쿠드린의 제안에 대해 논평하지 않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건 새로운 성명이다. 정치학자와 전문가 집단들이 현재 논의되고 있는 나머지 모든 구상과 함께 이 구상도 논의할 것이 확실하다." 이와 함께 그는 쿠드린이 푸틴 대통령과 함께 이 구상을 논의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여론 탐색'

이고리 부닌 사설 정치공학센터 소장은 페스코프 공보실장의 말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는 쿠드린의 성명이 현 대통령의 동의를 얻은 여론 탐색 시도라고 말했다. "나는 이것이 그의 개인적 성명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번 경우에는 그가 어쨌든 대통령과 얘기를 나눴고, 대통령이 그에게 조기 대선 구상을 밝히도록 허락했다고 생각한다." 부닌 소장의 말이다. 곤트마헤르와 마찬가지로 부닌 소장도 대선을 앞당기면 위기의 절정 국면에서 투표하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위기는 2018년 대선에서 때마침 최고조에 달한다.

이와 동시에 부닌 소장은 조기 대선 시나리오가 실현된다면, 푸틴 대통령이 실제로 대규모 개혁을 시작할 수도 있지만, 이 개혁은 동원 계획을 통해 시행되지 않고 쿠드린이 말하기도 한 자유주의 모델에 따라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주의 이후' 원자화된 러시아 사회에는 스탈린식 동원 모델에 필요한 자원도 이념도 없다고 부닌 소장은 평가했다. 이와 함께 대선이 푸틴 현 대통령의 재선을 보장할 목적으로만 앞당겨 시행되는 '관성적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부닌 소장은 이 과정에 어떤 심각한 법률적 제약이 없다고 봤다. 조기 대선을 위해서는 연방법 가운데 하나를 개정해야 하지만, 러시아 대통령은 법 개정에 필요한 의회 지지표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드린 이니셔티브'

이와 동시에 쿠드린의 조기 대선 제안 배경을 둘러싸고 완전히 다른 견해들도 존재한다. 친정부 성향의 드미트리 오를로프 정치경제소통센터 소장은 쿠드린 전 재무장관의 조기 대선 제안이 그 스스로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것일 뿐 "러시아 정치 엘리트들의 단합된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러시아 권력 집행부에 의해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쿠드린은 시민이니셔티브위원회가 정치적 행위자이고 결정 채택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고 했다. 하지만 쿠드린은 실제로 그런 기회들을 갖고 있지 않다. 오를로프 소장은 "(조기 대선) 결정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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