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인권위, 국가기밀 관련 대통령령 "위헌 소지 있다" 권고

(사진제공=EPA)

(사진제공=EPA)

러시아 대통령 직속 시민사회발전인권위원회(СПЧ)가 최근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국가기밀 관련 대통령령 수정안의 합법성 및 합헌성을 문제 삼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이번 대통령령이 현행법과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Russia포커스가 만난 전문가도 같은 의견이지만, 대통령이 기 승인한 명령을 수정하거나 폐지하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 직속 시민사회발전인권위원회가 평화시 특수작전 과정에서 발생한 인명 손실에 대한 정보를 국가기밀로 분류한 최근 대통령령에 대한 법적견해서를 내놓았다. 관련 대통령령은 지난 5월 28일 대통령이 서명한 즉시 발효됐다. 그전까지는 전시에 발생한 인명 손실에 대한 정보만이 국가기밀로 분류됐다. 시민사회발전인원위원회에서는 인명 손실 정보의 비공개화는 러시아연방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에 위배되는 것이자 현행법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제 위원회가 준비한 법적견해서는 위원회 산하 정보자유분과위에서 표결을 거친 후 대통령행정실에 전달될 예정이다. 본 문건 준비에 참여한 위원회 소속 위원이자 고등경제대학 헌법및국내법학과 교수인 일리야 샤블린스키는 위원회가 해당 대통령령의 폐지와 국가기밀 관련법의 전면수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상자에 대한 정보가 국가기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시민사회발전인권위원회의 입장이다. 위원회는 대신에 관련 정보 공개절차에 대한 개별법을 제안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민의 관련 정보 요청이 있을 경우 공개하는 것 등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위원회의 법적견해서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이번 대통령령은 헌법에도 위배된다. 샤블린스키 교수는 "헌법은 인간과 그의 권리와 자유는 최고의 가치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대통령령은 두 명이 죽든, 네 명이 죽든, 수천 명이 죽든 그에 대한 정보를 알 권리를 국민에게서 박탈한다. 이것을 건강이나 국방력 같은 것으로 정당화할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대통령령은 국가기밀로 분류되는 구체적인 정보 목록을 명시하고 있는 '국가기밀법'(Закон "О государственное тайне)에도 위배된다고 위원회는 지적하고 있다. 그 목록에는 예를 들어 부대의 수와 그에 대한 전투지원 현황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지만, "손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샤블린스키 교수는 "그러한 조항은 아예 없다! 그래서 모순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실에 입각한다면, 전시의 손실만을 국가기밀로 분류한 기존 대통령령 또한 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밀로 분류할 수 있는 정보 목록말고도 기밀 분류가 허용되지 않는 정보 목록도 있다. 비상사태와 재난에 대한 정보가 그에 해당한다. 시민사회발전인권위원회 전문가들은 인명 손실에 대한 정보가 비상사태에 대한 정보의 일종이라고 보고 있다. "두 정의의 공통분모는 인명 손실을 가져온 사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러한 손실을 비상사태 범주로 포함시킬 수 있다"고 합동법률사무소 SMI(매스미디어)의 표도르 크랍첸코 경영파트너는 말한다. 그는 대통령이 기밀 정보 목록을 구체화하고 확대시킬 권한은 있지만, "대통령령이 법에 위배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소통의 여지

위원회는 또한 새로운 대통령령이 법적인 모호성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특수작전'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가 누락되어 있다. 크랍첸코는 "용어가 없다면 법을 자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경고하면서 이와 관련 조만간 법정에서 많은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손실'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부가설명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정보가 기밀로 분류됐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부상자에 대해 보도가 가능할까? 사망자 수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사망자가 많다'고 하는 경우라면 보도가 가능한가?"라고 크랍첸코는 되물었다.

크랍첸코는 "결론적으로 이번 대통령령이 발표됨에 따라 우리는 거의 통제불가능한 사법적 리스크를 안게 됐다"고 그는 지적했다. 하지만 위원회의 권고사항이 받아들여지고 모호한 내용은 수정이 될 일말의 가능성도 있기는 하다. 그는 "시민사회발전인권위원회는 지금까지 법적인 측면에서 매우 균형잡히고 정확한 자문을 해왔으며, 그러한 조언들이 대통령에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올바른 법적 표현을 권장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이번 대통령령의 목적이 "해당 분야 정보의 무력 통제"가 아니라면, 위원회의 결론을 참고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들어 대통령과 위원회 사이에는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присутствуют элементы диалога)"고 '페테르부르크정치' 재단장인 정치학자 미하일 비노그라도프는 말했다. 하지만 손실이라는 주제가 "민감하고 예민한" 것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러시아 당국에게는 위원회에 대한 예우보다도 이 주제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령 수정안의 재고는 없을 것이며, 국가기밀로 분류된 것은 그대로 남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견해다.

This website uses cookies. Click here to find out more.

Accept cook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