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왜 북한을 서방으로부터 보호하는가

(사진제공=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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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해 미국과 한국, 일본이 꺼내든 대북 압박 강화 카드에 대해 러시아가 강한 반대 의사를 표했다.

지난 5월 28일 그리고리 로그비노프 러시아 외무부 북핵 특임대사는 북한 핵프로그램 관련 6자 회담 재개를 둘러싸고 형성된 상황에 대한 논평에서 "막후 협약 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를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그비노프 특사는 "압박 강화 성명은 비생산적이며 어떤 긍정적 결과도 이끌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미국과 일본, 한국 고위 외교관들은 서울에서 만나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되돌려 놓기 위해 대북 압박과 제재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로그비노프 특사의 언급에 따르면, 러시아 외교관들은 새로운 제재보다는 "군사활동 수준을 낮추고" "군사·정치적 긴장 완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는 상호 신뢰 강화 조치가 대화 재개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비핵화 대신 정권 교체

한편, 전문가들은 6자회담 재개 전망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협상 과정에 대한 당사국들의 접근 방식상의 차이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는 협상이 북한 비핵화보다는 북한 정권 교체를 겨냥한 압박 수단이다." 콘스탄틴 아스몰로프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 한국학센터 선임연구원이 Russia포커스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북한으로서는 협상이 핵 보유국 지위를 제한적이나마 합법화하는 방법이다."

아스몰로프의 말에 따르면, "회담은 일단의 국가들(러시아, 중국, 한국)이 상대방을 합의로 이끌어내려는 의지를 공유했을 때만 열렸다. 이들 국가는 미국과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단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이 보수파 집권 이후 미국 진영으로 넘어가면서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다른 한편, 지금은 러시아가 북핵 6자회담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두 배 또는 세 배까지도 강화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될 수도 있다. "북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협상 과정을 활성화는 것이 러시아에는 굉장히 중요하다. 러시아는 특히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 차원에서 자신의 역내 입지 강화를 위해 협상 과정을 이용하고자 한다. 이들 국가와의 긴밀한 관계가 없으면 크렘린에 전략적으로 유리한 '아시아로의 선회'는 중국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게보르크 미르자얀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미국·캐나다연구소 연구원이 Russia포커스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러시아로부터 안보 보장 기대할 수 있어

현 상황에서 러시아는 '정직한 중개자' 역할을 맡을 기회를 갖고 있다. 예를 들면, 러시아는 현재 핵심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당사국 간 불신을 극복하는 데서 도움이 될 수 있다. "카다피(전 리비아 대통령)는 핵프로그램을 포기했다. 그런데 카다피는 지금 어디 있나?" 콘스탄틴 아스몰로프는 수사적 질문을 던졌다. 러시아는 북한에 안보를 보장해줌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란의 경우처럼) 북한 핵 폐기물의 자국 보관을 제안할 수도 있다.

어느 모로 보나 북한은 러시아가 협상 과정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데 동의할 것이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처럼 러시아와의 관계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전 세계가 김정은의 5월 9일 러시아 승전일 불참에 주목했지만, 다음 두 가지 사항은 놓치고 있다. 첫째, 북한의 권력 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승전 기념식에 참석했다는 점이다. 둘째,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가 대조국전쟁(2차 세계대전)과 그 결과, 이 전쟁이 러-북 양국에 주는 의미에 관해 10분간 연설하는 장면이 현지 TV에서 뉴스 보도 직후 나왔다는 점이다. 이는 유례없는 사건이었다." 콘스탄틴 아스몰로프의 말이다.

러시아에 대한 깊은 관심은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과 관련돼 있다. "북한은 북한 정권의 핵심 후원국인 중국과의 특별한 관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중국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중국이 북한 정권을 교체하거나 북한을 자신의 속국으로 만들려고 하지는 않나 계속 의심하고 있다. 북한이 중국을 대신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게보르크 미르자얀의 설명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북한과의 특별한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러시아에 유리하다. 그렇게 되면 미국과의 거래에서 으뜸패를 쥘 수 있고 다른 대외정책 분야에서도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요구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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