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외무장관 터키 회동..."러시아는 여전히 나토의 적"

(사진제공=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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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러시아 방문은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가 조속히 개선되리라는 기대감을 어느 정도 심어주었다. 하지만 지난 주 터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외무장관 회의는 이런 기대가 시기상조임을 보여주었다.

지난 13~14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의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는 대러 관계였다. 러시아 당국과 전문가들은 나토 외무장관들이 러시아에 대해 보여준 수사법에서 어떤 변화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의 수사법은 2014년 우크라이나 위기를 배경으로 매우 강경해졌다.

'동쪽에서 오는 위협'

알렉산드르 글루시코 나토 주재 러시아 대사는 지난 15일 '모스크바-브뤼셀' 화상회의 도중 안탈리아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 대해 평가하면서 나토가 '동쪽에서 나오는 위협에 대한 맞대응', 다시 말해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맞대응과 관련하여 2014년 영국 웨일즈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결정을 일관되게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루시코 대사의 말에 따르면, 이를 위해 나토는 군사력을 증강하고 "동유럽 변방의 나토 군사력을 완전히 산개시키고 있다."

2014년 9월 뉴포트(남웨일즈)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48시간 내 투입 가능한 수 천 명의 군인으로 구성된 신속대응군 편성 결정이 채택됐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토 회원국들 내에서 대응군 확보를 위해서는 탄약고와 함께 특수지휘부대가 창설되고 있으며 정규 군사훈련도 시행되고 있다.

얼어붙은 협력관계

안탈리아 회의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러한 계획이 실행되고 있다고 몇 번 확인했다. 이와 동시에 스톨텐베르그는 나토가 심지어 급진 단체 '이슬람 국가(IS)'의 극단주의자들에 맞선 투쟁에서조차도 러시아와의 협력을 재개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작년 봄 나토가 채택한 러시아와의 모든 실용적 협력 중단 결정은 여전히 변함 없다. 이와 동시에 그는 "정치적 대화를 위한 창구는 남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글루시코 대사의 말에 따르면, 브뤼셀 나토 회원국 대사들과의 접촉 '창구'는 '만족스러운' 것으로 볼 수 없다. "실용적 협력 없이는 대화할 만한 정치적 동기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 협정 위협받나?

글루시코 대사는 또 웨일즈 나토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결의안 실행과 최근 동유럽에서 시행되고 있는 몇 배 강화된 군사훈련이 "러시아-나토 기본 협정 관련 의무 등 과거 러시아가 떠맡은 모든 의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1997년 파리에서 체결된 이 협정은 러시아와 나토의 관계를 규정하고 있는 핵심 문서다. 이 협정서에 따라 나토는 러시아 국경 부근에 군대를 상주 배치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무를 받아들였다. 나토는 자신의 행동이 협정서에 역행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면서 동유럽에서 군대가 순환 배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4년부터 발트 해 국가들에서는 150명의 병사로 구성된 미군 중대들이 배치되고 있다. 나중에 이곳에는 중화기도 등장했다. 이와 동시에 최근 발틱3국은 나토군 여단(병사 수 천명)을 자국에 상주 배치해달라고 나토에 요청하기도 했다. 안탈리아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러한 발의에 대한 논평을 사실상 거부했다.

알렉세이 페넨코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국제안보문제연구소 주임연구원은 터키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의와 여기서 승인된 동유럽 주둔군 강화 관련 나토 계획들이 곧 "기본 협정 변경을 둘러싼 러시아와의 협상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리라는 점을 뒷받침해줄 수도 있다. 협상의 목적은 러시아 국경 가까이에 나토군을 상주 주둔시키는 것을 명문화하려는 시도에 있다.

이와 동시에 미하일 알렉산드로프 모스크바국립국제관계대학(МГИМО) 군사정치연구센터 수석 전문가는 기본 협정서를 재고하고 발트 해 연안국에 군대를 상주 배치하려는 시도가 나토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한 시도는 "차후에 부인하기 힘든 적대적 의도의 표출"이 되는 셈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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