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성향 언론 20곳 … 눈에 띄는 압력은 없어

모스크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알렉산더 버쉬보우 부장관(왼쪽서 둘째)이 ‘야권 매체’로 여겨지는 라디오 ‘에호 모스크바(모스크바의 메아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모스크바 (사진제공=세르게이 카르포브])

모스크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알렉산더 버쉬보우 부장관(왼쪽서 둘째)이 ‘야권 매체’로 여겨지는 라디오 ‘에호 모스크바(모스크바의 메아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모스크바 (사진제공=세르게이 카르포브])

요즘 러시아 언론 실태

최근 '압력이 세지고 있어 러시아의 언론 자유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울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래가 썩 낙관적으로 보이지는 않아도 러시아에는 적지 않은 독립 언론이 있다.

지난 4개월간 뉴스포털사이트 '렌타닷루', 케이블 TV '도시지', 야당 웹사이트 'Grani.ru'와 '카스파로프닷루', 라디오방송 '모스크바의 메아리(에호 모스크바)', 심지어 상대적 자유주의로 유명한 국영통신사 '리아노보스티'까지 '탄압'을 받았다. 이 중 대부분이 최근 친크렘린 웹사이트 Politonline.ru가 작성한 '반러시아 성향으로 존폐 위기에 처한 20개 언론사 명단'에 들어 있다. 명단은 부정적인 키워드, 예를 들어 크림 사태를 언급하며 '합병'이나 '1938년 독일의 오스트리아 합병' 같은 단어를 사용한 빈도 순서에 따라 나열돼 있다.

스노브닷루, 슬론닷루, The New Times, '노바야가제타'를 비롯해 명단에 오른 언론사들이 크렘린의 정기적인 비난에도 불구하고 아직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있다. 노바야 가제타의 나제자드 프루센코바 홍보실장은 "모두에게 압력을 넣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를 가만 놔둔 건 아무래도 이상하다. 도리어 거북하다"고 말했다. 사실 이들 신문사나 잡지사는 독자 수 측면에서 공식적·중립적 언론사에 한참 밀린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NEWSru.com도 러시아 인터넷 통계 기록소인 Liveinternet.ru의 '뉴스와 언론' 코너에 나오는 월간 이용자 수 순위에서 17위에 불과하다.

러시아인들이 주로 정보를 얻는 곳은 TV다. 2013년 전 러시아 여론조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인구의 60%가 대부분 국영TV에서 뉴스를 보았으며, 23%가 인터넷으로 접했다. 프루센코바 실장에 따르면 노바야가제타의 발행부수는 8만 부다. 니콜라이 우스코프 '스노브닷루' 편집장에 따르면 월간 클릭은 1500만 건 정도지만, 월간 순방문자는 90만 명으로 Liveinternet.ru 순위 91위에 불과하다

이번엔 독자수준을 살펴보자. 프루센코바 실장에 따르면 노바야가제타의 독자 절반쯤이 고등교육을 받은 25~45세이며 10%는 최고관리자다. 스노브닷루는 최상층권 독자, 즉 수입이 많고 전 세계를 여행하는 '글로벌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한다. 언론매체 분석가이자 모스크바국립대학 언론학부 강사인 이반 자수르스키는 "이들은 코스모폴리탄 러시아인이며 인도주의적 지식인"이라고 말한다. 엄청난 동원력을 가진 수백만 명으로 러시아 정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시위대가 반정부 TV 채널 도즈디를 지지하는 포스터를 들고 있다. 키예프 (사진제공=이타르타스)
우크라이나에서 시위대가 반정부 TV 채널 도즈디를 지지하는 포스터를 들고 있다. 키예프 (사진제공=이타르타스)

러시아의 많은 언론사의 행동 반경은 이런저런 이유로 제한된다. '모스크바의 메아리'는 국영기업 가스프롬의 소유다. 직접적인 검열 없이도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렌타닷루'와 '도시지'에서는 실제로 발생하는 일이다. 그러나 자수르스키는 "러시아에는 경제적으로 정부에 매어 있지 않는 언론사, 당국이 손대기 어려운 야당 언론사도 있다"고 말한다.

1993년에 설립된 '노바야가제타'는 기자 르포로 유명한데, 임무 수행 중에 목숨을 잃은 기자들의 수가 가장 많다. 2006년 캅카스 지역 인권 침해 기사와 관련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안나 폴리트콥스카야(여)도 이 회사 기자다.

스노브닷루는 비교적 젊은 언론사다. 2009년 올리가르히이자 온건 야당 정치인인 미하일 프로호로프가 설립해 과학과 문화를 비롯한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며 무엇보다 정치에 비중을 많이 둔다. 최근 유명해진 펑크 그룹 푸시라이엇 멤버와의 인터뷰가 시리즈로 게재됐었다.

프루센코바 실장은 "두 언론사는 야당 성향을 부정하고 다양한 시각(파시스트와 급진주의자 제외)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은 당국 칭찬보다는 비난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 실제로 얼마나 압력이 가해지는가. 프루센코바 실장은 "우리는 매일 전투태세"라고 덧붙인다. 정치 분석가 자수르스키는 "이렇다 할 탄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크렘린 내 친위대가 나사를 조이고 있다"면서 탄압이 없는 증거로 지난 3월 자유주의 성향의 전설적인 기자 알렉세이 베네딕토프가 '모스크바의 메아리' 라디오 방송국의 편집장으로 재임명된 사실을 들었다.

최근 공개된 프리덤 하우스의 언론자유 평가 순위에서 러시아는 197개국 중 176위였고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비슷한 조사에서는 179개국 중 148위에 올랐다. 여기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나란히 '정보자유의 적' 명단에 포함되었다.

자수르스키의 말에 따르면 독립 언론에 대한 압박은 2000년대 초부터 진행됐지만 지금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그는 "크렘린궁 내 옛 친위대가 지금 나사를 조이고 있다. 하지만 징후만 있을 뿐 심각한 탄압은 아직 없다"고 말한다.

'노바야가제타' 같은 야당 언론들은 대외 효과를 노린 홍보용으로 지금까지 살아 남아 있다. 프루센코바는 "러시아에 말의 자유가 있음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이 앞으로 계속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스코프는 "안전 보장은 자체 검열을 통해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표현(어떤 시각이라 할지라도)에 대한 금지가 아니라 저자의 감정에 대한 통제라는 사실을 먼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프루센코바는 "우리는 안전 수칙을 지키려 하며, 의지에 반해 행동하도록 강요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언론 분석가들은 '야당 언론'을 찾는 사람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검열을 받거나 언론사가 폐쇄되더라도 다른 대체물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한다. 자수르스키도 "일시적인 패배는 곧 만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스코프도 "틈새 그룹의 요구가 남아 있으니 그것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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