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 정상들, 시리아 문제 합의 도출

북아일랜드 G8 정상회의에서 환담 중인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 (사진제공=세르게이 구네예프/리아노보스티)

북아일랜드 G8 정상회의에서 환담 중인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 (사진제공=세르게이 구네예프/리아노보스티)

정치적 타협만이 유일한 시리아 위기 해법이다. 이는 17~18일 양일 영국 북아일랜드에서 개최된 G8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서 나온 결론이다. 공동선언문의 조항들이 실현된다면, 이는 서방이 다극 체제라는 세계 현실을 사실상 처음으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시리아 문제가 이번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핵심 의제가 되리라는 점은 아무도 의심치 않았다. 논쟁은 G8 정상들이 영국 북아일랜드 로크에른 골프리조트에 모이기도 전에 시작됐다. 미국이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이 논쟁의 서곡 역할을 했다. 하긴 화학무기 사용은 소량으로 이뤄졌고 게다가 작년에 발생한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제와서 이것을 두고 ‘넘어서면 안되는 선’을 넘은 것이라며 미국은 반군에 대한 군사 지원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지원 시점과 종류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이에 앞서 이미 프랑스와 영국이 유럽연합의 시리아 무기 금수조치 해제를 이끌어내고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을 인정했던 만큼 G8 정상회의 개최 바로 전날 취해진 미국의 행보는 바사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강제 축출에 홀로 반대해온 푸틴 대통령을 북아일랜드에서 왕따로 만들려는 심산이었다고 밖에 해석될 수 없다. 

이른 감이 있지만 단언하자면, 언론 쪽으로 시리아 관련 공동성명이 러시아의 서명 없이 채택될 것이라는 정보가 계속 흘러들어오는 등 러시아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시도는 G8 정상회의 공동선언문 발표 직전까지도 끈질지게 계속됐다.

그럼에도 러시아의 입장은 확고부동했다.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사실에 대한 근거가 불충분하며 반군에 군사 지원은 지난 5월 러시아와 미국이 공동제안한 시리아 관련 평화회의를 좌초시키려는 행보로 간주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즉각 발표했다. 

그후 푸틴 대통령은 캐머런 영국 총리와의 회담이 끝나자 기자들에게 자신의 견해를 매우 격앙된 어조로 설명했다. 이어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 러·미 양자 회담이 끝난 후 푸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허탈한 표정으로 기자들에게 다가와 시리아 문제에 있어 양국간에 이견이 있음을 확인했다.

“우리는 전체 토론을 벌였습니다. 합의를 본 측도 있었고 논쟁을 한 측도 있었지만 시리아 문제에 있어 러시아가 단독으로 자신의 입장을 주장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이같이 말했다.

공동 선언문의 내용으로 판단컨대 푸틴 대통령의 말은 사실이다. 첫째, 아사드 대통령의 운명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지금까지 시리아 반군, ‘시리아의 친구들’,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에 의해 거부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입안한 국가들 모두가 한 목소리로 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외쳐왔는데 말이다. 둘째, 주요 8개국(G8) 정상들은 시리아 분쟁 당사자 모두를 인권침해와 관련해 비난했다. 셋째,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혐의가 사실상 취소됐다. “주요 8개국 정상들은 그 주체가 누가 됐든 화학무기 사용을 비난하며 사실 규명을 위해 유엔의 특별사찰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밝혔다.  이제 사실 확인의 책임은 유엔으로 넘어갔다.

끝으로, 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대목인데, 시리아 관련 평화회의 개최 방안이 확정됐다. “우리는 분쟁 당사자 간 상호합의에 따라 전권을 가진 과도정부를 수립하는 등의 일련의 조치를 규정하고 있는 2012년 6월 30일 제네바 선언문을 완전하게 이행하기 위해 제네바 국제회의를 조속히 개최할 것을 굳게 지지한다.” 북아일랜드 G8 정상회의 결과 나온 공동선언문은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런 공동선언문이 나온 마당에 반군에 군사 지원을 개시한다면 그보다 어리석은 짓은 없다.

18일 화요일 서방 언론들은 시리아 분쟁을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계속 노력한다는 G8의 결론에 미국 정부는 전적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미 정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일제히 보도했다. “공동선언문 내용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다른 국가 정상들과의 회담 과정에서 추구했던 목적에 완전히 부합한다”는 것이 동 소식통의 말이다.

이러한 결과가 러시아에도 만족스러운 것임은 분명하다. 한편 이러한 상황은 새로운 세계 정치구도의 형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드미트리 수슬로프 러시아 고등경제대학 산하 유럽 및 국제 문제 연구센터 부소장은 평가한다.

“서방으로서는 아사드 정권이 내전에서 승리하거나 그가 평화회담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은 냉전 종식 이후 국제정치에 있어서 가장 큰 패배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아사드 정권이 건재할 수도 있다는 가정만으로도 서방의 사태 결정권에 문제가 생겼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수슬로프 부소장은 지적했다.

“시리아 내전은 러시아가 동등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새로운 다극 체제의 밑그림을 보여주게 될 것이며 시리아에 관한 한 러시아는 이미 그러한 위치를 차지했다. 그렇지 않은 경우 우리는 현재 리비아에서 벌어지는 것과 비교할 수 있는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는 단극 체제가 가져온 결과에 불과하다.” 수슬로프는 덧붙였다.

This website uses cookies. Click here to find out more.

Accept cook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