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브로프·케리 회담... 시리아 문제 돌파구는 어디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왼쪽)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오른쪽)이 시리아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2013년 5월 27일, 파리. (사진출처=AP)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왼쪽)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오른쪽)이 시리아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2013년 5월 27일, 파리. (사진출처=AP)

시리아 관련 국제회의 소집 전망이 점점 더 불투명해지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프랑스 파리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이 끝난 후 시리아 분쟁 조정을 위한 제2차 국제회의 조직이 “쉽지 않은 과제”임을 인정했다. 러시아 대표단과 가까운 소식통이 밝힌 소감은 더 단호했다. “회의 소집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것은 페르시아 만 국가들의 입장과 그들의 선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식통은 “만약 국제회의가 열리지 않거나 실패로 끝나게 된다면, 시리아 내 정권 교체를 꾀하고 있는 국가들은 그 모든 책임을 러시아에 떠넘기려 할 것이다. 러시아, 다시말해 유엔 안보리의 결정을 무시한 채 자신이 취할 차후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말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러시아는 자신이 기울여온 노력을 훼손시킬 수 있는 이러한 행동들을 좌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엔 총회와 인권위에 시리아 유혈사태에 관한 모든 책임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돌리는 내용의 결의안이 상정된 것, 그리고 EU가 시리아 반군에 대한 무기금수 조치를 해제하기로 한 것, 이 두가지를 러시아는 2차 제네바 국제회의 개최를 방해하려는 시도로 간주하고 있다. 

동 소식통의 말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 모든 일의 배후에 있는 것은 페르시아만 국가들이며,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무슨 이유에선지 이를 묵과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는 이를 두고 “주객이 전도된 꼴”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지난 5월 29일 시리아 정부가 최근 골란 고원에서 반군이 유엔 평화유지군 일부를 억류한 사건이 카타르의 사주에 따른 것이라고 발표한 데 대해 러시아 정부가 사실 여부의 확인을 국제사회에 요구할 것이라고 소식통은 밝혔다. 

한편, 서방과 페르시아 만 국가들은 러시아를 향해 공세전을 펼치는 중이다. 러시아가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지대공미사일 S-300과 대함미사일 ‘야혼트’ 등의 무기를 공급하고 있는 것을 그들은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이것이 시리아 내전 발발 훨씬 이전에 체결된 계약에 따른 것이며 러시아가 공급하는 무기들은 외부 위협 격퇴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라브로프와 케리, 개인 회동이 잦아진 이유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개인적 접촉 횟수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5월 파리 회동은 지난 3개월 사이 벌써 여섯 번째 회동이었다고 코메르산트는 전했다.


케리 국무장관은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재임 중 상대한 네 번째 미 국무장관이다. 케리의 전임자 중에는 라브로프 장관과 그처럼 많은 개인 회동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또한, 두 사람 간 ‘소통’도 원활해 합의점을 찾는 데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케리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과의 협상에서 독특한 전술을 구사한다. 케리 장관은 런던 주재 미 대사관저 정원, 러시아 외무부의 모스크바 관사 내 벽난로 앞, 파리의 호텔 객실 안에서 상대와 얼굴을 맞댄 은밀한 회담이 양국 협상단 간의 전통적인 ‘신경전’ 방식 보다 훨씬 더 생산적이라고 생각한다.

 

케리 장관은 시리아 분쟁과 같이 예민한 문제들에서도 적어도 표현상으로는 전임자들보다 더 많은 융통성을 보여준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제네바 공동선언문에 서명하고 나서 거의 하루도 안 지나 이 선언문을 사실상 거부했다고 한다면, 케리 장관은 온갖 노력을 다해 라브로프 장관과 한목소리로 이를 추켜세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두 사람이 시리아 문제에서 돌파구를 찾는 데 아직 도움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러시아와 미국은 지난 5월 초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제2차 제네바 국제회의’ 개최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회의에서 누가 분열된 시리아 야권을 대표할 것인지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 없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그와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분업”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바샤라 알 아사드 정부를, 미국은 야권을 국제회의에 참여토록 설득하고 있다.

시리아 정부는 결국 교섭대표들을 내세웠으나 반군에서는 아직 소식이 없다. 또 다른 국가 중에서 누가 참여하는지도 불분명한 상태다. 러시아는 이란을 초청하자고 주장하지만,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국의 동맹국들은 이를 결사반대한다.

이처럼 러·미 외교 수장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관련 국제회의 소집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게다가 러시아는 ‘제2차 제네바 회의’가 열리게 된다면, 작년 6월 ‘제1차 제네바 회의’처럼 하루 행사로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제2차 회의는 시리아 측 대표들이 역내 국가 및 유엔 안보리 회원국 외무장관들과 함께 열어야 하고, 그런 다음에는 시리아인들 스스로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러시아의 입장이다. 

다른 참가국 외무장관들도 “교섭 과정에 때때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러시아 대표단과 가까운 소식통은 “2차 제네바 국제회의는 수 주, 수 개월로 연장될 수도 있다”고 말하며 미국도 이런 계획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제2차 제네바 회의’가 열리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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