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노선 3.0’... 새로운 도덕 가치의 실체는?

(사진제공=이타르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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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집권 3기를 맞아 러시아 사회에는 새로운 도덕을 제시했고 ‘권력 엘리트층에 대해서는 등거리 정책’에 착수했다고 친 크렘린 전문가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부여당인 통합러시아당 최고위원회 위원 겸 정치경제커뮤니케이션스(Apecom) 대표 드미트리 오를로프는 ‘푸틴의 1년: 신단일중심주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푸틴의 신노선 특징을 체계화하고 이를 '노선 3.0'으로 명명했다.

친크렘린 성향의 정치학자이기도 한 오를로프는 푸틴-메드베데프 양두체제가 더는 존재하지 않으며 푸틴 총리 체제에서 존재했던 정부 불신임 금지가 해제됐고 핵심 사안들에 대한 단일 의사결정 센터도 구축됐다고 주장했다. 집권 초기 푸틴이 ‘올리가르히(신흥재벌)에 대한 등거리 정책’에 몰두했다고 한다면, 현재 그는 ‘권력 엘리트에 대한 등거리 정책’에 주력하고 있다. 지금 푸틴은영향력 집단들에 대한 등거리 정책을 분명히 하면서 무력 기구와 치안 기관들에 의지하고 있다”고 오를로프는 지적했다.

오를로프는 러시아 사회가 권력의 새로운 질과 효율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푸틴의 응답은 부패에 대해 전면전을 수행하고, 외국 은행계좌와 자산 보유를 금지하는 조치로 나타났다.(오를로프는 이 모든 조치를 가리켜 '엘리트의 국유화'로 명명했다) 이제부터 푸틴은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서 동등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 오를로프는 이 명제의 실례로 일부 지역 행정기관에 대한 연쇄 사찰과 세르듀코프 전 국방장관의 해임을 들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장기 정책인 만큼 엘리트 집단이 새로운 법칙들을 수용하느냐 하는 문제가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등거리 정책은 곧 기강 확립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이를 위해서는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정치학자 글레프 파블롭스키는 지적한다. 과거 신흥재벌들은 정치권력 투쟁을 포기하는 대가로 급속한 재산 축적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파블롭스키는 현 지배층의 재산이 이미 러시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마당에 지배층에게 과연 무엇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 이러한 노선은 러시아 사회의 전폭적 지지가 있어야 하는데, 새로운 지지 메커니즘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파블롭스키는 푸틴이 아직도 해결책을 찾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오를로프의 견해를 따르면, '노선 3.0'의 또 다른 특징은 '도덕적 전환'이다. 2012년 대선에서 푸틴의 지지층은 페레스트로이카 시절 이후 사라진 사회생활 조절기제로서 도덕적 가치들의 복원을 요구하는 보수 연합이었다. 이러한 보수적 다수에 의지하면서 푸틴은 ‘노동, 조국, 가정’을 3대 주요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푸틴은 노동에 윤리적 동기를 재부여하는가 하면(노동영웅 칭호 부활을 예로 들 수 있다), 다산 붐을 조성하고 관료들에게 사회봉사 정신을 불어넣는 '엘리트의 국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오를로프의 이런 결론에 대해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철학연구소 연구원 알렉산드르 룹초프는 "현재 러시아에는 1996년도처럼 그렇게 화려한 이데올로기에 대한 요구도, 그러한 이데올로기를 효과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제도들에 대한 요구도 없다"고 논평했다. 솔직히 타개책 자체부터 기만적이다. 불로소득으로 조성된 경제에서 권력은 노동의 가치가 아니라 기생자본의 가치를, 조국의 가치가 아니라 원료수출의 가치를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룹초프는 현 정권의 취약점들을 현란한 수사로 가리려는 인상이 짙다고 꼬집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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