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째 '국민과의 대화' 내용은?

모스크바의 한 백화점에 진열된 TV 화면에 국민과 대화 중인 푸틴 대통령의 모습이 잡혔다. 이날 국제테러리즘, 부패, 야권문제 등 다양한 국내외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사진제공=AFP/East News)

모스크바의 한 백화점에 진열된 TV 화면에 국민과 대화 중인 푸틴 대통령의 모습이 잡혔다. 이날 국제테러리즘, 부패, 야권문제 등 다양한 국내외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사진제공=AFP/East News)

지난 목요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통에 따라 열한 번째로 열린 생방송 국민과의 대화에서 ‘마라톤’ 문답 시간을 가졌다. 이날 대화에서 푸틴은 테러리즘, 야권, 대미 관계, 기타 사회 현안들에 관해 의견을 밝혔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장장 다섯 간에 걸쳐 주요 5개 TV와 5개 라디오 채널로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 프로그램에 출연해 러시아 국민의 질문에 답변했다. 정치학자들은 푸틴 대통령의 이번 국민과의 소통에 대해 엇갈리는 평가를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 현안들이 다뤄졌다고 평가한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푸틴의 답변 내용 대부분이 어떤 구체적 정보도 전달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변화에 대한 실질적 전망이 부재한다는 점에서만큼은 전문가 의견이 유일하게 일치했다. 러시아 FOCUS 편집국은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주제를 아래와 같이 간추려보았다.

가스프롬과 ‘셰일 혁명’

“가스프롬이 셰일 혁명에 늦장 대처했는지 아닌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소위 말하는 ‘가스 포켓’(가스로 채워진 지하의 공동)이 많습니다. 국내에 있는 것만도 개발하기 벅찰 지경입니다. 가스 채굴은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고 고도로 완성된 기술이 요구되는 작업입니다. 각국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셰일 가스 채굴 전망이 밝다고 말합니다. 이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미 관계

“‘마그니츠키 법안’이 무엇 때문에 채택됐을까요? 이 법안이 왜 채택됐는지 말씀해보십시오. 러시아가 WTO에 가입하고 젝슨-베닉 수정안(소련 시절 미국이 채택한 대 러시아 무역제재 법안)이 폐지되는 등 과거 냉전 시절의 잔재를 깨끗이 청산할 수 있는 좋은 계기도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제일 잘 났다’는 식으로 목에 힘을 줬습니다. 국제외교 무대에서 이런 행동은 제국주의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대응할 거라고 경고했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의 대응이 변변치 않을 줄로 기대했을지 모르겠습니다.”

보스턴 폭탄테러

“러시아도 국제 테러리즘의 희생자입니다. 테러리즘의 최초 희생자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저는 서방 국가와 언론이 우리 영토에서 잔인하고 사악한 유혈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다름아닌 반군이라고 지칭할 때마다 늘 화가 났습니다. 그들은 이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저는 이번 보스턴 테러 참사를 계기로 우리 모두 공통의 위협을 제거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촉구하는 바입니다. 테러리즘은 가장 위험한 공통의 위협 가운데 하나입니다.”

야권

“저는 야권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야권은 지리멸렬하고 많은 재야인사들이 대화를 피합니다. 그들도 권리가 있고 충분히 합법적으로 자기 유권자를 위해 싸울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살려주세요!’라고 외칠 수도 있지만 긍정적 의제를 제안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제발 행동으로 보여주십시오. 투쟁으로 의석을 얻고 의회에 들어와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하십시오. 입으로만 나불거리는 짓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겁니다.” 푸틴은 그가 “연금생활자와 근로자들의 대통령이지만, 정작 지각 있는 사람들은 볼로트나야 광장(2011년 초부터 야권 집회가 벌어지고 있는 장소)에 나간다”고 한 텔레비전 시청자가 전하는 말에 자기 생각을 이렇게 밝혔다.

스탈린주의와 정치 재판

‘모스크바의 메아리’ 라디오 방송 편집장이자 푸틴 비판으로 잘 알려진 알렉세이 베네딕토프는 러시아가 ‘유능한 매니저 스탈린’ 식의 접근방법으로 세계 강대국이 될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펑크그룹 푸시 라이어트 사건,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사건, 비정부기구(NGO) 관련법 등의 처리에서 스탈린식 어조와 정치재판이 부활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푸틴은 대답은 단호했다. “저는 러시아에 스탈린주의 요소가 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스탈린주의는 개인숭배, 억압, 강제수용소와 연관돼 있습니다. 지금 러시아에 이런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사회는 과거 사회와 다르며 그런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질서와 규율이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합니다. 어느 누구도 이유 없이 감옥에 갇히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은 정치적 견해 때문이 아니라 법을 준수하지 않아서 처벌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법을 준수해야 합니다. 푸시 라이어트 아가씨들이나 우리 장병 묘지를 더럽히는 청년들도 모두 법 앞에 평등하게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합니다.”

부패

부패는 곳곳에 퍼져 있습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문제는 부패의 강도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일상적 수준의 부패가 몹시 지나치다는 점을 숨기지 않겠습니다. 이것은 사실상 사회 전체에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 인플레이션과 싸울 때보다도 더 집요하게 부패와 싸워 그 뿌리를 근절할 것입니다.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으로 말입니다.”

베레좁스키

푸틴은 보리스 베레좁스키에게서 러시아 귀국을 허용해 달라는 편지 두 통을 받았다고 밝히며 “베레조프스키는 편지에서 자신이 많은 실수를 범했고 러시아에 피해를 줬다고 인정하고 용서를 빌며 러시아에 돌아가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기에 앞서 먼저 베레좁스키 사건을 법적, 도덕적으로 검토해야만 했습니다.” 이어 프로그램 진행자가 베레좁스키의 시신이 러시아 땅에 묻히게 허락할 것인지 묻자 푸틴은 베레좁스키 유족이 그들 생각대로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며 자신이 굳이 허락하고 말고 할 필요가 없다고 대답했다.

정부 사퇴 여부

“질문자 이름이 어떻게 되죠? 파벨 자하르첸코라고요? 훌륭합니다, 파벨 자하르첸코! 어떤 직위에 있든 모든 지도자는 일반 시민이 우리 업무의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이해해야 합니다. 저는 권력의 모든 차원에 제기되는 책임 추궁이 엄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유합니다. 그러나 정부가 출범한 지 일 년도 안 됐습니다. 제가 취임한 지 아직 일 년이 지나지 않았습니다. 네,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 년 안에 그런 불평불만을 다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정부 앞에는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그렇다고 정부 교체가 꼭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푸틴은 현재 비판이 끊이지 않는 메드베데프 총리 정부를 이렇게 옹호했다.

후계자 문제

“저의 후계자는 러시아 국민이 선택할 것입니다.”

 

(RBC, slon.ru, newsru.com 자료를 러시아FOCUS 편집부가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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