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 ‘제2의 페레스트로이카’ 촉구

소련 최초이자 마지막 대통령이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리아 노보스티’ 사옥에서 공개강연을 가졌다. (사진제공=로이터)

소련 최초이자 마지막 대통령이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리아 노보스티’ 사옥에서 공개강연을 가졌다. (사진제공=로이터)

“공포로 통치하는 일은 더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집권층은 그런 시도를 중단하고 ‘제2의 페레스트로이카’를 시작해야 한다”.

옛 소련 최초이자 유일한 대통령인 미하일 고르바초프(82)가 지난 3월 30일 가장 유서깊은 언론사인 ‘리아 노보스티’ 통신 모스크바 사옥에서 공개강연을 했다. 강연 주제는 “사람이 역사를 만드는가? 아니면 역사가 사람을 만드는가?”였다.

“역사는 숙명이 아닙니다.” 대학생이 대다수였던 청중을 향해 고르바초프는 말했다. “인간이 역사적 사건들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믿는다면 정치 활동에 참여하는 의미도 없습니다.” 그는 힘주어 말했다.

한편 고르바초프는 페레스트로이카도 언급했다. 15~2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됐어야 할 페레스트로이카가 그만 중도에 “맥이 끊기고” 말았으며 “힘겹게 변화를 이끌어내는 와중에 먼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는 설득에 굴복하는 과오를 범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또 “[옐친 대통령이 추진한] 무책임한 ‘충격요법’ 개혁정책이 파국으로 치닫자 페레스트로이카를 불신케하고 고르바초프라는 이름에 먹칠하는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페레스트로이로카 정책의 결과로 소련에 자유가 찾아왔고, 아프가니스탄, 중앙 및 동유럽 국가들도 소련군 철수로 독립기회를 얻게 됐다고 강조했다.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러시아의 현 정세에 대해서도 논평했다.

집권층이 시위물결을 잠재우는 데 잠시 성공한 듯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러시아 사회는 진정한 민주주의로 이행하려는 시도를 또다시 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그는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 2기는 새로운 전략의 실현 가능성을 열었다. 하지만 집권층은 다른 길을 택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 집권기도 예전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오늘날 정치는 점점 흉내내기에 더 치우치고, 경제는 석유와 가스에만 과도하게 의존하고, 중소기업은 거대한 장벽에 직면해 있다고 그는 말했다. 게다가 교육과 보건, 과학 분야도 크게 우려할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회귀’는 없을 것으로 확신하면서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 공포를 조성하고, 공포로 통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푸틴 대통령 등은 그것이 아무 소용도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고르바초프는 집권층에 새로운 ‘페레스트로이카’를 시작하라고 제안한 뒤 현 정치인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오직 권력 유지만을 바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은 시민사회의 단합된 노력만으로 막을 수 있으며, 좌파와 우파 등으로 분열해 서로 싸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 정부당국자는 옛 소련 지도자의 ‘제2의 페레스트로이카’ 촉구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실장은 “또다른 페레스트로이카가 없기를 바란다”면서 “지금까지의 페레스트로이카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통합러시아당 네베로프 사무총장은 “고르바초프가 한때 주도한 ‘페레스트로이카’ 때문에 우리는 조국(소련)을 잃고 말았다”며 오히려 “ 현 정권의 정책이 국가를 보전할 수 있도록 했고, 빈곤문제를 해결했으며, 권력을 잡으려던 범죄자들을 차단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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