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은 왜 중앙아시아를 방문했을까?

2017년 2월 28일,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으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문

2017년 2월 28일,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으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문

로이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구소련 공화국들을 방문했다. 이유는 인근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원하는 테러 문제를 해결하고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내 협력을 강화하며 키르기스스탄 차기 대통령 후보들을 만나보기 위해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월 26~28일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계획된 것이었지만, 관련 정보가 제한됐고 공식 성명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몇 가지 중요한 측면을 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첫 방문국은 카자흐스탄이었다. 중앙아 국가 중에서 가장 부유한 카자흐스탄은 유라시아 통합 과정(러시아가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는 탈소 공간의 경제 통합 프로젝트)을 가장 적극 지지하고 러시아에 중요한 대외정책 협력국가(현재 아스타나에서 시리아 평화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이다. 관계가 돈독한 푸틴 대통령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스키를 즐기며 현안을 논의했다. 일부 전문가는 러시아가 카자흐스탄을 중앙아 지역 EAEU의 ‘책임 있는’ 나라로 간주하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훨씬 더 문제가 많은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하기 앞서 의견을 교환할 필요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식료품과 이주 노동자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사진제공: 로이터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사진제공: 로이터타지키스탄은 EAEU 가입 후보국 가운데 하나지만 정식 가입 관련 논의가 몇 년째 이어지고 있어 당면 문제들을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다.

푸틴 대통령의 두샨베 방문에서 몇 개의 협정이 체결됐다. ‘핵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협력 협정’(연구용 원자로 재가동이 논의되고 있다)이 가장 두드러진 내용이지만, 사실 러시아에 가장 중요한 것은 타지키스탄 내 러시아어 학교 네트워크 개발 협정, 특히 20개 학교 신설에 관한 협정이었다. 이고리 슈발로프 러시아 제1부총리는 “학교 재정 지원은 타지키스탄이 맡는다. 하지만 물적 인프라는 러시아의 투자로 조성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교육 수준이 높고 러시아를 잘 하는 타지크 노동자들의 러시아 노동이 가능하게 됐을뿐 아니라 러시아가 오래 전부터 중시했던 소프트파워 요소들도 장려된다. 크렘린궁은 문화적 측면에서 탈소 공간을 잃어 가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이념적 프로젝트’가 유럽-대서양주의나 이슬람주의와 같은 강력한 경쟁자들과 접한 지역에서 영향력을 잃고 있다.

문화적 지원 외에도 러시아는 타지크스탄의 쇠락을 막고 중국의 경제적 세력권 안에 들어가지 않게끔 경제 원조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2015년 중국의 직접투자는 타지크스탄이 유치한 외국인 투자 총액에서 81.2%를 기록했다). 예를 들면, 푸틴 대통령은 타지크산 청과류의 러시아 시장 진입에 특혜를 주고 타지크 출신 불법 이주노동자 일부도 사면하겠다고 약속했다. 러시아 내 타지크 이주노동자들의 본국 송금액은 연간 최대 20억 달러로 타지키스탄 국내총생산의 1/3이라는 점을 상기해 보라.

양국 정상들은 무엇보다 남부 지역에서 발원하는 위협으로부터 타지키스탄을 보호해 주는 안전 보장 문제도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웃 나라 아프가니스탄에서 매우 복잡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러시아와 타지키스탄 모두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AEU와 권력

타지키스탄, 두샨베시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모말리 라흐몬 타직 대통령. 사진제공: 로이터타지키스탄, 두샨베시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모말리 라흐몬 타직 대통령. 사진제공: 로이터푸틴 대통령의 마지막 방문국은 키르기스스탄이었다. 공식적으로 푸틴 대통령의 키르기스스탄 방문은 양국의 밝은 미래에 관한 공동 성명을 채택하고 전염병 퇴치 및 키르기스스탄의 EAEU 합류 지원에 관한 협정으로 마무리 됐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실제론 다른 두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키르기스스탄으로 날아왔다.

첫 째는 키르기스스탄의 EAEU 가입이 낳은 결과를 둘러싼 논의다. 키르기스스탄의 회원국 지위는 2016년 8월 이미 발효됐고 키르기스 경제는 이익을 봤다. 하지만 키르기스스탄 내 많은 세력은 여전히 EAEU 가입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중국과의 밀무역이 감소로 큰 손해를 봤다는 점에만 있지 않다. 일부 전문가에 따르면, 현재의 분위기는 부정하게 취득한 자금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은 관리들의 단순한 바람과 관련돼 있다.

유라시아 분석클럽의 니키타 멘드코비치 대표는 “현 상황은 키르기스 당국이 법률적 문제 해결을 위해 EAEU의 유예기간 2년을 이용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키르기스 상품의 EAEU 시장 진출을 가능케 해 줄 공인된 농업 시험소 네트워크를 출범시키지 않았다. 여기에 들어가는 자금은 러시아와 EAEU 기구들이 제공했지만, 프로세스가 아직도 완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키르기스스탄은 러시아에서 이런 자금을 다시 한 번 받으려고 하는데, 푸틴 대통령이 이를 제공하는데 동의했을 가능성이 크다. 알마즈베크 아탐바예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연말까지 우리는 형제국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EAEU 정회원국 가입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것이다. 그러면 몇 몇 사소한 장애물은 올해 안에 제거될 것이다”고 말했다.

두 번째 문제는 권력 이양이다. 올 연말 키르기스스탄에서는 대선이 치러지는데, 멘드코비치 대표는 “알마즈베크 아탐바예프 현 대통령은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선 결과에 따라 키르기스스탄에서 권력 전체가 바뀔 수도 있다고 이미 밝혔다.. 다시 말해 그와 함께 그의 주변 세력도 모두 물러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키르기스스탄에서 서방 단체들이 친서방 단일 후보를 내세우기 위해 적극 행보를 보였음을 고려할 때(키르키스스탄은 유라시아 통합을 좌절시키는 데서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립각을 세우려고 하는 아시아 이웃 나라 중국을 압박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대선이 평온하고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것이 크렘린궁으로서는 중요하다. 그래서 키르기스탄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아탐바예프 대통령으로부터 아랍산 경주마를 선물 받기 위해서만 아니라 키르기스스탄 대선 후보들을 살펴 보기 위해서도 방문했다고 확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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