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 오슬로대학 부교수 “박근혜 정부 정책은 사실상 전방위적으로 실패한 정책”

러시아 전문가들이 현 한국 상황을 진단하면서 ‘외부 개입’은 없었는지, 현 상황이 한국의 대북 관계와 대러관계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를 살펴보았다.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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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 달 넘게 전 세계가 한국의 정치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서울에서 대중 집회는 다반사로 열리며 집회에 3-5만 명이 모이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 몇 주 간 촛불집회 참가자는 100만에서 200만 명으로 늘어나면서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다. 시민들의 정치적 참여가 이처럼 치솟은 것은 1987년 6.10항쟁 이후 30년 만이다.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은 내년 4월 퇴진을 수용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여당인 새누리당 비박계가 앞선 4일 야3당의 대통령 탄핵 추진에 동참해 찬성표를 던지기로 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이날 퇴진 결정은 이미 때가 늦었다.

“이해할 수 없는 정책”

러시아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이 임기 초기부터 극히 비합리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부교수는 Russia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복지 공약은 사실상 전혀 실천되지 않았다. 대다수 서민들의 지불 능력은 제자리 걸음이고 경제는 지나치게 수출 의존적이다. 그 결과 해외 수주가 급락하자 한국의 조선업계는 경영 악화로 수 만 명의 노동자를 해고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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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문가들이 박근혜 정부의 가장 실패한 정책으로 꼽은 것은 적대적인 대북정책과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이다. 그로 인해 대북관계는 더욱 긴장 일로로 치닫고 있으며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도 악화됐다.

박 교수는 “한국은 2000년 이래 남북 협상에서 만든 결정들을 사실상 파기했다. 그 중에는 두 번의 정상회담에서 얻어진 결과들도 포함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다시 협상에 임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 더우기 북한 경제의 상당 부분을 이미 중국 자본이 장악한 상황이다. 무너진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데는 십 년이 넘게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남북관계에서 ‘돌이킬 수 없는 손상’ 같은 것은 없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남북한 정부 모두가 상당히 실리적이기 때문에 정치적 갈등을 그만 두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서면 충분히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가장 큰 변수는 한국의 차기 정권을 누가 잡느냐다. 좌파 민족주의 성향의 야당이 집권하면 남북 긴장이 완화되면서 관계가 호전될 수 있다. 야당의 집권 가능성은 하루하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도 차기 대통령으로 좀 더 온건한 인물이 선출된다면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했지만, “이미 저질러 놓은 비합리적 결정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발적이며 민주적인 촛불 집회”

최근 러시아의 많은 신문들은 한국의 사태를 지켜보며 ‘서울의 마이단’, ‘한국의 유색 혁명’ 등의 떠들썩한 제목의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1월 23일 ‘로시야 24’ TV의 한 분석 프로그램에서는 ‘한국의 현 상황이 외부의 조종을 받은 아주 잘 짜여진 정치 과정같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언론의 이러한 과대 해석과는 달리 러시아의 한국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외부 개입 요소는 전혀 안보인다고 단정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경제연구소 한국프로그램센터의 게오르기 톨로라야 소장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한국인들의 촛불 집회가 누군가의 의도로 조직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과거엔 선동적인 요인이 있었다 할지라도 현 상황은 한국민의 자발적이며 민주적인 의사표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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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코프 교수는 “한국에서 대립으로 이득을 볼 세력은 없지만 대립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세력은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과의 협력을 전면 중단하기를 원하는 일부 보수 우파다. 란코프는 교수는 RT(러시아 투데이) TV와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게이트만으로 모든 것을 몰고 가는 것도 옳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의 그동안의 행동은 한국의 일부 우파 세력이 원하는 것과 전반적으로 일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산하 극동연구소 한국연구센터의 콘스탄틴 아스몰로프 주임연구원은 ‘로시야24’와의 인터뷰에서 “현 상황에서 보수 우파가 정치 위기에서 무사히 빠져나와 일련의 국내외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벗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책임을 최순실에게 덮어씌우는 것뿐이다. 우리는 아무 잘못이 없다. 모든 일들이 대통령이 최의 말을 듣고 한 것이라는 논리인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러관계는?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하더라도 한국의 대러관계에 큰 영향을 없을 것으로 본다. 한국의 대외정책에 러시아의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은 탓이다. 한국은 무엇보다 자원 확보 및 대북 관계의 중재자로 러시아를 보고 있다.

박노자 교수는 “물론 이러한 관심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게다가 극동의 천연자원을 두고 이미 중국, 일본 기업들과 경쟁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대러관계 발전에 힘 쓸 것이라 본다. 물론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역내 역할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톨로라야 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로 중도 퇴진해도 러한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대북관계 및 경협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너무 많은 모순이 쌓였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정권 교체로 상황이 나빠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탄핵 투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년 4월 자발적 퇴진을 선언해도 한국민이 현정부가 5개월 더 남아 있는 상황을 참아낼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한국은 이미 부당한 권력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만천하에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지난 한 달 서울의 중심가를 뒤덮은 촛불의 함성을 볼 때 한국 사상 초유의 이번 정치 위기는 앞으로 더 격랑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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