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PEC: 진정한 공동체주의와 효율적인 상호 의존성의 관계 >

세르게이 라브로프

세르게이 라브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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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19~20일 페루 수도 리마에서 제24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국제·지역 경제 현안을 논의하고 미래의 과제를 선정할 예정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와 관련 ‘APEC의 과제’를 주제로 Russia포커스에 기고했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국제적인 정치·경제 질서가 요동치는 가운데 개최됩니다. 다극적 세계 질서가 구축돼 가는 과정에는 지금도 불안 요인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테러리즘과 극단주의, 지역 갈등, 난민 위기에 따른 리스크가 한층 커지고 있습니다. 주권국들의 근간을 흔드는 정보전도 치열합니다. 속셈이 검은 일부 국가들이 UN 안보리의 고유 권한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위법적인 무역·금융 제재 관행을 더욱 폭넓게 펼치고 있습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현재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경제를 튼튼하며 균형잡힌 성장 궤도로 되돌리려는 우리의 노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투자 의욕이 감소하고 세계 총생산(GDP)과 세계 무역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국제 문제 논의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아태지역의 경우 막강한 기술과 자금력 덕분에 이러한 부정적인 추세들을 지금까지는 상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도전적인 과제들이 늘어나면서 역내의 장기적 성장 전망에 총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리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지리·역사·정치·경제 측면에서 아태 지역과 분리될 수 없는 러시아는 유라시아 강대국으로서 역내 전반의 평화, 안정, 번영이 정착되는 데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역내 통합 프로세스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극동을 신속히 발전시키는 등 우선적인 과제를 성공리에 달성하려면, 객관적으로 볼 때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아태지역의 경제 시스템에 건설적으로 합류하는 것이 전제 조건이 될 것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긴밀히 상호 연결된 오늘날, 진취적이며 공고한 발전을 위한 여건을 구축하는 것은 모든 국가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우리는 확신합니다. 정치뿐 아니라 경제를 위해서도 이렇게 하는 것이 공정합니다.

정치·안보 분야에서는 동등하며 불가분한 안보라는 원칙에 입각하여 ‘상호 수용할 수 있는 행동수칙’을 함께 마련함으로써 이러한 과제를 해결해 나가자고 제안합니다. 이를 지지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이런 접근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시대는 사회·경제 발전에도 이러한 원칙을 적용할 것을 요구합니다. 역내 국가들의 경제가 진정으로 이러한 원칙을 포괄적으로 적용할 것을 원하고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APEC의 기본 원칙인 ‘합의와 자발성’을 조화롭게 보완하는 이러한 구상을 지지하는 회원국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다자간 무역 체제

현재 세계 경제의 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진척도 없이 표류하는 다자간 무역협상인 ‘도하 라운드’가 꼽힌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로 인해 세계 경제의 초점은 글로벌 경영으로부터 지역 무역 메커니즘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지역 무역 메커니즘에는 많은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의 원칙에서 크게 벗어난 온갖 규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국제 무역을 위한 보편적 규칙을 마련하고 조율하는 단일 기구로서 WTO의 역할이 심판대에 올랐습니다. 그에 따라 기술 로열티를 최대한 뽑아내는데 급급한 극소수 국가들이 생산라인을 엄격히 통제하는, 사실상 닫힌 공간들이 출현하면서 지역과 세계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는 다자간 무역 체제를 보완하는 지역 무역 협정의 역할에 대해  APEC의 원칙적 입장을 명확히 천명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세계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하고 분열과 불안정을 막을 수 있습니다.

현재 APEC 역내에는 150개 이상의 양자간,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있습니다.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건설 구상의 실현을 위한 공동 전략 연구도 본격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참가국들이 FTAAP를 위한 최선의 구조와 운영 방식에 아직 의견의 일치를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중요한 결론은 이미 내려졌습니다. 아세안경제공동체(AEC), 태평양동맹(Pacific Alliance), 유라시아경제공동체(EEC) 등 모든 지역 통합 공동체들의 경험을 동등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우리는 이들 공동체가 투명하고 차별없이 결합할 수 있게 건설적으로 협력해야만 세계 무역의 긴장 리스크를 없애고 더 나은 규제 관행을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러시아가 제안한 포괄적 유라시아 동반자 관계는 무엇보다 이러한 과제를 실천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를 실현함으로써 유라시아에 태동하고 있는 다층적 통합 구조 시스템을 조정하고 아시아 당사국들, 더 나아가 유럽 국가들의 잠재력을 하나로 합칠 수 있습니다. 이는 양자-다자 협력 관계를 구축해 효율적인 성장 동력을 찾고, 무역·투자 규제를 위한 공동의 원칙을 마련하고 추진하며, 어려운 기술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는 것입니다.

우리의 이니셔티브를 실현하는데 유라시아경제공동체(EEC)가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입니다. EEC는 유라시아의 주도적인 통합 메커니즘으로 굳게 자리매김을 하고 있으며 전체 무역 경제 공간의 틀 안에서 다양한 프로세스와 통합체들 간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 의제의 또 다른 우선 과제는 세계 발전을 위한 새로운 기준으로서 질적 성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APEC 안에서 이 과제는 2010년 회원국 정상들이 승인한 ‘APEC 발전 전략’의 실현을 통해 해결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문건은 포괄적, 혁신적이며 조화롭고 공고하며 안전한 성장을 지향합니다. 우리는 공정하고 포괄적인 발전, 단일하며 심층적으로 통합되고 상호연계된 지역 공동체의 건설을 위한 협력 방안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APEC 역내 물류

세르게이 라브로프 / Press photo  세르게이 라브로프 / Press photo

이러한 맥락에서 역내 운송물류 인프라의 확충에 큰 의미를 두어야 합니다. 러시아는 신뢰할 수 있고 연속적이며 수익성을 보장하는 글로벌 부가가치 사슬을 운영하고 다양한 생산·판매망을 병합하는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덧붙여 지리적 여건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화물 운송로가 러시아 영토를 통과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국내 화물 통과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하여 국내 운송 인프라 발전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바이칼아무르철도(BA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를 대대적으로 현대화하는 사업, 극동의 항만 시설을 확충하는 작업도 진행 중입니다. 하바롭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를 대륙간 항공교통의 주요 허브로 만들기 위해 공항 인프라 확충 사업도 진행 하고 있습니다. 북극 항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비즈니스를 위한 좋은 기회가 창출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병행하여 국경·세관의 기술적 재정비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 대형 컨테이너 차량 등 화물과 승객의 통관 절차를 간소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성항법시스템 글로나스(GLONASS)를 이용한 운송 인프라의 안전 강화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주도하는 혁신

러시아는 생활의 전 분야에 혁신을 도입하자고 제안합니다. 기술, 특히 정보커뮤니케이션 분야의 빠른 성장과 이에 기반한 ‘새로운’ 시장의 출현은 실질적인 구조개혁을 하려면 잘 조율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APEC에서 러시아는 ‘전자 경제(electronic economy)’라는 개념을 제안했습니다. 이는 ‘디지털 경제’와 ‘인터넷 경제’를 뛰어 넘는 새로운 기술 구조입니다. APEC 안에서 기밀 정보 보호 조치를 포함한 전자데이터 규제, 전자상거래 분야의 국가간 협력 확대 같은 것을 도모하기 위해 새로운 해결 방법을 통해 법적, 행정적 여건을 마련함으로써 전자 공간에서 사용자들 사이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러시아는 인적 자원 개발을 위한 APEC의 노력을 지지합니다. 이 분야에서의 역내 협력 강화를 위한 공동의 작업을 우선 과제 중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창의적 능력을 최대한 실현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성공적인 사회경제 발전에 꼭 필요한 전제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APEC 역내 단일 교육 기준 마련

이러한 맥락에서 초중고 및 대학 교육 시스템의 개선이 중요합니다. 고숙련 노동력 양성을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여기에서도 전자 교육의 잠재력 활용을 포함, 혁신을 정착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제안합니다. APEC 역내 국가간 교육 기준의 상호 접근, 나아가 단일화를 위한 협력도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는 학생, 교사, 연구자들이 간편하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도록 공동 연구를 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이 분야의 국내 사업들을 기초로, 국민들에게 평생 교육 기회를 제공해 온 우리의 앞선 경험을 다른 국가들과 교환하고 싶습니다.

이와 다른 많은 협력 방향들이 지난 10월 페루와 러시아가 공동의장국으로 개최한 리마 제6차 APEC 교육장관회의에서 합의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마련된 ‘APEC 교육 전략’은 정상회의에서 승인 절차를 거칠 것입니다.

또한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FEFU)에 기반한 대학교육 분야 협력의 APEC 연례 회의를 계속 개최해 나갈 계획입니다. 극동연방대학교가 APEC을 위한 국제 과학교육 교류의 중심도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러시아는 다른 역내 인적 교류 활성화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운송 능력 등을 적극 활용하여 역내 관광, 스포츠, 청년, 문화 등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냅니다.

영세 및 중소기업 지원

APEC이 영세 및 중소기업과 관련된 주제에 관심을 집중한 것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노베이션 및 하이테크 비즈니스는 많은 점에서 세계 경제의 향후 발전을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러시아는 이 분야를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우방국의 경험을 적극 활용한 결과 세계은행 기업환경평가(Ease of Doing Business) 순위에서 몇 계단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지역 토론에 공헌하기 위하여 우리는 ‘기업 대 기업(B to B)’ 및 ‘기업 대 국가’ 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영세 기업 및 중소기업 현대화 가능성을 연구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는 해당 기업들을 대기업 입찰 및 국가 조달 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시키자는 뜻입니다. 이러한 구상은 우리가 APEC에서 추진하려는 ‘국가 조달 시스템 개선을 위한 가능성 공동 연구 이티셔티브’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러시아는 APEC의 ‘그린(친환경)’ 비즈니스 장려 노선을 환영합니다. 이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파리협정 실천에 중대한 기여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러시아는 여성들의 사업활동 촉진을 위한 노력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금년 리마 APEC ‘여성과 경제’ 포럼 테두리 안에서 ‘비즈니스 능률과 성공 타겟(Business Efficiency and Success Target)’이란 제목으로 여성 기업인들을 위한 컨테스트(APEC BEST Awards)가 개최됐습니다. 이 이니셔티브는 의심할 바 없이 비즈니스 분야에서의 양성 평등 촉진에 기여했습니다. 다른 회원국의 재계에서도 이 이니셔티브의 정신을 계승해줄 것을 기대합니다.

식량 안보와 경제 안보

또 하나의 우선 순위 주제는 식량 안보입니다. 러시아는 2012년 APEC 정상회의에서 누구보다 먼저 이 문제를 강조했던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이 분야에서 큰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외부 요인에 따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안정적인 발전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국내 농업은 약 3.5%의 앞 선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세계 시장의 주요 농산물 공급국의 하나입니다. 러시아의 전체 농산품·식료품 교역량에서 APEC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보다 더 커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앞으로도 역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데에 중요한 역할을 계속할 것입니다. 기존의 탄화수소 연료 매장지를 현대화하고 새로운 매장지를 개발하며 특히 아태지역으로의 에너지원 공급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극동의 대규모 송유관·가스관 인프라 개발 사업들이 진행 중입니다. 또한 에너지 효율 증대, 에너지 균형 다원화, 안전한 원자력 에너지를 포함하는 대체 에너지원 개발 같은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있어서도 APEC 틀 안에서 협력하고자 합니다.

국제 테러리즘에 공동 대처하는 노력을 늦추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한 APEC의 합의된 전략을 전면 지지합니다. APEC의 경제적 수단을 활용하여 테러 위협을 뿌리 뽑고 테러단체들의 자금을 조이고 극단주의 단체들의 활동을 차단하는데 적극 기여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러시아는 APEC 틀 안에서 상호협력의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공정하고 호혜적인 협력을 굳게 지지하며, 회원국 국민의 안녕에 기여할 지역 전체의 건설적 프로세스를 추진하는데 있어서도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의 역할을 계속 적극적으로 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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