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현실적 선물 바라지만 한국은 줄 수 없어

연해주 오셔너리움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박근혜 한국 대통령.

연해주 오셔너리움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박근혜 한국 대통령.

알렉산더 류민/ 타스
제2회 동방경제포럼의 결과에 한국은 만족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비롯해 러시아의 분위기는 한국만큼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지는 않다.

제2회 동방경제포럼(EEF)에서 한국과 러시아 간에 24 개의 협약 및 합의서가 체결됐다. 계약 규모로 보면 3억9500만 달러다. 이렇게 나름 성과가 있었지만 러시아 일각에선 불만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이들은 ‘참석한 한국 대표단의 양과 질이 일본에 미치지 못했다’, ‘개막 직전까지 누가 한국 대표단으로 오는지, 박근혜 대통령이 한러 비즈니스 다이얼로그에 참석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고 불평한다. 그 원인이 한국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비난의 방향은 한국을 향한다.

Russia포커스가 포럼 막후에서 한-러 양측과 대화를 나눠 본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경제학 연구소의 게오르기 톨로라야 동아시아 과장으로부터 포럼의 이모저모에 대한 해석을 들어 보았다.

-2013년 푸틴 대통령의 공식 방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첫 러시아 답방이 이번에 성사됐다. 이번 정상회담이 중요한 이유는 뭔가?

“무엇보다 3년이라는 공백을 깨고 박근혜 대통령이 공식 방러가 이뤄진 점이 중요하다. 한국 측은 양국 관계에서 갈등이 돌출할 만한 사안은 피하고 긍정적 포인트를 찾으려 했으며 협력, 특히 러시아 극동에서의 경제 협력 가능성을 모색했다. 만약 이번 답방이 성사되지 않았다면, 박 대통령은 임기 중에 러시아를 방문할 기회가 없었고 양국 관계에도 큰 물음표가 남았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 . 출처: 알렉산더 류민/ 타스박근혜 대통령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 . 출처: 알렉산더 류민/ 타스

-러시아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사드(THADD, 고고도미사일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뭔가?

“러시아는 대립을 격화시키지 않는 편을 택했다.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논의는 매우 차분하게 이뤄졌고 공식 성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인들이 매우 우려하는 사항이라는 점을 고려한 덕분이다.하지만 박 대통령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은 잘한 선택으로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핵 개발 불용 방침은 러시아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포럼은 제3국과의 관례를 비롯해 이런 종류의 문제를 논의하기에 좋은 장소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일본은 그렇지 않았다. ”

-양국은 포럼에서 상당수의 협력 협약과 합의서에 조인했다. 그 의미에 대해 말해 달라.

“한국이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고 이를 위한 수단을 찾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긍정적이다. 한국은 이런 일에 실무적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협약서를 체결했다고 투자를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 체결된 협약과 합의서 대다수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

서방의 계속되는 대러 제재와 러시아 내 수입제품 수요 감소가 양국간의 협약 이행을 가로막는 근본 요인이다. 어쨌든 한국도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자국의 금융 및 투자 정책에 제약이 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이러한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광물비료 공장 건설 사업이나 볼쇼이카멘 ‘즈베즈다’ 조선소 현대화 사업에서 협력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한국은 북극 프로젝트들에도 관심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유라시아경제연합(EEU) 국가들과 FTA(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싶다고 밝혔다. 이것이 러시아에 얼마나 이익이 될 것으로 보는가?

“EEU와 한국의 FTA 체결은 상징적 의미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은 자동차와 전자제품인데 EEU가 이에 대해 큰 양보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존 시장 질서가 무너지면서 다른 수출국들도 동일한 조건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원자재의 경우 현재도 비관세를 적용받기 때문에 FTA가 체결되더라도 그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다. 따라서 손익을 계산한 후 협상할 필요가 있다.”

-이번 포럼 결과에 대해 한국과 러시아에서는 상이한 반응이 나타났다. 특히 러시아 언론은 불만스러워 했다. 왜 그렇다고 보나?

“한국에는 외부로 비쳐지는 면이 중요했을 수 있다. 중국과의 관계가 꼬이고 있어 대러 관계는 개선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현실적 측면을 더 중시하는데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한국은 현실적인 뭔가를 우리에게 주기 어렵다. 미국이 한국 비즈니스에 가하는 압력, 러시아의 관료주의나 악화되는 경제 상황 같은 것들 때문에 어렵다. 그래서 아무리 긍정적인 접점이 많아도 실제로 추진하는 데는 어려움 따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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