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의 위협

드미트리 디빈
러시아와 서방의 연합, 비행 금지, 지상전 등 시리아 사태 전개 양상 전망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연쇄 테러로 러시아와 서방은 상황이 돌이킬 수 없다는 점, 다시 말해 그들이 특히 ‘이슬람국가(IS)’를 중심으로 한 국제 테러리즘이라는 공통의 적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게 됐다. 그리고 이 적은 바로 양측의 공조를 통해 격퇴돼야 하며, 나머지 모든 이견은 적어도 당분간 뒤로, 심지어는 훨씬 더 나중으로 미뤄둬야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여객기 A321이 테러로 추락했음을 인정했으며 그 결과 서방국가들의 눈 앞에서 “시리아에서 러시아의 일이 정당하다”고 주장할 권리를 얻었다. A321기 탑승객 224명의 사망에 대한 보복은 전국가적 당위성이 되었다. 푸틴 대통령은 “시나이 반도에서 우리 국민을 살해한 것은 희생자 규모에서 가장 큰 유혈 범죄 가운데 하나다. 우리는 우리의 영혼과 가슴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지 않을 것이다. 이는 우리와 영원히 함께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범인을 찾아내 응징하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우리는 그들이 지구 어디에 있든 찾아내 처벌할 것이다”고 밝혔다. 또 그는 국가들의 자위권을 명시하고 있는 유엔(UN) 헌장 51조를 인용했다. 러시아는 테러범 관련 정보 제공자에게 사상 유례없는 5천만 달러의 포상금을 내걸었다.

푸틴 대통령은 테러범들을 향해 ‘보복’, ‘응징’, ‘처벌’ 같은 단어를 신중하게 사용했지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실장은 정보기관들이 바로 테러 조직 가담자들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좀더 솔직하게 말했다. 다시 말해 이는 재판 절차를 거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유엔 헌장 51조 인용과 연설 어조에서 러시아 여론은 ‘응징’을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행동과 같은 것으로 이해했다. 이들은 1972년 뮌헨 올림픽 당시 이스라엘 선수들을 붙잡아 살해한 팔레스타인 테러범 전원을 전 세계에 걸쳐 찾아내 재판 절차 없이 사살했다.

그렇다면 러시아가 테러를 공식 인정함으로써 나올 수 있는 결과는 무엇일까? 그러한 인정은 테러 위협이 큰 다른 나라들과의 항공노선 즉각 중단(이집트 항공노선 중단처럼)을 위한 구실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생각은 몇몇 러시아 의회 의원의 입에서 이미 흘러 나왔다. 하지만 나는 이처럼 극단적 조치가 테러 위협이 더 위험한 수준으로 고조될 경우에 취해져야 한다고 본다. 현재 러시아항공청은 유럽 국가들과 미국을 포함한 47개국 노선의 항공안전 수준을 제고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시리아와 관련하여 말하자면, 이미 예상됐고 푸틴 대통령에 의해 사실상 발표됐던 테러범들에 대한 공습 확대가 러시아군의 시리아 파병과 지상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단일한 반테러 전선도 당분간 형성되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러시아와 서방의 공조는 파리 테러 이후, 또 이 의제가 이미 질적으로 새로운 맥락에서 논의됐던 터키 ‘G20’ 정상회의 이후에 확실하게 늘어날 것이다. 새롭게 인식된 위협에 비춰볼 때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는 현재 1년 전보다 확실히 더 좋아졌다.

예를 들면, 러시아는 이미 분명해지고 있는 것처럼 바로 IS 거점들에 대해 공습을 확대할 것이다. 하지만 ‘자유 시리아군’으로 자칭하는 세력과 서방에서 ‘온건 야당’으로 평가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공습을 자제할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서방에서 ‘온건파’로 평가되는 단체들이 통제하고 있는 시설들을 폭격하지 않으려면 그 목록을 서방(특히 미국)으로부터 받아야 하는데, 아직 받지 못했다. 이는 물론 양측 간의 신뢰 수준이 매우 낮음을 증명한다. 하지만 양측이 확실히 폭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하는 세력에 맞선 좀더 긴밀한 공조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첫 번째 증거는 러시아 공군이 앞서 언급한 푸틴 대통령의 성명 직후 시리아 내 IS의 사실상 ‘수도’인 라카에 공습을 가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지상전에 관해 말하자면, 다른 방법으로는 IS를 섬멸할 수 없으며 그렇게 하려면 아사드 정권의 정부군이나 쿠르드군으로는 불충분하다는 많은 전문가의 견해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훨씬 더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심지어는 상황이 더 불길하기까지 하다. 자신들의 선전과 이념에서 과거의 이슬람 수라(코란의 각 장)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IS는 사실 다름 아닌 ‘로마군’ 다시 말해 서방과 기독교 세계 전체와 벌이는 ‘결정적인 마지막 지상전’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수라에 나타난 예언에 따르면, 그러한 전투는 시리아 도시 다비크(현재 IS가 통제하고 있음) 부근에서 일어난다. 공교롭게도 다비크는 라카와 지척 거리에 있다. IS의 계획을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맞다면, 파리 테러도 러시아 여객기 추락 사고도 광신도들이 내미는 일종의 도전장이자 ‘전투 초대장’이다.

만약 이 초대장에 대해 응답이 없으면, 새로운 ‘초대장’들이 이어질 것이다. 이는 우리가 지금 현대 문명에 대한 광신도들의 가장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입증해 줄 뿐이다. 그리고 현재 이 경우와 비교하면 부차적일 뿐인 사안들을 둘러싼 논쟁들이 그러한 도전에 대한 우리의 대응을 방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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