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암호화된 채팅' 규제 움직임... 관리들 공무에 인기 메신저 사용 막아

메신저 파이어챗)은 통신사가 제공하는 네트워크를 우회해 사용자 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해 준 덕분에 저항운동의 도구로 인기를 얻고 있다. 파이어챗을 이용하면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도 개인 간의 메시지 전달이 가능하다.

메신저 파이어챗)은 통신사가 제공하는 네트워크를 우회해 사용자 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해 준 덕분에 저항운동의 도구로 인기를 얻고 있다. 파이어챗을 이용하면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도 개인 간의 메시지 전달이 가능하다.

드미트리 디빈
500만 명 넘게 쓰는 근거리 채팅 앱 '파이어챗'

몇 달 전 카카오톡이 한국 정보기관에 해킹을 당했다는 소문이 돌자 한국 이용자들은 텔레그램으로 대거 이동했다. 러시아 프로그래머 파벨 두로프가 개발한 것으로 최고의 보안 기술을 갖고 있어 아직까지 해킹을 당하지 않았다고 평가됐기 때문이다. 그 사건은 카카오톡 개발사에 큰 타격이었다. 그런데 최근 두로프는 호주에서 일어난 학생들의 테러 기도와 심지어는 이슬람국가(IS) 테러리스트들에 대해서도 여론의 질타를 받아야만 했다. 이들 모두가 바로 텔레그램을 통해 테러 행동을 조율했기 때문이다.

Russia포커스는 국가가 암호화된 메신저를 통한 통신을 더 엄격하게 규제해야 하는지, 이용 편리성과 국가 안보 사이의 경계는 어디까지인지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 전문가이자 파이어챗 개발사 오픈가든의 안톤 메르쿠로프 대표가 말했다. 메신저 시장은 역사가 짧지만, 벌써 인상적인 수치를 자랑한다. 왓츠앱(WhatsApp) 이용자는 8억 명, 중국의 큐큐(QQ) 이용자는 6억 명, 비버(Viber) 이용자는 2억5000만 명이다. 메신저용 앱은 게임과 뉴스, 쇼핑, 심지어는 송금까지 모든 기능을 갖추고 있다. 메신저는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다. 그래서 정보기관과 테러리스트, 혁명가들이 메신저에 주목했다는 것은 놀랍지 않다.

2011년 영국에서 인종과 사회 문제로 대중 소요가 일어났을 때 블랙베리 스마트폰에 장착된 메신저가 대중 소요의 급속한 확산을 불렀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았다. 파이어챗 메신저도 비난을 받았다. 이 앱은 다수의 모바일 기기를 네트워크로 통합해 주는 통신 모듈을 이용하여 모바일 인터넷 없이도 작동할 수 있다. 홍콩 시위 당시 거리를 가득 채운 인파로 통신이 마비되자 사람들은 파이어챗을 통해 행동을 조율했다.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위험성이 있는 국가 정부들에서는 그때부터 무엇보다도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소통을 위해 사용되는 이 메신저를 싫어하고 있다. 작년 말 러시아에서는 야권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를 지지하는 집회 준비 과정에서 파이어챗 다운로드 횟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러한 움직임은 러시아 대검찰청이 나발니 지지 집회와 관련한 페이스북 페이지 접속을 차단한 직후인 12월 20일 시작됐다. 그후 열흘 만에 파이어챗은 러시아 앱스토어 SNS 카테고리 다운로드 순위 29위에서 10위로 성큼 올라섰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러자 29일 대검찰청은 파이어챗의 기술도메인(firechat.s3.amazonaws.com)에 대한 접근 차단을 결정했다. 하지만 파이어챗의 기술담당자는 그에 따른 효과는 미미했다고 발표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함께 국가 안보라는 모호한 목적을 내걸면서 메신저들을 암호화하지 않아야 한다고 요구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요란한 성명 수준에 그치고 말았는데, 파벨 두로프도 그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안전한 소통 권리는 쉽게 빼앗지 못한다. 메신저의 경우 정보기관들은 더 집중적으로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에 대량 감시를 할 수 없다. 메신저 비판자들은 근시안적인 정치인들이나 경쟁력 없는 보안업체들로부터 통신 수단 개발자들에게로 책임을 떠넘기길 좋아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범행에 편리한 특별 기능, 다시 말해 ‘한 번의 클릭으로 혁명하기’ 같은 스위치가 메신저에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비판자들은 학생들이 런던 상점 진열창을 부수거나 이슬람 급진세력들이 새로운 희생자들을 인질로 붙잡아 간 원인들에 대해서는 자주 망각하곤 한다.

러시아에서도 암호화된 채팅 통신을 규제하려고 한다. 연방보안국 국장을 역임한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안보회의 서기는 지난 8월 러시아 관리들이 업무 연락에 인기 메신저들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스파이와 외국 정보기관들에 대해 우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리들이 이런 서비스를 이용해도 사회적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웬일인지 잊고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 관리들이 걱정하기에는 이르다. 첫째, 정부가 승인한 대안 통신 플렛폼이 없다. 둘째, 메신저상의 업무 연락과 비공식 통신을 구분하기가 곤란하다. 바로 지금도 텔레그램에서 연방 장관들과 대통령 행정실 직원들, 기타 관리들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 움직임은 자신들에게까지 불통이 튈까 우려하는 러시아 일반 이용자들을 특히 불안하게 만든다. 에드워드 스노든의 이야기와 감시, 전면적 사이버 위협들에 놀란 이용자들은 확실하고 안전한 통신을 원한다. 메신저가 이런 문제를 정치적인 방법이 아닌 기술적인 방법으로 해결해 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에는 어떤 기회도 없다. 정부가 우리의 통신을 통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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