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랄 계약 파기... 미련 없는 러시아

알렉셰이 요르스
프랑스산 ‘장난감’ 구매에 반대하는 근거들

러시아의 프랑스산 미스트랄급 헬기강습함 구매 계약은 파기됐고, 러시아가 지불한 돈을 환불 받는 문제도 해결됐다. 세간에서는 이런 경우에 ‘이미 일어난 일은 잘 된 일이다’라고 한다.

강습함 계약 구상은 2008년 가을에 나왔다. 순전히 정치적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사르코지가 러시아-조지아 분쟁 해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서방의 전반적 관계를 위해 분쟁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한 이후로 러시아-프랑스 관계는 상승세에 있었다. 러시아 측에서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계약을 지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총리는 한 번도 이 계약에 뜨거운 호응을 표현한 적이 없었고, 2년 전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당시 이러한 계약을 체결한 것은 협력국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들의 멈춰있는 조선소에 발주를 해준 것. 솔직하게 말하자면 우리에게 있어 이는 국방력 유지 면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프랑스 군함은 처음부터 러시아 해군에서 ‘이물질’이 될 운명이었다. 러시아 기준에 맞지 않는 부품들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미스트랄은 다목적 군함이다. 해상작전 실행 시 기함으로도, 지휘소로도 쓰일 수 있다. 이 군함 구매의 동기 중 하나는 바로 서방의 현대적 해양전투 장비에 접근하고자 하는 바람이었다. 그러나 미스트랄함의 주 용도는 해군 공수부대원들을 해안에서 먼 곳에 상륙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러한 ‘식민지적’ 작전을 전혀 실시하지 않는다. 해군독트린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 러시아 정부가 바샤르 아사드 체제를 지원하기 위해 시리아에 공수부대를 상륙시키려 했거나, 또는 이 군함들을 소말리아 해안 근처의 해적 소탕에 사용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면 그런 일은 없다. 그러나 이러한 싸움에 그만큼의 비용을 들일 가치가 있을까?

미스트랄급 헬기강습함은 사실 러시아 해군보병의 전통적인 전투 개념에 어울리지 않았다. 예를 들어, 러시아산 강습함과 달리 미스트랄함은 해안지대에 직접 접근할 수 없다. 중장비를 내리기 위한 보조장치가 필요한데다, 이 군함은 중장비를 극소량만 실을 수 있다. 위와 같은 보조장치를 펼치려면 시간이 걸리므로, 당연히 작전에서 전투호위함대로 미스트랄함을 엄호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전투호위함은 (바로 이러한 공수부대 상륙 관행이 없는 관계로) 러시아 해군에는 극히 적다.

군함으로부터의 상륙 시 러시아 해군에서 사용되는 전투장비는 모든 기준에서 미스트랄함에 맞지 않았다. 이 헬기강습함에 배치할 계획이었던 Ka-52와 Ka-27 헬기는 헬기격납고로 내려가기 위한 엘리베이터 구멍에 맞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적 어려움과 불일치는 매우 많았다. 아마도 이 군함은 사용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여건에 맞게 개량했어야 했을 것이다.

대러 제재가 시작되기 전에 밝혀진 것으로, 프랑스가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 동맹국들의 압박으로 나토에서 전통적인 전자장비, 즉 전투정보처리시스템 ‘SENIT 9’ 및 나토의 최신 정보교환 및 다종부대 통제 시스템 ‘SIC-21’을 탑재한 미스트랄함 판매를 거부했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이 이후로 프랑스 ‘장난감’ 구매를 옹호할 단 하나의 강력한 논거도 힘을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스트랄함이 인도됐다면, 아마도 사용이 극히 제한됐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상황에서의 구조작전 수행 등에 쓸모 있는 수송함 역할을 주로 했을 것이다.

프랑스 스스로가 자국을 위해 단 두 대의 미스트랄함을 만들었으며, 다른 국가에 판매하려는 시도는 아직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러시아의 주문이 아니었다면, 생나제르의 조선소는 폐쇄 위기에 놓였을 것이다.

차세대 범용 상륙함은 러시아 해군에 실제로 필요하다. 십중팔구 이제 이러한 상륙함은 러시아 전자장비가 탑재되고 완전히 러시아 기준에 맞춘 ‘프리보이(Прибой)’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제작될 것이다. 2020년까지 최초의 프리보이함을 건조하기로 계획돼 있다. 프리보이함은 미스트랄함에 뒤쳐지는 면이 있다. 속도가 더 낮고, 항해거리도 20% 짧다. 그러나 앞서는 면도 많다. 흘수가 얕고, 운항지속기간이 30% 길다. 헬기 8대를 실을 수 있는 프랑스 미스트랄함과 달리, 헬기 30대를 실을 수 있을 것이다. 미스트랄함 계약으로 잃어버린 7년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일어난 일은 잘 된 일이라는 것, 또는 늦어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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